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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스쿨존 초등생 사망, 예견된 참사…학교 앞 달리는 화물차들

인천 스쿨존 초등생 사망, 예견된 참사…학교 앞 달리는 화물차들
▲ 숨진 스쿨존 화물차 사고 초등생 추모하는 시민

지난 18일 한 초등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화물차에 치여 숨진 현장인 인천시 중구 한 초교 바로 앞 편도 3차로는 오늘(22일) 사실상 화물차들이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차량 직진 신호가 들어온 뒤 1분 동안 목재를 실은 트럭 등 대형 화물차 무려 6대가 이 학교 정문 바로 앞으로 우회전하거나 직진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미리 도로 우측 가장자리를 서행하면서 우회전을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가장 우측 도로인 3차로에서만 우회전할 수 있지만 가운데 차로에서 끼어들어 우회전을 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실제 이곳에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화물차 기사는 직진 차로인 2차로에서 불법 우회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스쿨존 화물차 사고 학교 인근 화물차 주차장 (사진=연합뉴스)

이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인천항만공사가 운영하는 화물차 주차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사 소유 부지인 이곳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화물차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으며, 25t 이상 대형 화물차와 트레일러 등 차량이 주차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인천항 제1·2부두와 1.1∼1.5㎞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다 해당 주차장까지 인근에 있어 화물차 통행량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학교 앞의 경우 사고가 난 도로는 운행 제한 속도가 시속 50㎞ 이하지만, 바로 옆 일방통행 골목길은 시속 30㎞ 이하로 돼 있는 등 같은 스쿨존인데도 속도 제한이 제각각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스쿨존이더라도 통행속도를 반드시 3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2조는 스쿨존의 경우 '자동차 등과 노면전차의 통행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 내 스쿨존은 모두 739곳으로 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조건을 고려해 속도 제한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학교 측은 지난 2019년 4월 인천 중부경찰서에 등·하교 시간 등 학생 통행이 잦은 시간대에 화물차를 다른 도로로 우회시켜 달라는 내용의 공문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그러나 우회도로의 차량 정체로 인해 화물차 통행 통제는 어렵다며 대신 학생들의 교육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교통 지도를 세밀히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여러 가지 도로 상황상 통행 통제는 어렵고 교통 계도에 중점을 두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학교에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교통 안전과 관련한 체험 활동 등 학생 지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숨진 스쿨존 화물차 사고 초등생 기리는 추모 공간 (사진=연합뉴스)

오늘 학교 정문 앞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허망하게 보낸 너에게…미안하다 친구야'라는 현수막과 함께 숨진 초등생을 기리는 작은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하얀 국화 옆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 초콜릿, 과자 등의 간식과 고양이 모양 인형, 초가 놓였습니다.

시민들이 남기고 간 '목련도 이제 피려 하는데 황망한 소식만 주고 떠난 너에게 미안하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어'라는 등의 글귀도 눈에 띄었습니다.

경찰은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화물차 기사 A(64)씨에게 '민식이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A 씨는 지난 18일 오후 1시 50분쯤 인천시 중구 신흥동 한 초등학교 앞에서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생 B(10)양을 25t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오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법정 앞에서 "사고 장소가 스쿨존인지 알았느냐. 왜 불법 우회전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으나 "피해 초등생을 못 봤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B 양은 당일 방과 후 수업을 들으러 등교했으며 수업 시작 전 남는 시간에 잠시 바깥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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