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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직장생활, 보고를 잘하는 팁은 무엇?

[인-잇] 직장생활, 보고를 잘하는 팁은 무엇?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SBS 뉴스

작성 2021.03.25 11: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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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직장생활, 보고를 잘하는 팁은 무엇?
# 보고

고민이다. 이 건을 보고해야 할지 말지 그것이 문제다. 보고하면 최고 책임자에게 크게 혼날 것 같고 보고하지 않으면 당장은 괜찮은데 나중에 혹시라도 위에서 알게 되면 더 곤란해질 수 있다. 한참을 이 건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데 B지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B지점에서 0000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처리와 대응을 이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최고 경영층에 보고하시죠."
"그런데 뭐 상무께서 이 건을 굳이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고 합니다."
"그래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관팀 및 임원분들에게는 이메일로 보고는 드리세요."

보고는 일에 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리는 것이다. 보고를 하면 그 일에 대한 책임의 소재가 변한다. 즉 보고자는 해당 이슈를 알림으로써 책임의 어느 정도를 상급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반면 보고를 받는 자는 그것에 대한 처리 책임을 오롯이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보고 받는 사람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이 들으면 신상에 좋지 않은 보고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곤 한다. 평소에 "이런 것을 왜 나한테 보고하죠? / 그래서 어쩌라고요? / 알아서 해요." 이런 말을 하거나 혹은 보고하는 건마다 상당히 질책하며 대책을 갖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호통을 치는 방법 등을 구사하면서 말이다. 이러면 밑의 사람들은 지금의 나처럼 어떤 사건을 보고해야 하냐 마느냐로 고민에 고민을 더하게 된다. 이때 또다른 큰일이 발생했다. 정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나는 고민을 멈추고 정신없이 새로 터진 일에 매몰됐다.

이틀 뒤. 사업부문장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왜 B지점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전화로 따져 물었다. 난 당황스러웠고, 해당 지점장이 본사 관련자들에게 보고를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사업부문장은 본인에게 왜 보고 안했느냐며 질책하기 시작했다. 말문이 막혔다. 내가 직접 그 분에게 보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또한 사정이 있었다. 첫째는 당시 내가 너무 바빴다. 둘째 이미 지점장이 본사 관련자들에게 다 보고했으니 그 분들이 당신에게 당연히 보고를 했을 것이니 굳이 좋지도 않은 내용을 다시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무튼 나의 묵묵부답에 사업부문장은 더 이상의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보고 체계를 다시 확립하라며 역정을 냈다.

전화를 끊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 있는데 본사 여기 저기서 전화가 왔다. 자신들이 사업부문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 명확해서 나에게 직접적으로 뭐라 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본사에 보고를 했다고 그 분에게 말한 것에 대한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 난 속으로 '화낼 사람은 난데 왜 저래. 아마도 사업부문장에게 엄청 질책을 받았나보군. 내가 참자'고 생각하며 반박하지 않았다. 어쩄든 이런 소동을 겪고 나니 이틀 전 보고할까 말까 고민했던 그 건에 대해 마침내 보고하기로 결심이 섰다. 보고하지 않았다가 괜히 또 이런 황망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신처를 지정한 후 이메일을 보냈다.

얼마 되지 않아 OO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아직 윗분에게 해당 건 관련 보고를 못했는데 갑자기 불쑥 이메일 보고를 하면 자신이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푸념을 했다. 난 이번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고 말았다.

"아니 조금 전에 (본사 관련 팀에 다 보고했음에도) 내가 직접 사업부문장에게 보고를 안했다고 혼이 났는데 이번에는 보고를 했다고 뭐라고 하시나요? 내가 동네북도 아니고, 너무들 하십니다. 휴우…"

힘이 들었다. 보고를 해도 난리, 하지 않아도 난리이니 말이다. 시간이 좀 지나 마음이 진정이 되자 난 요 며칠 동안 보고로 인해 자꾸 말썽이 일어났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첫번째의 경우는 좋은 소식이 아닌 보고는 누구도 윗사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음을 간과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고, 두번째는 보고 내용과 관련된 팀과 협의없이 보고하면 관련자들이 매우 곤란해 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소동이 난 것이다. 이 문제들이 순전히 내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난 물론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이라는 가정하에 본다면 내 보고의 핵심적인 잘못은 무얼까? 바로 누군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사실 배려 없는 보고, 그러니까 대안 없는 사실 나열형 보고, 책임 전가성 보고, 면피성 보고, 늑장 보고 같은 것은 관련자와 상급자를 화나고 짜증나게 만든다. 이런 유형의 보고는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항상 주변의 반작용에 의한 시끄러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 그랬다. "보고만 잘해도 어느 직급까지는 간다. 하지만 보고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지 않으면 그 이상으로 발돋움 하기 힘들다."라고 말이다. 명심 해야겠다.

보고로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보고 받는 분과 그 보고와 관련된 분들을 배려하면서 보고하면 더 잘 살 수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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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인잇 #김창규 #결국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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