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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내몰리고 불법체류 전락…벼랑 끝 교민들

<앵커>

태국과 베트남 사이에 위치한 라오스에는 원래 우리 국민이 한 3천 명 정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관광지에서 한국인 식당이나 여행 일을 하던 사람들인데 코로나로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그 교민 숫자도 이제 절반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남은 사람들 가운데는 삶의 터전을 잃고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가기 어려운 교민도 있습니다.

먼저, 김민정 기자가 그 실태를 전해드립니다.

<기자>

방비엥, 루앙프라방 같은 관광지로 유명한 라오스, 지난해 3월부터는 여행객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65살 김창호 씨는 30년 동안 여행업계에서 일해 모은 퇴직금으로 작은 여행사를 차렸는데 눈덩이처럼 쌓이는 적자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회사 문을 닫고, 지금은 월세 7만 원짜리 작은 방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생활비는 거의 떨어졌고, 밥과 고추장만으로 끼니를 때운 지 수 주째라고 합니다.

[김창호/라오스 현지 여행사 운영 : 생수를 사 먹을 돈이 없기 때문에 물도 한 통을 사서 거의 보름에서 20일 정도를 먹고 있습니다.]

7년 동안 아픈 아들을 보살피며 한인 식당을 하던 김영태 씨 사정도 마찬가지.

식당 규모를 줄이고 식당 한 편으로 살림살이까지 옮기며 씀씀이를 줄였지만, 곧 이곳마저 비워줘야 합니다.

아들을 봐서라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지만 설움이 북받칩니다.

[김영태/라오스 한식당 운영 : 옛말에 이런 말이 있잖아요.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어요. 어떻게든 버티겠죠, 뭐.]

이들에게는 귀국하라는 말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끼 식사마저 쉽지 않은데 비행기 삯과 코로나 검사비, 한국 체류 비용은 너무나 큰 부담입니다.

[정우상/재라오스 한인회장 : 극단적인 선택한 분도 한 분 계시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그럽니다.]

3천 명이었던 교민 가운데 현재는 1천500명 정도가 라오스에 남아 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벼랑 끝에 서서 코로나 종식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연우/게스트하우스 운영 : 코로나 끝나는 것밖에는 희망이 없는데 그게 언제 될지 모르니까 너무 암담한 거죠. 애들이 깜짝 놀라서 '아, 우리 엄마 또 돈 빌리려고 하나보다', '돈 달라고 하나보다' 할까 싶어서 (안부) 전화를 못 하겠는 거예요. 그런 게 제일 가슴 아프고….]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박선수, 화면제공 : 재라오스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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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민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Q. 왜 라오스 교민들이 유독 더 힘든가?

[김민정 기자 : 라오스는 유럽 같은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에 대한 복지 인프라가 워낙 부족합니다. 게다가 관광업 비중이 높은데 다른 산업 경쟁력은 워낙 취약해서 교민들의 타격이 더 컸습니다. 인접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했는데요, 교민들이 모인 SNS를 제가 들어가 보니까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Q. 도움 줄 수 있는 방법 없나?

[김민정 기자 : 현지 대사관이 긴급한 상황에서 교민 등에게 지원할 수 있는 긴급구난활동비라는 게 있기는 합니다. 메르스가 있던 2015년 당시에는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이 긴급구난활동비를 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부터는 전염병 항목이 빠졌고 이후에 지급 기준도 더 엄격해졌습니다. 제가 현지 대사관이랑 외교부에 직접 문의를 해봤는데요, 안타까운 사정은 잘 알겠지만 현행 법규상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Q. 라오스 교민 도울 방법, 전혀 없나?

[김민정 기자 : 교민들은 라오스 정부의 지원 대상도 아니고 국내 거주 요건도 안 돼서 우리 정부의 재난지원금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일종의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죠. 이분들 중에는 퇴직금을 들고 또 뒤늦게 건너간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 지역 물가가 굉장히 낮아서 한 달에 10만 원 정도만 지원을 해도 당분간 버틸 수는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교민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만큼 우리 정부도 구제 방법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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