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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북한 영해에 웬 태극기?…중국 불법 조업 실태

[월드리포트] 북한 영해에 웬 태극기?…중국 불법 조업 실태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4.01 17: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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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들이 북한 영해에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조업권을 북한으로부터 무더기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조업권 해외 판매는 유엔의 결의로 금지돼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

"북한 조업권 매년 800~1,000건 판매…한 건당 5천여 만 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조업권을 판매하는 한 중개상은 매년 800~1,000건의 조업권을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계약을 체결한 뒤 북한 영해에 도착하면 정식 조업 허가서가 어선에 전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업권 금액이 변경되긴 했지만, 지난해 5월 당시에는 한 건당 30만 위안(5,149만 원)에 달했으며, 특정 수익 해역에 진입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북한 영해 조업을 위한 북·중 합작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조선수림무역공사와 중국 웨이하이반도선박연료 유한회사가 지난 2019년 말 북한 조업을 관할하는 합작 법인 설립을 계획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합작 법인은 북한 신의주에 세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수림무역공사는 2019년과 지난해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많은 활동에 관여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전문가패널은 합작 법인 설립과 관련해 웨이하이반도선박연료 유한회사에 공식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고서에 적었습니다.
 

선박 이름 없고 태극기·인공기 내걸기도…"활동·신분 교란 목적"

 
보고서는 북한 영해에서 제1회원국들이 관측한 중국 어선만 57척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이 선박들은 하나같이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가 없었고 목적지와 도착 시간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선박 소유자와 운영자에 관한 정보도 없었는데, 아예 선박 이름이 없는 등 선박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배들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유령 선박'이었습니다.

북한 영해에서 조업한 중국 선박 명단 중 일부
중국 선박들은 활동과 신분을 교란하기 위해 두 나라 국기를 게양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제3회원국들이 관측한 선박 가운데 '랴오다중위(遼大中漁) 15181'호와 '푸위안(福遠) 28'호는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를 함께 내걸었습니다. 이 중 '랴오다중위 15181'호는 지난해 10월 5일 북한 영해에서 포착됐는데, 국적은 중국으로 확인됐습니다. 500톤급 어선으로, 선원 13명도 모두 중국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뱃머리에 인공기를 게양하고 있었고, 중국 어디에서 왔는지, 선박 소유 회사가 어디인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중국 국적 선박 '랴오다중위 15181'호 사진. 뱃머리에 북한 인공기가 게양돼 있다.
심지어 북한 영해에서 태극기를 매단 어선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9일 북한 영해에서 발견된 '린위윈(臨魚運) 0002'호는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함께 게양했습니다. 조업 지역은 동해 북위 38도37분 지역으로, 우리 영해와 비교적 가까웠습니다. 1,800톤급 어선인데, 10월 14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의 섬 스도에서 출항해 북한 영해에서 7~10일간 조업하고 돌아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선원은 18명으로 모두 중국인이었고 선박 회사는 역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태극기를 게양한 중국 국적 선박 '린위윈 0002'호 사진

한국 "등록 안 된 선박"…중국 "정보 정확성 부족해 조사 불가"


유엔 전문가패널은 태극기를 내건 '린위윈 0002'호에 대해 한국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당국은 '린위윈 0002'라는 이름의 선박은 등록이 안 돼 있고 입·출항 기록 등 이 선박에 관한 어떤 정보도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또, 선박법에 따라 한국 선박은 외부에 선박의 이름을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한국 국적 선박이 아닌 경우 태극기를 게양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린위윈 0002'호에는 배 어디에도 한글 표시가 없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중국에도 이 선박들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중국은 "항상 국제적 의무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있다"며 "선박 회사들과 어민들에게도 안보리 결의를 따를 것을 요구했다"고 회신했습니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있다면 불법 조업임에 틀림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백하다"면서 "법과 규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회신의 방점은 다음 문장에 찍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패널이 제공한 정보는 정확성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심도 있는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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