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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하민이가 남긴 이름은 '무명녀'

9살 하민이가 남긴 이름은 '무명녀'

김희남 기자 hnkim@sbs.co.kr

작성 2021.03.19 20:48 수정 2021.03.20 08: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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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초 9살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그 아이의 친엄마가 구속됐습니다. 조사 결과 그 엄마는 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망 확인서에도 아이의 원래 이름 대신에 이름이 없다는 뜻의 무명녀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출생신고가 안돼서 학교나 병원에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습니다.

먼저, 김희남 기자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정 속 앳된 얼굴, 9살 하민입니다.

하민이는 인천의 한 연립주택에서 올해 초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민이 사진 찍고 있어. (왜요?)]

엄마는 이 영상을 하민이 아빠에게 보낸 뒤, 딸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딸을 혼자 보낼 수 없다며 아빠도 하민이의 뒤를 따랐습니다.

하민이 사망 확인서입니다.

이름이 있는데도 성명란에 무명녀라고 기재됐고 주소도, 생년월일도 없습니다.

무명녀로 불린 하민이
비극의 발단은 출생신고였습니다.

[하민이 삼촌 : 8살이 넘었는데도 학교를 못 보내고 있으니까, 출생신고를 안 했으니까 못 가는 거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하민이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이 문제로 부부 갈등은 심각해졌습니다.

10년 전부터 함께 살면서 하민이를 낳았지만, 아내에게는 법률상 남편이 따로 있었습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외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전 남편과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하면 하민이는 전 남편의 딸이 될 처지.

[하민이 삼촌 : 출생신고를 엄청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결국 안 한 거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출생신고를 못 하게 됐고 취학은 물론 복지 혜택을 못 받게 되면서 불행이 시작된 겁니다.

올해 6살, 아빠와 함께 사는 수애도 아직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입니다.

엄마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송창순/수애 아빠 (비혼부) : 병원을 가도 아무것도 안 되는 상태고요. 재난기금도 한 푼도 못 받고요.]

무엇보다 취학이 큰 걱정입니다.

[송창순/수애 아빠 (비혼부) : 교육을 받아서 더 큰 길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아빠의 마음이거든요. 다 똑같은 마음일 겁니다.]

국내 비혼부는 7천700명을 넘고 비혼 상태에서 태어나는 혼외자도 해마다 7천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제도가 사회 변화에 따르지 못해 인권과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혜선/가족관계 전문 변호사 : 존재하는데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서 각종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요. 아동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거죠.]

(영상취재 :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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