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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쓰레기와의 전쟁 치르는 수원시, "분리배출 안하면 수거 거부" 초강수…왜?

코로나19가 1년 이상 장기화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하루 플라스틱 배출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15% 가량 증가한 853톤을 기록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음식과 각종 생활용품을 배달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들입니다. 1회 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생활쓰레기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인구 118만 명의 수원시가 분리배출을 제대로 안 하면 '수거 거부' 스티커를 붙이며 생활쓰레기와의 전쟁을 버리고 있습니다.

수원시 쓰레기 배출 문제

수원시에 수거되지 않은 생활쓰레기가 쌓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팔달구의 한 주택가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말 그대로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골목마다 방치된 쓰레기 더미로 넘쳤고, 심지어 쓰레기가 인도와 차도까지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주정차 금지구역인 소방차 도로도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했습니다. 모두 미수거된 생활쓰레기들로 비닐, 플라스틱을 구분하지 않고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무단 투기한 쓰레기들이었습니다. 주택가에 이렇게 많은 생활쓰레기가 쌓여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수원시 일부 지역에 생활쓰레기가 방치되기 시작된 건 지난 2월 말부터였습니다. 수원시가 코로나19로 급증한 '생활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분리수거를 안 하거나 무단 투기한 쓰레기에 대해 '수거 거부'라는 초강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수원시의 강경한 입장은 무단 투기한 쓰레기를 세금을 들여 모두 무상 수거, 처리할 경우 '분리수거' 문화 정착은 공염불이 될 뿐만 아니라 시가 자체 운영하는 소각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실제 수원시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은 지은 지 20년 가까이 돼 개보수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급증한 생활쓰레기를 모두 태울 경우 고장 등으로 아예 가동이 멈춰버릴 수 있는 겁니다.

유인순 수원시 청소행정팀장은 "매년 2천 톤씩 쓰레기 양이 늘어나는데, 코로나19로 지난해엔 4천 톤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며 이대로라면 소각량에 한계에 있다고 '수거 거부' 정책을 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더구나 2025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의 쓰레기 반입이 금지되면서 수원시는 자체 보유한 소각장으로 관내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유 팀장은 "분리수거가 철저히 되기만 하면 소각장을 추가로 짓지 않아도 현 소각장에서 처리 가능하다"는게 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분리배출을 안 한 쓰레기, 무단 투기한 쓰레기를 '수거 거부'하는 수원시의 강경한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모든 시민들이 급증하는 생활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분리배출을 생활화하면 '쓰레기 대란'은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수원시 쓰레기 배출 문제

수원시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에도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 자원이 포함되면 페널티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수거차량이 관내 44개 동의 종량제 쓰레기를 소각장에 반입한 뒤 샘플 검사를 실시해 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 자원이 5% 이상 포함되거나 침출수가 50%를 넘으면 해당 동의 쓰레기를 일정 기간 반입 금지하는 겁니다. 1회 위반하면 경고, 2회 3일 반입금지, 3회 위반시 5일, 4회 7일, 5회 때는 무려 한 달간 소각장 반입이 금지됩니다. 수원시는 독단적으로 이 정책을 만든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44개 동 주민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만든 것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 뒤 실제로 쓰레기 분리수거가 자리를 잡아가고, 쓰레기 배출량도 줄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수원시의 쓰레기 정책엔 부작용과 한계도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배출이 잘 안 되는 지역들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아닌 다세대, 빌라 등이 밀집한 주택가이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의 경우 재활용 배출장소와 관리자가 별도로 있는 곳이 많아 주민들이 그곳에서 분리배출을 하는데 반해, 주택가는 그런 공동 수거 장소가 없습니다. 때문에 본인이 사는 집 앞에 쓰레기를 분리배출해야 하는데, 단독주택은 대문 앞에 놓는다지만, 빌라나 다세대 등 공동주택은 쓰레기를 놔둘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목 전봇대 주변이나 도로변에 습관적으로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겁니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비닐과 플라스틱이 재활용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복합재료가 들어간 비닐은 실제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고, 플라스틱도 오염된 것들은 재사용이 불가합니다. 이런 것들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데, 주민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고 설다 안다 하더라도 어떻게 배출해야 할지 지자체 사정에 따라 규정이 제각각입니다. 필자가 사는 지역은 모든 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구청에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비닐의 경우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방치된 쓰레기가 넘쳐나는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동네엔 주민 간의 갈등, 스트레스도 엄청납니다. 분리배출을 제대로 안 하는 소수의 주민 때문에 분리배출을 잘한 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무단 쓰레기 투기장이 된 거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기자에게 '자포자기' 상태라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구청에 신고해도 그때뿐이고, 아무리 CCTV를 설치해도 무단투기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요즘엔 약국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진동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파리, 모기, 바퀴벌레 같은 해충들이 들끓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수원시 쓰레기 배출 문제

수원시도 나름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무단 투기장에 감시 CCTV를 설치했지만 코로나로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쓰면서 누가 무단 투기했는지 식별하기가 어렵게 됐고, 단속반을 편성해 쓰레기를 뒤져가며 단속해도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고, 분리 배출하지 않은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 강경한 정책을 써야 '분리수거' 문화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특히 다세대, 다가구가 밀집한 지역의 분리배출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좀 더 진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합니다. 왜 이 지역에서 유독 무단투기가 많고, 분리배출을 잘 안하는지에 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세심한 대책들이 나와야 합니다.

주민들이 좀 더 용이하게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비닐과 플라스틱의 재질을 단순화하고, 분리배출을 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주거단지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거 정책이 필요합니다. 수원시의 '수거 거부' 정책을 비판하자는 게 아닙니다. 분리배출 책임을 모두 주민에게만 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제도적으로 분리배출이 잘 될 수 있도록 자원순환 정책을 환경부와 지자체, 각계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분리배출의 주체인 소비자와, 비닐과 플라스틱 생산자, 사용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하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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