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성 중독'에 무게 둔 美 경찰…'증오범죄' 외면에 반발

<앵커>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국계 4명을 비롯해 모두 8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피의자의 말만 듣고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애틀랜타에 가 있는 김윤수 특파원 리포트 보시고 이어서 현장 연결하겠습니다.

<기자>

그제(16일) 오후 5시 47분, 다급한 신고 전화가 911에 접수됐습니다.

숨어서 신고하는 듯 목소리를 잔뜩 낮췄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911 신고 전화 : 빨리요. (범인이 어떤 특징이 있나요?) 지금 숨어야 할 것 같아요. 이쪽으로. 제발. (남자예요, 여자예요?) 총을 가지고 있어요.]

경찰이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마사지 업소 2곳에서 한인 여성 4명이 총에 맞아 숨진 뒤였습니다.

피의자는 21살 로버트 에런 롱인데, 차량에 GPS가 설치돼 있다는 피의자 부모의 결정적 제보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범행 하루 전날 총기를 구입했고,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플로리다로 가려고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롱은 경찰 조사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때문이 아니라 성 중독증이 있는 자신이 마사지 업소에 유혹되는 걸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레이놀즈/미 체로키카운티 보안관 : 피의자는 잠정적으로 성 중독증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마사지 업소를 과거에 종종 방문한 걸로 보입니다.]

그러자 미국 사회 곳곳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피의자가 평소 SNS에 중국을 거악, 싸워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등 인종 범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해당 마사지 업소와 거래했던 한 교민은 그의 진술을 의심했습니다.

[미 애틀랜타 교민 : 21세면 소득이 그런 데 들락날락할 만한 충분한 소득도 없을 거고, 어린 친구들이 오면 가끔 돌려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현지 경찰이 범죄 동기가 성 중독 때문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피의자에게 정말 나쁜 날이었다며 두둔하듯 말한 걸 두고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김선탁)

---

<앵커>

애틀랜타가 연결돼 있습니다. 김윤수 특파원이 지금 있는 곳이 이번 총격 사건이 일어난 곳인가요?

<기자>

네, 제 뒤로 사건이 벌어졌던 마사지 업소의 간판들이 보이실 텐데요,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서 취재진들 모습이 많지는 않은데 어제 낮까지만 해도 현지 주요 언론들도 많이 이곳에 나와서 취재를 했습니다.

이 사건 현장에 헌화를 하면서 추모하는 미국 시민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꽃도 어제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애틀랜타 동양인 증오범죄

<앵커>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서 거기 사시는 한국 교민들 굉장히 걱정이 클 것 같습니다.

<기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한인 상가와 거주지가 밀집돼 있어서 불안감이 아무래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애틀랜타 한인회와 한국계 주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게 이곳만의 분위기는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하루 평균 11건 정도의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신고된 것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면서 비난 전략을 이어간 게 이런 현상을 더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앵커>

그런 인종 증오 범죄에 대해서 오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부분이 있죠.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크게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바이든/미국 대통령 : 저는 지난 몇 달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잔혹 행위의 문제를 얘기해왔습니다. 너무나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해리스 부통령도 희생자들을 위로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시아계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있고,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 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은하, 영상편집 : 조무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