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리포트] '4차 유행' 뚜렷한데…성화 봉송의 '딜레마'

[월드리포트] '4차 유행' 뚜렷한데…성화 봉송의 '딜레마'

대도시+연예인 주자…"반드시 밀집 일어나"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1.03.30 09:08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4차 유행 뚜렷한데…성화 봉송의 딜레마
지난 25일, 일본 후쿠시마현 국가대표 축구팀 훈련 시설 'J 빌리지'에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출발식은 참석자를 당초 3천 명에서 400명으로 대폭 줄였고 행사 시간도 1시간에서 20분으로 단축해 실시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성화 봉송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올림픽 자체가 1년 연기됐던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는 성화가 적어도 '출발'은 했다는 안도감을 표했지만, 1년 전에 비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코로나 확산 상황을 감안하면 불안은 여전합니다.

도쿄올림픽 성화는 후쿠시마에서 사흘을 돌았고, 그제(28일)부터는 도치기현으로 들어와 어제(29일)가 도치기 봉송 이틀째였습니다. 도치기현은 흔히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1도(도쿄 도) 3현(지바, 가나가와, 사이타마현)은 아니지만 사이타마의 바로 북쪽에 인접한 광역 지자체입니다. 성화는 도치기현을 지나면 군마현, 나가노현 등 수도권 북쪽을 타고 넘어가는 일정으로 봉송되는데, 이들 지자체는 수도권만큼은 아니지만 거점도시별로 인구가 밀집돼 있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당국은 성화 봉송 관람의 주의점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해 현장 지자체에 관리 강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첫째,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성화를 보러 나오지 말 것. 둘째, 멀리 구경 가지 말고 집 근처에서 볼 것. 셋째, 성화가 지나가는 길가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 넷째, 함께 관람하는 주변 사람과 사회적 거리를 확보할 것. 다섯째, 큰 소리 대신 박수로 응원할 것.

그런데 그제(28일) 도치기현 아시카가시 2구간에서 주최 측이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구간의 첫 주자는 일본에서 유명한 개그맨 출신 방송인 가쓰마타 구니카즈(56)였는데 출발지인 육상 경기장 외곽부터 도착지인 시청 근처의 연도에 이 사람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른바 '밀집' 상태가 된 겁니다. 조직위는 "밀집은 단시간에 일어났고, 성화 봉송을 중단할 만큼의 '혼란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사후에 발표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 지역에 인기가 많은 연예인이 성화 주자가 됐을 때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28일 성화봉송에 나선 일본 연예인 가쓰마타 구니카즈 (사진=일본 언론 대표 촬영)
이런 상황을 이미 예견한 몇몇 연예인들은 성화 봉송이 시작되기 전 릴레이 주자를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영화 [실낙원(1997)]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여배우 구로키 히토미 입니다. "연도에서 많은 사람들의 밀집이 일어나면 감염 방지가 곤란해질 우려가 있어 사퇴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유명 개그맨인 다무라 아쓰시는 지난 2월 모리 요시로 당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여성 멸시' 발언 파문이 나와 많은 성화 주자들이 항의의 의미로 주자 사퇴를 발표할 때 모리 위원장의 다른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며 성화 주자를 사퇴했습니다. 바로 "올림픽은 코로나가 어떻게 되든 개최하겠다"라는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성화 봉송에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제기하는 건 1월부터 3월에 걸쳐 발령됐던 코로나 긴급사태가 해제되기 전부터 이미 감염 재확산 추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제2의 대도시권인 오사카 지역도 도쿄에 육박하는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고, 특히 도쿄 등 수도권 4개 지자체보다 한 달 정도 앞서 긴급사태가 해제된 지방의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긴급사태가 모두 해제된 지난 21일 이후 1주일 동안 일본 전역의 28개 광역자치단체에서 감염이 확산했다고 밝혔습니다. 신규 감염자가 그 전의 1주일보다 증가했다는 겁니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장들이 '4차 유행'을 언급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자체장의 판단으로 독자적인 긴급사태를 발령한 지자체는 도호쿠 지역의 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 시코쿠 지역의 에히메현입니다. 특히 도호쿠 지역 최대의 도시 센다이시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확산하고 있는 미야기현은 지난 1주일 동안 인구 10만 명당 신규 감염자 수가 36.08명으로 같은 기간 도쿄의 16.08명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양 환자 수, 병상 사용률 등 다른 감염 지표들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 긴급사태 직전에 해당하는 '만연방지조치'를 발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지자체장의 판단이라며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을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 올림픽 성화가 지방을 돌기 시작한 상황에서 일본의 각 지자체들은 성화 봉송이 지역 내 코로나 재확산을 불러오지 않을까 저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성화를 보러 거리로 몰려나오는 사람들의 '밀집'을 강력하게 막자니 올림픽 분위기가 살지 않고, 그렇다고 시끌시끌하게 분위기를 살리자니 코로나 확산이 걱정되는,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감염 '폭발'의 우려 속에서 성화가 일본 전역을 한 바퀴 도는 불안한 상황은 앞으로도 올림픽 개막 전까지 115일 동안 계속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