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SKC는 거래정지, SK그룹 압수수색은 계속…'최신원 수사' 맥락과 파장은?

[취재파일] SKC는 거래정지, SK그룹 압수수색은 계속…'최신원 수사' 맥락과 파장은?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1.03.10 17:34 수정 2021.03.10 17:58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지난 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SK네트웍스와 SKC에 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최신원 현 SK네트웍스 회장을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기 때문입니다. SK네트웍스는 그제 매매거래 정지가 해제됐지만, 최신원 씨가 과거 회장으로 있었던 SKC는 거래가 정지된 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지 검토받는 처지입니다.

시가총액 4조 3천억 원에 달하는 기업이 과거 회장의 범죄 때문에 거래가 정지됐지만, 투자자들은 상세한 공소 사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은 언론 보도와 SKC가 공시한 횡령 액수 등을 통해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증권가에서는 SKC의 기업 가치에는 변동이 없다는 리포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SKC 과거 회장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언론사들이 비교적 쉽게 검찰 공소장을 입수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을 일이지만,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이후 추미애 전 장관이 내린 '1회 공판 전 공소장 제공 금지' 방침으로 쉽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SKC 로고 (사진=연합뉴스)
결국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극심한 정보 비대칭 속에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투자한 기업 회장이 구속까지 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공적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수 없으니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자본과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큰 '힘 센 사람'들보다는, 몇 푼 안 되는 월급, 저금리에 불려보겠다고 주식투자에 내선 '개미'들에게 더 많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취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SK 최신원 회장이 자본시장에서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범죄 혐의 중 주요한 내용과,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지 전달해보고자 합니다.

● 檢 "최신원, 정부 정책 펀드 상대 사기 쳤다"...운용사는 피해 주장하며 변호사 선임

당초 알려졌던 최신원 회장의 대략적 혐의는 1천억 원 대의 횡령과 배임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검찰이 구속기소한 최 회장의 혐의 중엔, 그가 자신이 회장으로 재직했던 회사들의 돈을 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눈길을 끄는 혐의가 있습니다. 최 회장이 정부가 출자한 돈으로 운용되는 '신성장동력펀드'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수사 결과입니다.

이 혐의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시간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최신원 씨는 SKC 회장으로 있으면서, 독자적으로 SK텔레시스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 회장이 독자 운영하던 SK텔레시스가 경영난으로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기사회생을 위해 어디서든 돈을 끌어와야 했던 SK텔레시스는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합니다. 부실기업의 유상증자에 선뜻 참여할 기업은 많지 않았지만, 최신원 씨가 회장으로 있던 SKC는 자금난에 허덕이던 SK텔레시스에 3회에 걸쳐 936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SKC 이사회는 'SK텔레시스가 뭐 하는 회사인지 알아야겠으니 회계자료 공개와 경영진단 실시를 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이를 거부하고 증자 참여를 강행해 배임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검찰은 최 회장 범행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한 'KoFC 신성장동력펀드'의 돈을 끌어오기 위해 일종의 사기를 계획해 실행했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입니다. 'KoFC 신성장동력펀드'는 정부 기관인 정책금융공사가 신성장동력이 있다고 보이는 회사에 공적인 성격을 띠는 자금을 투자하기 위해 출범한 펀드인데, 최 회장 혐의와 관련된 펀드는 한 투자증권사가 정책금융공사로부터 50%가량을 출자 받아 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최 회장이 허위사실을 시장에 공표한 뒤, 이를 근거로 투자증권사가 운용하는 'KoFC 신성장동력펀드'를 설득해 투자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SK텔레시스가 부도가 아닌,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인 것처럼 포장한 뒤, 정부기관 돈이 들어간 이 펀드에게 275억 원 어치의 신주인주권부사채(BW)를 팔았다는 것입니다.

