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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투기 의혹과 불공정…공정한 北 '사유화'는?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투기 의혹과 불공정…공정한 北 '사유화'는?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1.03.17 09:23 수정 2021.03.17 22: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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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공적 정보를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개인 재산의 인정과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에 기반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재산의 상당 부분을 불공정하게 취득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체제에 대한 신뢰는 저하됩니다. 열심히 노력하기보다 연줄과 요행이 중요하다는 냉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면 공동체의 토대마저 불안정해집니다. '공정'이라는 가치가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통일 초기 북한 지역 공정성 화두는 사유화

우리 사회가 지금 일부 인사들의 불공정한 투기 의혹에 분노하고 있다면, 통일 초기 북한 지역에서 재산 문제와 관련해 제기될 공정성의 화두는 '사유화'가 될 것입니다. 개인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북한에서 투기와 같은 재산 증식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개인 재산을 인정하는 절차인 사유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유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유화'란 말 그대로 사유, 즉 개인 소유화를 한다는 의미인데, 사회주의에서 살아왔던 북한 주민들이 개인 재산을 갖도록 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왔던 남한 사람들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개인 재산이 인정되지 않았던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들에게는 통일 초기 개인 재산을 갖게 해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남북이 자본주의 체제로 통일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개인 재산을 갖도록 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인에게 보통 실질적인 자산의 의미를 갖는 것은 토지나 주택, 기업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사유화는 현실적으로 토지나 주택, 기업과 같은 주요 자산들을 개인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통일 이후 북한 지역 사유화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토지, 주택, 기업의 사유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또 해방 이후 북한에서 재산을 몰수당하고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재산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이 주요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북한의 주택들 (사진=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체제가 70년 이상 지속돼 왔고 북한 주민들이 기여(사회주의 체제에 기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나라의 물적 생산에 기여했다는 의미)해온 부분이 있는 만큼,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자산을 적절히 분배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동독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도 동독의 국유재산을 동독 주민들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문제는 사유화를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공정한가 하는 것입니다.
 

일부만 혜택 받은 귀속재산 불하

사유화의 공정성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해방 이후 귀속재산 불하 과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귀속재산이란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국내에 남기고 간 재산으로 정부 재산으로 귀속된 것을 말합니다.

미 군정은 이러한 귀속재산들을 민간에 불하했는데 민간에 불하된 귀속 사업체 수는 2천700여 개에 달했습니다. 그럼, 누가 이런 귀속 사업체들을 불하받았을까요.

미 군정이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사업체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귀속 기업을 불하받았을 때 기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뜻입니다. 해방 전의 기업들을 해방 후에도 존속시키는 것이 필요했다고 본다면, 경영 능력을 귀속재산 불하의 우선 고려 사항으로 삼은 것을 크게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영 능력을 우선 고려사항으로 삼으면서 귀속재산 불하의 우선순위는 해당 기업의 관련 인물들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해방 전 해당 기업의 주주나 경영진, 직원 등 업체의 연고자들과 일제 하 은행원과 관료를 역임했던 사람들이 귀속재산 불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습니다. 해당 기업과 연고가 있다고 해서 경영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과 전혀 관련 없는 인물보다는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므로 경영 능력 평가에서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정부가 제정한 '귀속재산처리법'을 보더라도 "귀속재산은 합법적이며 사상이 온건하고 운영능력이 있는 선량한 연고자, 종업원…" 등에게 우선적으로 매각한다고 돼 있어 경영 능력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귀속재산을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매각한 것이 공정한 것일까요.

귀속재산은 원칙적으로 보자면 일제 식민지 속에서 고통받았던 한국인 전체가 공유해야 할 자산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 땅에서 일군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 군정이나 정부는 경영 능력을 우선시해 관련 연고자에게 귀속재산을 선별적으로 분배함으로써, 이를 불하받은 사람들은 해방 이후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되었습니다. 해방 후 귀속재산을 불하받은 사람들 중에는 재벌로 성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귀속재산 불하가 한국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국인 전체가 공유해야 할 자산이 일부 인사들에게만 불공정하게 분배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적절한 자산 비교적 공평하게 분배해야

귀속재산 불하가 공정했느냐는 논란이 있듯이 북한 지역 사유화 과정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유화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요. 단순히 말하자면 적절한 수준의 자산을 비교적 공평하게 분배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았던 체제인 만큼 특별히 기득권을 인정해줘야 할 계층이 없습니다. 또, 해방 이후 독립운동가가 우선적인 대우를 받아야 했듯이(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지만)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서 우선권을 인정받아야 할 계층도 없습니다. 북한도 많이 시장화된 만큼 장사 등을 통해 큰돈을 번 사람들도 있으나, 권력과 결탁해 큰돈을 번 사람들의 기득권을 통일 정부가 인정해줘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토지, 주택, 기업에 대한 사유화 작업을 진행하되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절한 자산'을 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인 보상을, 이를 초과하는 사람에게는 세금이나 다른 형태로 자산이나 수익을 환원받는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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