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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려워"…만만한 남한 두들기는 북한

[취재파일] "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려워"…만만한 남한 두들기는 북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1.03.16 10:35 수정 2021.03.16 16: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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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려워"…만만한 남한 두들기는 북한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한미군사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김여정은 남한 당국이 북한이 반대하는 한미훈련을 강행했다면서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남한 당국이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주장한 북한은 남한이 "붉은 선" 즉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섰다며,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것과 같은 남북 화해의 분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김여정, 남북 관계 단절 예고

실제로 김여정은 남북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듯한 조치도 예고했습니다.

먼저,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약칭 조평통으로 불리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노동당 외곽 기구에서 북한의 정부 기구로 격상된 남한 통일부의 파트너입니다. 남북이 장관급 회담을 할 때 남한에서는 통일부 장관, 북한에서는 조평통 위원장이 회담에 나섭니다. 남북의 공식 대화 창구인 조평통을 없애겠다는 말은 남한과 대화할 생각이 당분간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또, 남한 당국과는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동당 외곽에서 남한을 상대하는 기구들도 없애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북한은 남북군사합의서의 파기까지 거론했습니다. 김여정은 "앞으로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 당국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군사합의서 파기를 '예견'하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은 시점이 언제냐가 문제일 뿐 군사합의서 파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국에도 한마디 했습니다. 김여정은 "(미국이)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시차가 낮밤이 바뀌어 있는 만큼,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미사일 등을 쏘아대며 미국의 밤잠을 설치게 하겠다는 주장입니다.
 

만만한 남한 두들겨 미국 저강도 압박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미훈련은 이미 지난주부터 시작됐고 이번 주에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뒤늦게 강한 비난 담화를 낸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내일(17일)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무·국방장관의 한일 방문을 계기로 대북정책이 한층 윤곽을 잡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으로서는 바이든 정부의 주요 각료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에 대미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미국에 대한 메시지는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편하게 잠을 자고 싶으면 잠 설치게 할 일을 하지 말라는 정도이니 얼마나 절제된 톤입니까.

반면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는 심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만만한 남한을 두들기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셈입니다. 남한과의 관계를 파탄내고 군사 긴장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으니 '섣불리 건드리지 마라'는 것이 북한이 미국에 하고 싶은 말로 보입니다.
 

남북 관계 당분간 호전 어려울 듯

북한의 의도야 어쨌든 남북 관계는 당분간 호전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개선시켜봤자 얻어갈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남한과는 방역 차원에서도 접촉에 부담이 있을 것입니다. 임기말 정권과 관계를 발전시켜봤자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북한은 예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도 합니다.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의 폐지를 거론한 만큼 조만간 관련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북군사합의서 파기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시권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을 상대로 한 ICBM이나 SLBM 발사, 신형 잠수함 등의 공개는 내일 방한하는 미국 장관들의 메시지를 봐가며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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