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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도 예외 없다…지난해 53곳 폐업

<앵커>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서 최근 문을 닫았거나 매물로 나온 호텔들이 늘고 있습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객실을 계속 운영할수록 더 손해다 보니 더는 버티지 못하는 겁니다. 그 여파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호텔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내용, 이성훈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명동의 4성급 호텔입니다.

정문은 굳게 닫혀 있고, 이달 1일부터 두 달 동안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민자 호텔인 사보이 호텔도 코로나19를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사보이 호텔 관계자 : (지금 영업을 하나요?) 아니요 저희가 지금은 안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문을 닫습니까?) 일단 4월 말인데 더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입니다.

[휴업 호텔 관계자 : 관광호텔이라 저희들은 전부 그냥 거의 다 외국인들만 받았거든요. 근데 외국인들이 안 들어오니까 아예 딱 닫혀 버린 거죠.]

지난해 방한 외국인은 전년 대비 무려 85% 줄어, 한 달 평균 관광객으로 보면 중국인 340명, 일본인은 42명에 불과했습니다.

2년 전 휴업 호텔은 9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9곳으로 늘었고 올해 벌써 26곳 추가됐습니다.

극심한 경영난에 매물로 나오거나 이미 매각된 호텔도 여럿입니다.

코로나19 여파/호텔 휴업·폐업

지난해 영업을 종료한 호텔만 53곳, 서울 강남의 5성급 호텔인 르메르디앙 서울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도 폐업했습니다.

[폐업 호텔 관계자 : 직원들이 이제 다 이렇게 그만두고 저희는 뭐 똑같은 절차로 다 그만두고 있죠. 실업급여 받게 해주고, 뭐 퇴직금 지급하고 위로금 지급하고….]

숙박객 격감은 물론 비즈니스 수요와 전시 컨벤션 행사가 크게 줄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뷔페와 식음료 시설 영업도 큰 차질을 빚은 결과입니다.

다른 유명 특급호텔들도 큰 타격을 입고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호텔신라가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조선호텔, 워커힐호텔 등 모두 수백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호텔 종사자들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7만여 명이었던 국내 호텔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이미 약 1만 7천여 명 정도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는데, 4명 가운데 1명은 생계를 잃은 겁니다.

매각설이 돌고 있는 한 특급호텔 직원들은 매일 불안합니다.

[원호준/밀레니엄 힐튼 서울 조리사 : 만약에 매각이 되고 나가게 된다면 과연 내가 뭘 해야 되지. 진짜 요새 뭐 치킨집을 해야 되나. 솔직히 잠도 잘 오지 않는 심정입니다.]

비정규직과 중소형 호텔 종사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대근/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 : 특급호텔 중에서도 한 30% 정도가 비정규직일 테고 객실 200개 미만인 호텔들은 거의 99% 이상이 대부분 다 비정규직일 텐데 그분들은 바로 그냥 해고나 계약해지 통보를 받기 때문에….]

집단면역 도달 시기가 불분명해 호텔 업계에서는 올해도 큰 반전은 기대하지 못합니다.

결국 살아남는 게 최우선.

서울 성수동의 이 호텔은 자구책으로 80개 객실 중 4분의 1을 사무실로 바꿔 내놨습니다.

[김찬숙/서울 성수동 호텔 총지배인 : 객실의 수요가 예전만큼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해결 하기 위해서 단독형 풀옵션 오피스로 기획해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일부 특급호텔은 한 달 동안 호텔에서 생활하는 이른바 '장박' 상품이나, 1박을 하지 않고도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숏캉스', '데이케이션' 같은 이색 상품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호텔/숏캉스

정부가 추진 중인 방역 우수국 간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여행하는 '트래블 버블'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연내 실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

[유용종/한국호텔업협회장 : 싱가포르나 대만 등과 우리가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어서 이런 소수의 여행객들이나마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관광호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호텔업 종사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우선 이달 말 종료되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기간 연장해달라는 요청도 나옵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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