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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죄의 책임을 지고 지옥으로 가겠다, 통쾌하잖아요!"

[초대석] 국내 최초 '여성 파우스트' 배우 김성녀의 도전

<앵커>

70의 연세에도 무대에 올라 연기에 열정을 불태우는 분이 있습니다. 연극 파우스트 엔딩에서 국내 처음으로 여성 파우스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김성녀 선생님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나출] 국내 최초 '여성 파우스트' 배우 김성녀

Q. 1년 연기 끝에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는데?

[김성녀/배우 : 4월 3일 공연이 개막 공연이었는데 제가 3월 30일에 연습실에서 마지막 연습 리허설을 하면서 넘어졌어요. 그래서 탈골이 됐고, 골절이 됐는데 저 때문에도 못 했지만 그때 코로나가 심해서 극장이 다 문을 닫는 바람에 공연이 무산됐고… 그래도 1년 뒤에 다시 하게 됐는데. 제 생각에는 제가 넘어진 게 신의 계시인 것 같아요. 전화위복이 돼서 올해 이렇게 한 달을 쭉 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나출] 국내 최초 '여성 파우스트' 배우 김성녀

Q. 연극 '파우스트 엔딩'…어떤 작품인지?

[김성녀/배우 : 괴테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해 재창작한 작품이에요. 학문에 환멸을 느끼고 인간에 대한 모순에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으로 자살을 택하려던 파우스트가 악마와 계약을 해서 영혼을 팔아 열정을 갖게 해 주면 내가 너하고 계약을 하겠다 해서. 하여튼 노력하면서 방황하는 삶, 욕망의 길을 가다가 결과적으로 신의 구원을 받는 게 원작이지만, 여기서는 파우스트가 내가 종말을 부른 죄를 기꺼이 짊어지고 지옥으로 가겠다고 하면서 엔딩이 되는, 그러니까 파우스트적 결말을 갖는 게 좀 바뀐 작품입니다.]

Q. '여성 파우스트'…이 작품 선택 계기는?

[김성녀/배우 : 저도 파우스트 하겠냐고 연락이 와서 제가 젊은 역할을 거기서 할 수도 없고, 제가 거기서 뭘 합니까 그랬더니 파우스트 역이래요. 그래서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건 나한테 기회다. 도전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겠다. 그리고 정말 파우스트처럼 열정이 생기고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그래서 덮어놓고 하겠습니다 하고 연출을 만났어요. 배우로서는 너무 영예로운 작품일 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진짜 기뻤습니다, 처음에.]

[나출] 국내 최초 '여성 파우스트' 배우 김성녀

Q. 원작에서 '남성'인 역할…어려운 점 없었나? 

[김성녀/배우 : 남성적으로 해야 하는가, 여성으로 가야 되는가 이런 고민을 엄청 하다가 아, 그러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인간 파우스트로 가보자. 그러니까 노학자가 여성일 수도 있으니까. 인간으로 가면 김성녀라는 배우가 표현하면 되는 거니까. 그때부터 가는 길이 보였어요. 그래서 하다 보니까 아마 보는 사람들은 다양하게 보시겠지만 중성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Q. 인형 '들개' 화제…단순 소품이 아니라던데?

[김성녀/배우 : 파우스트에는 이 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자 해서 호흡을 하는 인형을 만들었어요. 배우 두 명이 붙어서 배우와 인형이 교감하면서 숨을 쉽니다. 그런데 등나무로 만든 퍼펫이 굉장히 큰 퍼펫인데, 이런 것들이 숨을 쉬면서 달려들고 눈에서 빛이 나오고. 그러니까 배우가 17명이 나오는데 퍼펫까지 하면 한 스물 몇 명의 배우들이 무대에서 하는 것처럼, 굉장히 배우보다도 퍼펫이 더 주인공같이 보이는.]

[나출] 국내 최초 '여성 파우스트' 배우 김성녀

Q. 관객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길 원하는지? 

[김성녀/배우 : 노력하면서 방황한다라는 파우스트의 유명한 대사가 있듯이 파우스트가 아무리 실수를 많이 하고 방황을 하면서 헛된 짓을 했어도 노력하면서 했던 것들이 아름답다 해서 신한테 구원을 받잖아요. 그런데 파우스트 엔딩에서는 구원을 받는다는 건 정말 공평하지가 않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져야 되는 나의 죄업은 내가 안고 구원을 마다하고 지옥으로 가겠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저는 연습할 때부터 그 장면이 굉장히 통쾌했어요. 그러니까 요즘 세상에 책임 안 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냥 어설프게 있다가 구원받으면 좋아할 수 있을까?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서 21세기적 결말, 또 파우스트적 결말이 자기가 죄를 지은 거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지옥으로 가겠다 한 것이 아마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통쾌해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목표나 소망이 있다면?

[김성녀/배우 : 이제 70세가 넘으니까 70이 주는 연륜, 여태까지의 경험이 쌓였던 탑들을 가지고, 연극이라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영원한 아날로그고, 찾아오시는 관객분들이 너무너무 고맙거든요. 그래서 그 고마우신 관객들한테 연륜이 주는 연기의 맛. 깊고 굵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제가 보여드릴 수 있을까 그걸 화두로 삼고 건강해서 90이든 수가 다할 때까지 무대에 서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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