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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간은 북한 편"이라는 볼턴…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왜 실패했나

[월드리포트] "시간은 북한 편"이라는 볼턴…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왜 실패했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단독 인터뷰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3.29 15: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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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시간은 북한 편"이라는 볼턴…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왜 실패했나

임박한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워싱턴 초강경파의 원형' 존 볼턴


존 볼턴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 안보 사령탑으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대북 정책을 설계하고 이끌어갔던 인물입니다. 사실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그가 했던 북한 관련 인터뷰는 거의 다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때 그의 트위터까지도 속보 푸시를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를 쏟아내 신경을 바짝 쓸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목을 졸라 힘으로 무릎 꿇려 비핵화를 얻어내겠다는 그의 초강경 주장은 북미 대화의 주요 고비마다 한반도의 봄날을 가로막는 것 같은 느낌을 줬던 게 사실입니다. 트럼프가 대북 유화책으로 돌아서면서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 됐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곧 나오는 상황에서 워싱턴 매파의 시각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는 여전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 정부보다는 강경하고, 원칙론적인 정책이 반영될 게 거의 분명한 상황입니다. 미국 내 강온파의 치열한 논쟁 끝에 나올 정책인 만큼 강경론자들 주장의 원형을 파악하는 건, 다소 거슬리는 표현이 있어도 우리가 대북 정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존 볼턴은 현재 미국 안보 자유 재단(Foundation for American Security & Freedom)이라는 곳에 적을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전히 트위터에 활발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고, 언론 기고· 방송 출연 등으로 자신의 시각을 외교 안보 정책에 불어넣으려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권 말기에는 트럼프의 치부를 알고 있는 내부 고발자로 진보 언론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기도 했습니다. 볼턴에 섭외 이메일을 보내고 답이 금방 안 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을 오래 지나지 않아 받았습니다. 외교가에 메가톤급 파문을 몰고 왔던 회고록 출간 이후 시간이 몇 달 지난 상황에서 그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직접 만나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직전에 일어났던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첫 질문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봤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 결의 위반을 말한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위반 행위에 대해서 미국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말하지 않아서 실망했다"고 표현했지만, "바이든이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이고 더 거친 반응이 필요하다"는 슈퍼 매파 본연의 시각을 시작부터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 검토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 놀랐다고 표현했습니다. 미국 내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건 중대한 실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이 비핵화를 목표로 제시하고는 효율적으로 그 목표를 추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신은 이번에 미국 국무, 국방 장관의 방한 때 열렸던 한미 2+2 회담에서 이 문제가 분명히 논의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주요한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 수십 년 동안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대북 정책 중심에는 중국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중국과 극한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어떻게든 중국을 대북 정책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분위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존 볼턴 인터뷰

"북한이 ICBM 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할 능력을 갖췄다고 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는데, 볼턴은 북한이 핵탄두는 생산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ICBM(대륙 간 탄도미사일) 기술은 완성단계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대북 전문가들의 설명대로 볼턴도 북한이 ICBM 유도, 재진입 기술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성능 개선 필요에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ICBM을 추가로 발사한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거라고 언급했습니다. 시간은 핵무기를 확산하려는 북한의 편이라고 표현하면서, 핵 무기를 갖는데 과학적,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 기간 북한은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만드는데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은이 경제를 말해 트럼프도 경제 발전으로 유혹"


똑같은 얘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 가장 자주 말했던 건 비핵화를 하면 얻게 될 북한의 밝은 경제적 미래였습니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이 경제적으로 번영할 것이라는 발언은 북한 관련 얘기에 거의 항상 빠지지 않고 나왔던 것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걸 김정은 총비서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때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경제 발전으로 김정은을 유혹하려 한 것이라고 발언 의도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은 경제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많은 약속을 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

