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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쐈다" 41년 만의 사죄…안아준 유족

<앵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총에 맞아 숨진 희생자 유족을 찾아가 엎드리며 눈물로 사죄했습니다. 유가족은 늦게라도 사과를 해줘 고맙고 용기 있게 나서 줘 고맙다며 40년 전 공수부대원을 꼭 안아줬습니다.

KBC 김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접견실에 들어선 노년의 남성.

유족과 얼굴을 마주하자 이내 바닥에 엎드려 오열합니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로 41년 전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전 공수부대원 : 죄송합니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1980년 5·18 당시 7공수여단 33대대 소속으로 광주에 투입된 A 씨.

광주시 외곽 차단 업무를 맡은 A 씨는 군인들을 보고 도망치던 민간인에게 총을 쏴 사살했습니다.

희생자는 당시 25살이었던 박병현 씨였습니다.

고 박병현 씨는 1980년 5월 23일 광주에서 고향인 보성으로 가기 위해 지금의 광주시 남구 노대동 인근을 지나가다 공수부대원이 쏜 총에 희생됐습니다.

박 씨의 희생에 대한 진실은 최근 5·18진상규명위원회의 추적 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희생된 날짜와 장소, 시간을 특정해 인근에 투입된 부대를 파악했고 당시 근무자들을 일일이 대조해 A 씨를 확인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며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유족들은 용기 있게 나서줘 고맙다며 A 씨를 따뜻하게 안아줬습니다.

[박종수/고 박병현 씨 형 : 마음 편히 사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제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 이런 마음으로 정말 용서를 하고 싶어요.]

[송선태/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 : 현재 추적 중인 사건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두 건 정도 있어요. 그런 것(제보)들이 계속 이어질 거로 봅니다.]

가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이 40년 넘도록 이어져 온 상처와 아픔을 씻고 5·18의 진실을 찾는 새로운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손영길 KBC, 화면제공 :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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