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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태백산'…소련 수교에 "미군 철수 가능"

<앵커>

1990년에 있었던 우리나라와 소련의 첫 정상회담은 이후 국교 수립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데요. 당시 회담이 암호명까지 쓰면서 극비리에 추진됐고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사실이 외교문서 공개로 확인됐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90년 6월 4일 노태우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북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 열린 겁니다.

[노태우/전 대통령 : 한국과 소련 간의 두 나라 관계의 정상화 노력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후 넉 달도 안 돼 정식 국교를 수립하는 등 양국 관계는 급진전했습니다.

[고르바초프/전 소련 대통령 : 단단히 얼어붙었던 얼음이 쪼개지고 언 강이 녹기 시작했으니 곧 봄이 오리라 기대합니다.]

1990년 5월 우리 외교부가 작성한 기밀문서를 보면, 양국 정상회담은 '태백산'이라는 암호명 아래 극비리에 추진됐습니다.

소련 측이 정상회담 종료 시까지 완벽한 보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조건부지만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1989년 4월 홍순영 당시 외무부 2차관보는 '수교 시 주한미군 철수 여부를 묻는 질의에 "양국 수교와 4강의 교차승인, 국제적 보장이 확보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홍완석/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노태우 정부가) 대북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공산권의 맹주인 소련과의 수교가 가장 간절하지 않았겠어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겠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외교문서 33만 쪽 분량은 30년 기밀 보호 기한이 지나 오늘(29일)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김종우, CG : 김규연·이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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