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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로나 1년' 라오스 교민 생활고…보도 이후 따뜻한 마음 모아준 시민들

[취재파일] '코로나 1년' 라오스 교민 생활고…보도 이후 따뜻한 마음 모아준 시민들

김민정 기자 compass@sbs.co.kr

작성 2021.03.18 09: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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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라는 나라를 처음 제대로 접한 건 몇 해 전 여름 휴가 때였습니다. 이미 여행객들의 성지가 된 방비엥, 루앙프라방, 그리고 비엔티엔을 저도 한 번 다녀왔는데요, 한 유명 여행 예능프로그램에서 라오스를 다뤄서인지 한국 사람들이 참 많아 놀랐던 기억이 선합니다. 그곳의 상권은 오롯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었습니다. 제조업 등 기타 산업 기반이 취약한 국가라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겠죠.

[취재파일] '코로나 1년' 라오스 교민 생활고…보도 이후 따뜻한 마음 모아준 시민들
그렇게 기억 뒤편으로 잊고 지내던 라오스라는 국가를 다시 떠올린 건 얼마 전 한 통의 제보를 받고 나서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적자를 견디다 못한 라오스 교민들이 밥을 굶고, 살던 곳에서 내쫓기다시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단 내용이었습니다.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것과 달리, 이 교민들은 라오스 정부의 지원 대상도 아니고 국내 거주 요건이 안 돼 우리 정부의 지원 대상도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홀로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고 했고, 심하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의 코로나 피해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어서, 한 명 한 명 화상 인터뷰로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갈 수도 없고, 버티는 것밖에…코로나 종식만이 희망"

라오스는 17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8명입니다. 사실상 '코로나 청정국'에 가까울 정도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건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해 3월부터 라오스 정부가 국경을 폐쇄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들고 나는 비행기도 통제하기 시작해 특히 입국 비행기는 두어 달에 한 번씩 뜨는 비정기편만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비행기 삯도 덩달아 뛰었습니다. 코로나 초기 한국에 머물 곳이 있거나 여윳돈이 있는 한국 교민들 상당수가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 추산으로는 전체 교민 3천여 명 가운데 현재 절반이 돌아가고 1천500여 명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런 귀국이 허락됐던 건 아닙니다. 한국에 연고가 없거나 코로나19 검사 비용과 격리 비용, 체류 비용을 마련할 여윳돈이 없었던 교민들은 메르스 사태처럼 몇 달만 참으면 지나가겠거니, 스스로를 위안하며 매달 적자를 버텼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젠 수중에 돈이 없어 비행기 삯 마련도 어렵고, 현지에서 버티자니 생계조차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취재파일] '코로나 1년' 라오스 교민 생활고…보도 이후 따뜻한 마음 모아준 시민들
화상으로 인터뷰한 교민들은 코로나19 전까진 소중한 하루하루 일상을 영위해나가는 평범한 이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국 공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5년 전 퇴직금을 투자해 라오스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 60살 조연우 씨는 현재 국민연금 조기 수령을 신청해 현지에서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 재산을 털어 넣은 게스트하우스를 양도하고 귀국하고 싶어도,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어 코로나19 종식만 기다리며 버틴다고 했습니다. 몸이 아픈 아들을 보살피며 한인 투어식당을 7년째 운영했던 56살 김영태 씨. 큰돈은 아니지만 식당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딸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노라며 웃어 보였지만 코로나19로 투어식당은 폐업했고, 당장 다음 달 아픈 아들과 함께 묵을 곳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오랜 여행사 생활 끝에 모은 돈으로 작은 여행업과 라텍스 사업을 했다고 한 65살 김창호 씨는 체류 비자 갱신 비용이 없어 최근 미등록 외국인으로 지내기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들은 "산 입에 거미줄이라도 치겠냐"며 힘들어도 버텨보겠다 했지만,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 절망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대사관 · 외교부 "안타깝지만 방법 없다"

이렇게 생활고를 겪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정우상 재라오스 한인회장에게 물었습니다. 정 회장은 "남아 있는 교민의 20~30%는 상당히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머물던 곳의 방세를 여러 달 못 내 현지인 집주인과 분쟁 끝에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었고, 코로나19가 터지기 한 달 전 한인 식당을 개업해 열자마자 폐업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극단적 선택을 한 교민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취재파일] '코로나 1년' 라오스 교민 생활고…보도 이후 따뜻한 마음 모아준 시민들
현지 대사관에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와 통화한 대사관 영사들은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어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최근 안타까운 사연이 여럿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대사관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도울 방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대사관이 쓸 수 있는 관련 예산과 본부 지침이 없기 때문이란 겁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한 50대 가이드에게 허드렛일을 하며 머물 수 있는 곳을 알아봐 줬는데, 이 정도가 대사관이 선의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관련 법규를 찾아봤더니 긴급 구난 활동비라는 게 있더군요. 현지 대사관이 긴급한 상황에서 교민 등에게 지원할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메르스가 터졌던 2015년 당시 외교부 예규에는 이 돈을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현지 교민들의 어려움에 쓸 수 있도록 돼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2018년 들어선 이 예규에 전염병 항목이 빠졌습니다. 올해 새로 생긴 영사조력법에는 지급 요건 등이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외교부 담당 공무원은 SBS와의 통화에서 "바뀐 현행 법규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교민들의 어려움을 조력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타깝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보도 이후…따뜻한 마음 모아준 시민들

기사는 썼지만, 대안을 모색하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 힘 있고 돈 있는 기관이 움직이기 전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먼저 모였습니다. 기사를 보고 작은 성의라도 후원하고 싶다는 시청자들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라오스친선협회에서도 라오스 한국 교민들을 돕고 싶다고 알려왔습니다. 협회 측 도움으로 후원 계좌를 개설해 협회 쪽에서 쾌척한 700만 원과 함께 일부 시청자들이 성금을 후원했습니다. 이 성금은 재라오스한인회에게 전달돼 생계가 곤란한 현지 교민들에게 지원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 세금도 안 내는데", "한국 싫다고 떠난 사람 아니냐"…
기사에 댓글로 달린 예측 가능한 반응들 속에… 따뜻한 마음을 모아준 분들의 말은 심플했습니다.
 
"힘들 때 서로 도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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