"결단력 있는 모습 잊을 수 없어"…놀랍도록 긍정적인 김정은 평가


김정은에 대해서 볼턴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높이 평가해서 놀라웠습니다. 마키아벨리즘적인 볼턴은 김정은의 조직 장악 능력에 굉장히 끌린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자신감과 확신에 차서 지휘하고 있는 걸 봤다"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자서전에도 언급이 있었지만 김정은이 자기를 북한에 데려가서 강경파에게 보여주며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제재 완화를 위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있고 대단히 결단력 있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경 일변도의 볼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건 사실 보면서도 놀랍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전용기 에어포스 원으로 김정은을 북한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는 걸 확인해주기도 했습니다.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냈던 매튜 포틴저가 BBC와 인터뷰하면서 에어포스 원 같이 타고 가자고 했다는 게 알려졌는데, 볼턴이 이 주장이 사실이라고 말해준 것입니다. 당시 백악관 모든 참모들이 충격을 받았으며(stunned to hear it), 심지어 김정은도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속으로 '이 제안을 받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했지만, 김정은이 공손하게 제안을 거부하면서 위험을 지는 일이 없었다고 안도감을 표시했습니다.

트럼프 김정은

"개인의 친분을 국가 외교 관계로 혼동한 트럼프"


볼턴과 트럼프가 불구대천 원수가 됐다는 건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트럼프는 볼턴을 트윗 해고로 잘라버렸고, 그 뒤로도 '미친놈' 수준의 욕설을 공개 장소와 트위터에 마구 퍼붓는 사이가 돼버렸습니다. 반면 볼턴은 회고록으로 자신이 가진 트럼프의 비밀을 폭로하며, 선거 기간에는 언론에 계속 나와 트럼프가 재선되면 안 된다는 논리를 설파했습니다. 뒤끝 있는 두 사람의 막장 싸움은 미국 대통령사에서 전무후무할 정도로 격렬했습니다.

사실 워싱턴에서 내내 트럼프를 지켜봤지만 '화염과 분노'로 표현되는 격렬한 갈등을 겪다 갑자기 김정은과 사랑에 빠진 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거냐는 질문에 볼턴은 "트럼프는 외국 정상도 즉흥적으로 평가하고는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국가 외교 관계로 착각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정상 개인의 친분이 중요하지만, 트럼프는 개인의 친분만으로 외교를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두 관계가 다르다는 걸 푸틴과 시진핑도 알았지만, 트럼프만 몰랐다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한 때 주군이었던 트럼프는 볼턴에게는 미국 외교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인물에 불과했습니다.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걸 듣고 죽을 뻔 한 경험이었다(a near-death expericene)고 표현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었습니다. 폼페이오도 사우디에서 이걸 듣고 심장마비 오는 줄 알았다며 두 최고위 참모가 서로 비웃었다고 언급해놨었습니다. (물론 폼페이오는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게 뭘 말했던 거냐고 물었더니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에 대해서 말한 것이었지만, 트럼프가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의 심각한 실수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외교가 그 지경이었다고 한탄했습니다. 자신은 바이든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적어도 정상 간 통화를 할 때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준비된 상태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

대화 자체 부정하는 뿌리 깊은 북한 불신…예견됐던 초라한 성과


볼턴은 대북 협상에 대해서 뿌리 깊은 불신을 표출했습니다. 자신의 후임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이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바 있습니다. 이런 대화의 계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1990년대부터 이어졌지만, 실현된 것이 없으며 제재 완화의 대가는 즉각적이지만, 비핵화 약속은 그 뒤에 따라오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식의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화 시도 노력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슈퍼 매파의 시각 자체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부임 초기, 지금은 상상이 안 되지만 북한 김영철이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DC에 나타났었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묵은 호텔 숙소 바로 아래층에 방을 잡고 그들의 움직임을 취재하고 심지어 그 호텔방에서 난데없이 라이브 중계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워싱턴에서 북한 사람에게 질문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당시 북미의 역동적인 대화의 움직임을 보면서 김정은이 워싱턴에 나타나는 순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초강경파가 외교 안보 사령탑이었던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역사는 그걸 다행으로 기록할지 불행으로 기록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경파가 워싱턴에 엄연히 존재하는 거대한 세력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언론 노출만 생각하며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트럼프와 북한을 대화 상대로조차 보지 않는 볼턴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면서 대북 정책을 실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을 인터뷰하면서 화려했던 북미 정상회담의 초라한 성과는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됐던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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