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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족 몫이라더니 '꿀꺽'…상속권 관리 구멍

<앵커>

10년 전 한 이산가족 장녀가 아버지의 유산을 북에 남아 있는 동생들에게도 상속하게 해 달라며 낸 소송을 계기로 북한 주민의 상속권도 인정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웬일인지 그때 상속 재산을 인정받은 북쪽의 동생들이 재산을 나눠 갖게 해 준 큰누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안희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평범해 보이는 백발의 남매들, 가슴에 단 김정은 총비서 배지가 북한 주민임을 짐작케 합니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따라 월남한 윤 모 씨의 북에 남은 동생들 모습입니다.

10년 전 윤 씨는 한국에서 아버지가 100억 원대 유산을 남기자 북에 있는 동생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며 한국의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조정이 성립되면서 북한 주민의 상속권이 처음 인정됐고, 북한 주민 상속 재산을 정부가 관리하는 남북가족특례법도 제정됐습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뒤 이번에는 북한 동생들이 윤 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윤 모 씨 남동생/북한 평안남도 거주 (2018년) :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안남도 ○○시 ○○에 사는 윤○○입니다. 남조선에 있는 조종환 변호사에게 (소송 관련) 모든 것을 위임하는 데 동의합니다.]

자신들 몫인 35억 원대 상속 재산을 윤 씨가 17억 원짜리 자기 부동산과 맞바꾸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동영상과 여러 확인서를 법정에 보냈고, 재판부도 이걸 증거로 받아들여 윤 씨에게 동생들 재산을 되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원상복구는 불가능한 상황, 윤 씨가 동생들 몫의 재산을 이미 다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법에 따라 임명된 법정관리인이 북한 주민 상속 재산이 훼손되기 전 미리 손을 썼어야 했지만, 북한에 연락하기가 쉽지 않아 의심이 들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윤 씨 경우처럼 북한 동생들과 직접 연락이 닿아 소송까지 진행한 경우조차 매우 이례적이라는 얘깁니다.

[조종환/북측 가족 재산관리인 : (운 좋게) 북한 주민 본인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정부가) 어떻게든 조사했더라면 적어도 상속재산 중 상당 부분 남아 있지 않았을까.]

결국 현행 제도로는 북한 주민들의 상속권을 인정을 해도, 현실적으로 관리하는데 구멍이 있다는 얘기인데, 법무부는 이런 제도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소영, CG : 서동민·박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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