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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면 쏟아지는 문화재…개발이냐 보존이냐

<앵커>

최근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조선 시대 유물들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지금도 공사를 하느라고 땅을 파 보면 유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문화재 보존과 지역 개발 사이에서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 해법은 없을지 임상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남 창원에 새로 뚫린 안민2터널입니다.

그런데 가야시대 문화재가 대량으로 출토되면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4~5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목곽묘 849기를 비롯해 총 1천 기가 넘는 대규모 가야 고분군이 발견된 겁니다.

당시 가야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로 평가됩니다.

[임학종/전 김해박물관장 : 가야가 철의 왕국이니까 그리고 해상 왕국이니까, 특히 금관가야하고 아라가야 계통의 유물이 제일 많이 나와요.]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공사 중단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 : 유물도 보존해야 하지만 일단 시민들이 살기 좋기는 터널을 뚫어야 좋긴 좋지요.]
 
강원도 춘천의 중도.

도청과 합작개발사가 레고랜드를 짓기로 한 곳인데 2014년, 청동기와 원삼국 시대 유물, 고인돌 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오동철/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 2천500년에서 3천 년 전 때 집자리들이 주로 있던 곳이죠. 우리나라 청동기의 대표적인 유물인 비파형 청동검이 여기서 나왔고요.]

이후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지금껏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결국 일부는 원형보존, 일부는 복토 후 개발을 대안으로 내놨습니다.

[박윤정/문화재청 발굴제도과장 : 개발 구역의 13% 정도는 원형보존, 그래서 아무런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는 곳으로 지정했고요. 그 외에 나머지 지역은 유구(옛 흔적)에서 보호층을 두고 복토를 해서 그 위에서 개발 행위가 되도록..]

하지만 유물을 다시 흙으로 덮은 뒤 그 위에 건물을 짓는 방식이 안전하냐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정희/중도유적지킴본부 대표 : 우리나라 고고학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유적이 나왔기 때문에 그냥 개발 자체가 있을 수 없어요. 피라미드 위에 레고 짓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런 미친 짓을 누가 해요?]

[박광용/강원도청 레고랜드지원과장 : 허니셀공법이라고 하는데, 기초가 깊이 들어가는 게 아니고 옆으로 분산되게끔하는 공법이 있습니다. 문화재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고 있고요.]

이러는 동안 고인돌 수십 기는 야적장에 7년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늘 갈등만 있는 건 아닙니다.

피맛골로 불리던 종로의 허름한 뒷골목이 도심 재개발 사업을 통해 재탄생했는데 이때도 조선 시대 유물이 많이 발굴됐습니다.

처리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사업시행사가 머리를 맞댄 끝에 해법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도시유적전시관입니다.
 
제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골목길은 16~17세기 종로 시전의 북쪽 마을을 당시 모습 그대로 원형 보존해놓은 겁니다.

현대식 빌딩 안으로 들어온 박물관은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입니다.

[정효진/공평도시유적전시관 : 문화재 보존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 것이긴 하지만 개발하는 입장, 민간에서는 이익도 중요하잖아요. 서로서로 접점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지난 한 해 문화재를 발굴하겠다고 신청해서 허가가 난 경우만 2천500백 건이 넘습니다.

여전히 "파면 나온다"고 할 만큼 매장 문화재가 많은 우리나라.

개발과 보존을 아우를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희, VJ : 정한욱·김초아, 작가 : 이미선,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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