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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낳으려다 '집단 로드킬'…오대산 구조 작전

<앵커>

봄이 다가오면서 개구리와 두꺼비의 산란 철도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알을 낳으려고 저수지나 연못으로 이동하다가 도로에서 희생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한 산골마을 주민들이 개구리 지킴이로 나섰습니다.

조재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눈 쌓인 도로변, 안전 펜스 하단을 따라 300~400미터 길이의 긴 그물을 칩니다.

이어 도로 바깥쪽 땅에는 플라스틱 통을 묻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이동하던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통 쪽으로 몰리면서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알을 낳으려고 도로 건너편 웅덩이로 가려던 것들입니다.

[야 많다 많아.]

매일 이렇게 잡은 수백 마리를 산란지인 웅덩이에 풀어주고 있습니다.

[고광석/마을 주민 : 두꺼비가 이리로 내려오기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됐거든요. 근데 3년 사이에 두꺼비 양이 엄청 늘었어요.]

마을 주민들이 개구리와 두꺼비 구조에 나선 지 벌써 8년째.

마을 건너편 산에서 겨울잠을 잔 개구리들이 봄이면 도로를 가로질러 마을 쪽 웅덩이와 논으로 이동하는데, 해마다 수천 마리씩 차에 치이는 것을 보고 시작한 일입니다.

그동안 어림잡아 4만여 마리를 안전하게 길을 건너게 해줬습니다.

주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아 방치됐던 논에 다시 물을 대 벼농사를 지으면서 양서류들의 산란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도로 아래쪽 배수로를 넓혀 생태통로를 만들어주면서 개구리의 생존율도 높아졌습니다.

[강희진/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 : 대체 산란지로 인해서 양서류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잡아먹는 2차 포식자 수가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증가하였습니다.]

산골 다랑논과 물웅덩이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을 주민의 작은 노력이 생태계 유지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허 춘, 화면제공 :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김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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