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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페셜리스트] 꼴찌가 쏘아올린 공…100년 상식을 깨다

[더 스페셜리스트] 꼴찌가 쏘아올린 공…100년 상식을 깨다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작성 2021.03.27 20:37 수정 2021.03.28 07: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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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야구 교본들은 똑같은 그림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라운드 가운데 포수와 투수 중견수가 있고 오른쪽에 1루수와 2루수, 우익수, 그리고 왼쪽에 유격수와 3루수, 좌익수가 있는, 그래서 반으로 딱 접으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이 되는 수비수들이 위치가 정해져 있는 거죠.

100년 전이건, 150년 전이건, 서양이건, 동양이건, 수비수들은 이 위치에 있어야 된다라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에 있는 야구 게임에도 수비수 인형들은 저 위치에 서 있게 되는 거죠.

야구
그런데 한때 '정상 수비'라고 우리가 불러왔던 이런 장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1루와 2루 사이에 수비수 4명이 서 있는다든가 외야에 4명, 5명이 서 있는다든가.

기존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장면들이 점점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좌우 대칭이라던 우리의 기존 상식은 왜 깨지게 되었나.

전통적인 수비는 타자가 친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걸 전제로 했습니다.

최대한 넓게 펼쳐서 빈틈을 막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들의 타구를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얼마나 빠르게 날아가는지 등 데이터를 모아봤더니, 거의 모든 타자들의 강한 타구는 당겨치는 쪽, 즉 오른손 타자는 왼쪽, 왼손 타자는 오른쪽으로 집중된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모양이 좀 이상해도 부채꼴로 펼치지 말고 한쪽으로 몰아서 수비하는 배치, 즉 '시프트'가 남는 장사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몇몇 구단들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효과가 입증이 되자 다른 구단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횟수가 폭증했고 점점 더 과감한 시프트가 등장했습니다.

작년 한국프로야구의 꼴찌는 한화였습니다.

사실 지난 12년 동안 꼴찌만 6번 하면서 수많은 명장들의 무덤이 됐었죠, 그래서 올해 또 감독을 바꿨는데 이 새 감독의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 밀워키의 수비 위치 담당 코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세계 최고의 시프트 전문가 중의 1명이었습니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에서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쓰겠다고 공헌했습니다.

그리고 실전에서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한쪽으로 내야 수비를 싹 몰고 중견수 앞에 배치된 2루수가 안타를 지우는 기상천외한 장면들을 매일 연출해서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시프트의 효과는 한국에서 훨씬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미국 야구는 한국보다 홈런과 삼진이 훨씬 많거든요.

홈런과 삼진은 수비수들이 수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수비수들이 미국보다 수비를 훨씬 더 많이 해야 돼요.

시프트가 효과가 있다면 그 효과가 발휘될 기회도 한국이 훨씬 더 많은 거죠.

시프트는 야구에 대한 100년 넘은 고정관념을 깨는 혁명입니다.

그리고 이 혁명은 어쩌면 한국 야구의 판도까지 뒤집어놓을지도 모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최대웅, 영상편집 : 남 일, CG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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