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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용산구청장, 이해충돌" 판단한 권익위…"위반" 통보가 끝?

국민권익위, 용산구청장에 "행동강령 위반 결론…'이해충돌' 판단"

- '사적 이해관계 신고 · 직무 회피' 조항 위반…위반 통보가 끝?
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차 조명을 받고 있는 게 있습니다. '이해충돌' 문제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은 2013년 국회에 처음 제출됐지만 현재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그리고 이들의 가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일까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여겨진다는 세평도 있습니다.

그제(16일) SBS가 보도한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의 건물 보유 논란과 관련해 국민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논란이 빚어진 것은 용산구 한남뉴타운 4구역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 때문입니다. 성 구청장은 2015년 1월 한남뉴타운 4구역 재개발 조합 설립을 인가한 뒤 같은 해 7월에는 약 20억 원을 들여 자신과 두 아들 명의로 그 건물을 사들였습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건물의 현 시세는 약 30억 원가량입니다.

성 구청장은 용산구에서 34대·38대·39대 구청장 업무를 했고, 현재(40대 구청장)도 구청장입니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재개발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용산구청장이 주택 매입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권익위에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권익위

권익위는 15일 전원회의를 통해 성 구청장이 '서울특별시 용산구 공무원 행동강령' 5조인 '사적 이해관계의 신고 등'의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권익위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용산구 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에서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직무에서 회피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해충돌방지 규정 위반'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권익위의 설명입니다.

권익위가 문제로 지적한 해당 조항은 사실 2018년 6월 행동강령이 개정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성 구청장의 건물 구매 이후 만들어진 셈이어서 혹시 의문이 남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권익위는 매입 당시엔 해당 조항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조항이 신설된 이후에도 성 구청장이 여전히 건물을 보유하고 있고 구청장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상 이런 신고를 받는 주체는 기관장입니다. 그렇다면 성 구청장은 본인에게 '셀프 신고'를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니라는 게 권익위의 설명입니다. 기관장이 이해관계 당사자일 경우에는 기관 내 감사 담당관과 상의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또 무작정 알린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해진 양식에 맞춰 신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고 뒤에는 신고자가 이 업무를 계속해도 될 것인지 결정하는 절차가 뒤따릅니다. 업무를 일시 정지할 수도 있고 공동 담당자를 지정하거나 대리자를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 다른 경우의 수도 가능하지만,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신고와 그에 따른 후속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국민권익위는 성 구청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확정하고 감독기관인 서울시에 이를 통보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실상 이 절차가 끝입니다. 일반 공무원이 행동강령 위반으로 기관 통보조치를 받으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해임 또는 파면까지도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만큼 인사위원회 등을 열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 구청장과 같은 선출직에 대해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서울시장이 구청장의 인사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종의 '사각지대'인 셈인데 국민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었다면 상황은 좀 달랐을 것으로 봤습니다. 국민권익위 한삼석 부패방지국장은 "이번 용산구청장 사례의 경우 이해충돌 결정이 있어도 징계나 처벌이 불가능해 공직자의 이해충돌에 대해 제도적 한계가 있다.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법안에는 과태료, 형벌 등 제재 수단을 마련해놓고 있어 국회를 통과한다면 보다 실효적인 이해충돌 방지 장치가 가동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여당은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포함한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5법'을 3월 임시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요?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사진=용산구 제공, 연합뉴스)

성장현 용산구청장 "권익위 판단 존중…사적 이해관계 신고할 것"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판단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즉각 구 행동강령책임관(감사담당관)에 저의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향후 조그마한 이해충돌도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직무 회피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용산구 사무전결 처리 규칙에 따라 도시계획 사무 집행의 권한과 책임을 소관 국장에게 위임, 전결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구청장의 이해충돌 발생 소지를 막아왔기 때문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해충돌"이라고 규정한 권익위와 달리 성 구청장은 이번 사안이 "단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는 지점입니다만, 어쨌거나 현행법상으로는 이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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