SK텔레시스가 정책 자금이 들어간 이 펀드의 투자를 받던 무렵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11년 말, 일부 경제지를 중심으로 '최 회장이 부도 위기에 몰린 SK텔레시스를 구하기 위해 사재를 털기로 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2012년 9월엔 최신원 회장이 개인 돈으로 SK텔레시스 유상증자 대금을 납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10월, 'KoFC 신성장동력펀드'는 SK텔레시스에 '신성장동력'이 있다고 보고 275억 원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결정합니다. 당시 펀드 측은 사주인 최 회장이 160억 넘는 개인 돈으로 유상증자를 했으니, 성장과 향후 경영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검찰 조사 결과 이 돈은 최신원 회장 개인 돈이 아닌, 회계처리 없이 인출된 SK텔레시스 회사 자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회삿돈을 빼서 유상증자를 해 놓고, 자기 돈으로 한 것처럼 속여 자본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준 뒤 정책자금 펀드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신성장동력이 있는 회사 투자에 사용돼야 했을 국민 돈 275억 원은 재벌 일가 방계 회장의 속임수에 허투루 집행됐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검찰은 펀드를 운용한 투자증권사 측이 사기 범행을 공모했는지 여부도 살폈지만 뚜렷한 혐의점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펀드를 운용한 투자증권사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기로 한 최신원 회장 재판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피해를 주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혐의 사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최신원 씨가 회장으로 있는 SK네트웍스는 '회장이 과거 재직했던 회사와 관련해 불거진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답변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신원 회장의 변호인도 검찰 혐의 사실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이 모든 일, 최신원 혼자 했나? SK 본사 차원 보고ㆍ승인 여부 살피는 檢

그런데 최신원 회장이 구속기소되고 SK네트웍스와 SKC 주식이 거래정지 되던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는 SK홀딩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룹 회장은 입건 또는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최신원 회장과 SK그룹 차원의 연결고리를 향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최신원 회장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SK텔레시스를 살리기 위해 벌인 일련의 유상증자 과정을 그룹 지주사인 SK홀딩스가 보고받거나 승인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번 주까지 이어지고 있는 압수수색 과정을 통해 검찰은 당시 최신원 회장의 증자 관련 의사 결정이 그룹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K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당시 최태원 SK회장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뒤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돼 2013년 1월 31일부터 2년 7개월 간 수감돼 있었습니다. 경영에는 직접 참여할 수 없었지만,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워크숍에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되는 등 그룹 총수로서의 상징적 지위를 유지해왔습니다. 때문에 구속 기소된 최신원 회장의 범죄 혐의가 당시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졌는지는 검찰이 규명해야 할 남은 경제범죄 의혹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K그룹 측은 이와 같이 파악된 압수수색 영장 혐의 사실과 관련해 "사건이 진행 중이라 아직 입장을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 공소장 비공개, '검수완박' 추진 속 이번 수사가 갖는 의미

여기에서 생각해 볼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한 문제입니다. 최근 시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검찰의 근황은 사정기관이라기보다는 정치권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정권을 겨눈 수사, 이와 맞물린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시도, 그리고 대권 후보로 떠오른 뒤 사퇴한 검찰총장. 이런저런 이유들로 검찰이 정치적 이슈에 잠식된 상황 속에, 기관 본연의 영역인 '수사'와 관련된 정보들은 그 단계를 막론하고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로부터 철저히 차단됐습니다.

공적 기관인 검찰의 수사와 관련된 언론 보도는 그 양태가 어떻든 간에,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주제에 따라 선택적으로 위축됐습니다. 공적 정보로서 보통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 근거가 될 수 있는 공소장의 공개 시점도 한참 뒤로 늦춰졌습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거래정지된 SKC의 보통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관련된 범죄 혐의에 대한 상세 정보를 언제 열릴지 모르는 1회 공판 이전까지 알기 어렵습니다. 시민의 상식과 판단 능력을 믿고 정보를 공개하기보다는, 기존에도 제공되던 정보를 '정권 수사' 사건을 계기로 틀어막은 이 결정은 새 장관 취임 후에도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정으로 투자자들은 검찰이 배포한 3쪽짜리 보도자료 외에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받기 어려워졌습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수완박' 논의도 검찰의 SK 계열사 관련 수사와 재판에 의미를 부여하는 환경들 중 하나입니다. 직접 수사 영역이 대폭 축소된 지난 수사권 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사건과 같은 경제범죄에 대해 직접수사권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이 분야에서 축적해온 검찰의 수사 역량과 필요성이 인정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된다면, 검찰은 재벌 일가에 대한 경제 범죄 수사권마저 넘겨주고 공소를 유지하는 정도의 역할만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전관 출신 유력 변호인단을 선임한 최신원 회장을 상대로 검증대에 오를 이 사건 수사의 완결성은 이 국면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최신원 회장 재판과 SK그룹을 향하는 검찰 수사를 기자로서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