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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나 떨고 있니?…김상욱 '떨림과 울림'

[북적북적] 나 떨고 있니?…김상욱 '떨림과 울림'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1.03.14 07:58 수정 2021.03.14 08: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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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83 : 나 떨고 있니?…김상욱 '떨림과 울림'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산다.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 인간

겨울이 어색하고 봄이 완연히 자연스러운 그날, 그 순간이 드디어 왔습니다. 계절의 변화에는 늘 울림이 있어요. 저는 '울림이 있다'라는 이 표현을 꽤 좋아합니다. 울리는 건 소리가 나는 것이지만 흔히 마음의 움직임을 은유하며 쓰죠. 마음을 울리는 것, 감동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합니다.
 
다른 언어로 세상을 본다는 것, 그건 떨리고 또 울림이 있는 일일 거예요.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러할 테고 그저 인문학이 아니라 물리학이라는 언어로 본다면? 그 울림은 어떨까 살짝 체험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물리학자가 물리학이라는 언어로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책, 김상욱 교수가 쓴 [떨림과 울림]이 이번 북적북적의 선택입니다.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엄청난 우주의 신비를 알게 됩니다." 저자 소개 맨 윗줄에 적힌 이 문장 또한 물리학의 언어 표현일까요? 저자는 수년 전 '알쓸신잡'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더 친숙한 인물이 됐지만 그 전부터도 '과학 하고 앉아있네',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의 양자공부' 같은 대중 과학서로 알려진 책 쓰는 물리학자였습니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사진은 마음을 울리고,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는 심장을 울리고 멋진 상대는 머릿속의 사이렌을 울린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 프롤로그
 
"138억 년 전, 빛이 처음 생겨난 이후 우주는 팽창을 거듭했다. 빛은 점차 묽어지고 우주를 압도한 건 어둠이다. 어둠은 우주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으며, 어둠이 없는 비좁은 간극으로 가녀린 별빛이 달린다... 빈 공간의 어둠은 예외로 두더라도, 이런 암흑의 유산이 우주 전체 물질의 96%를 이룬다. 이렇듯 우주는 그 자체로 거의 어둠이다. 주위에 빛이 충만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단지 태양이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별 가까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 빛
 

빛과 시공간, 우주, 원자, 전자... 중력, 에너지, 단진동,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는 조금은 낯설고 새롭습니다. 물리는 인간을 배제해야 하기에 차갑지만 이 책은 물리학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썼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야 마지막 시즌을 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을 떠올렸습니다.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2007년 시작해 2019년 시즌 12를 끝으로 막을 내린 이 드라마는 괴짜 과학자들의 일상을 다룹니다. 한국에서 흔히 '공대생 유머'라고 하는 것과 흡사하게 여느 평범한 이들이 보기에 특이한 사고방식과 관점을 갖고 있는 너드-괴짜들, 주요 인물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고 가장 독특한 쉘든은 시즌 12에 오니 많이 성장했고 더 인간적으로 변했습니다. 김상욱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쉘든의 성장과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원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일상의 물체들은 똑같이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물체를 이루는 원자의 수준으로 내려가면 전자 같은 기본 입자들은 서로 구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똑같다. 우리가 보는 물질은 그 자체로 실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장의 일부분, 형상의 결과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전자
 
"물리는 한마디로 우주에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우주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뜻하지 않은 복잡성이 운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거기에 어떤 의도나 목적은 없다. 생명체는 정교한 분자화학기계에 불과하다. 초기에 어떤 조건이 주어졌는지는 우연이다. 하루가 24시간이거나 1년이 365일인 것은 우연이다... 진화에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 의미나 가치는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이다. 우주에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다. 비록 그 의미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사는 게 인간이다." - 인간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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