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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에 은퇴합니다"…'파이어족' 꿈꾸는 사람들

<앵커>

젊을 때부터 돈을 바짝 많이 모아서 40대 초반쯤에 일찍 은퇴하겠다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 때문에 요즘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와 우리 사회의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도 사람들이 일찍 은퇴하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내용,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2살 이 모 씨는 지난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공기관을 그만두고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습니다.

40살 은퇴를 위해 직장 월급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평일 저녁 배달,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모 씨/'나는 파이어족이다' 카페 운영자 : 전체 수입으로 계산해보면 평균 80% 이상은 투자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자고 있어도 소득이 나오는 시스템 수익(별다른 노동 투입 없이 자동으로 얻는 수익)으로 배당주 투자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야근이나 회식, 불필요한 사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도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30대 직장인 : 야근이나 이런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강제하는 부분이잖아요. 그런 걸 할 때마다 '아, 내가 약간 돈을 벌기 위해 내 시간을 판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 절약하고, 부업하고, 돈 버는 법을 공부합니다.

[30대 직장인 : 한 때는 부자가 돼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은 목적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돈이 너무 많다고 그만큼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가족하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의 첫 글자를 딴 '파이어족'은 40대 초반까지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돈을 모아 은퇴 자금을 준비하는 이들을 가리킵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 중입니다.

그렇다면 돈은 얼마나 모으면 된다고 생각할까요.

매년 필요한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된다는 이야기가 파이어족 사이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보통 미국 파이어족들은 매년 생활비를 4만 달러를 잡고 그 25배인 100만 달러, 우리 돈 약 11억 원을 은퇴 기준으로 삼고는 합니다.

그런데 10억 원이 넘는 돈을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형 파이어족'이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를 이용해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은퇴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일과 직장에 대한 가치관 변화입니다.

과도한 노동과 합리적이지 않은 조직문화가 젊은 세대로 하여금 직장에서의 해방을 꿈꾸게 했습니다.

[이택광 교수/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 일단 '욜로'만 하더라도 연금이라든가 이런 걸 들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거잖아요. 근데 파이어족은 없어요. (지금은) 노후 설계의 위험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인생은 도박이다'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파이어족들에게 잘 알려진 이 자매는 은퇴한 지 6년이 됐습니다.

[신현정/'파이어족의 재테크' 저자 : 저희가 하던 일의 특성상 감정노동의 강도가 되게 심했어요. 특히 3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됐거든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항상 저희를 따라다녔어요.]

삶은 분명히 나아졌지만, 은퇴가 마치 끝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신현정/'파이어족의 재테크' 저자 : 파이어족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저희가 만약 가장 중요한 걸 뽑으라고 한다면 왜 파이어족이 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해야 되는 것 같아요.]

[김진웅/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 정확히 얘기하면 은퇴보단 경제적인 자유를 달성하고자 하는 거죠. 경제적 자유가 목적이 되는 거지, 사실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그만두고 싶지 않다' 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돈 모으는 데 극단적으로 몰입하면서 현재의 삶을 잃어버리기보다는, 삶의 주도권을 찾아 행복해지겠다는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초아, 작가 : 김유미·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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