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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 "적대세력 대처해 북중 단결 강화"…미중 갈등 속 넓어진 북한의 공간

[취재파일] 김정은 "적대세력 대처해 북중 단결 강화"…미중 갈등 속 넓어진 북한의 공간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현안을 놓고 강하게 충돌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북중 단결과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올해 초 8차 노동당대회 상황을 설명하면서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하여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습니다. 여기서 적대세력은 미국을 주축으로 한 대중국 포위 세력, 범서방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도 김 위원장의 구두친서에 대해 역시 구두친서를 보냈습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은 두 당, 두 나라,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귀중한 재부라고 하면서, 새로운 형세 하에서 조선(북한) 동지들과 손잡고 노력함으로써 중조(북중) 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두 나라 사회주의 위업이 끊임없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도록 추동하며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또 "국제 및 지역 정세는 심각히 변화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습니다.

시진핑

북한과 중국이 친선을 강조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북중 정상 간 이번 친서 교환은 시점이 미묘합니다. 앵커리지에서의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미중 대표단이 격하게 충돌하면서 미중 갈등이 표면화하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친서를 보낸 이유가 "두 당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속에 중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북한의 살 길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친서 외교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정세 분석 뒤 나온 북한의 친서 교환

지난 16일 김여정 담화, 18일 최선희 담화, 1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연일 미국에 대한 경고를 쏟아내던 북한은 주말을 지나는 동안 침묵했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는 직설적인 말을 쏟아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 국무, 국방장관의 한일 방문과 앵커리지에서의 미중 고위급회담 등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놓고 분석을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외교회담

북중 정상 간 이번 구두친서 교환은 주말을 보내며 북한이 분석한 현 정세에 대한 대처 방안 중 첫 번째 행동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격하게 부딪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북한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 굳이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북한이 내린 현 시점에서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적대세력에 대처한 북중 단결과 협력'은 북한과 중국이 협력해 미국에 대항하자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미중 갈등 속 북중 밀착, 북한의 공간 넓어져

북한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떠나 북한이 변화하는 정세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속에서는 북한이 중국에만 붙어있으면 생존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생각하는 중국이 대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생존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졌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하더라도 중국은 형식적인 비난을 할지언정 실질적인 제재는 강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천400km 가까운 북중 국경에서 중국이 북한을 봐주기로 하면 얼마든지 봐줄 수 있습니다. 북한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북중 단결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냉정하게 움직이는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도 냉정한 시각에서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것일까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물론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지만, 북한은 지금 남한을 염두에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의 행동이 머지않아 가시화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면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북한과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전략적인 대응을 사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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