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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실수에 "어떻게 이러냐" 화풀이 당한 폭행사건 목격자

법원 실수에 "어떻게 이러냐" 화풀이 당한 폭행사건 목격자
폭행 사건 목격자가 법원 직원의 실수로 신원이 노출돼 사건의 피고인이 목격자의 집까지 찾아가 심하게 따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피해를 본 목격자는 "담당자의 실수"라는 무심한 답변에 "이러면 누가 목격자로 나서겠느냐.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봐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같은 일을 겪은 60대 A씨와 춘천지법에 따르면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8월 자신이 목격한 폭행 사건의 피고인 B씨가 최근 아내를 대동해 집까지 찾아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살이 떨린다"며 폭언과 함께 서류 뭉치를 소파에 내던졌습니다.

흩어진 서류뭉치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었습니다.

진술 당시 "절대 신원 노출될 일 없다"던 경찰 말을 믿고 용기를 냈던 A씨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가 서류를 살핀 결과 중요한 인적 사항은 모두 지워져 있었으나 A씨의 '직장명'과 '목격 장소 명칭'이 그대로 쓰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A씨와 친분이 있던 B씨가 A씨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실마리였던 셈입니다.

'20년을 알고 지낸 B씨와 사이가 어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 속에 목격자 진술을 했던 A씨는 결국 B씨에게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사달의 원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A씨는 춘천지법에서 피고인 B씨에게 목격자 진술 서류 등을 제공하면서 직장명 등을 지우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약식 기소된 A씨가 지난해 12월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자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기 전, 사건 자료를 법원에 요청하면서 이런 사달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의한 춘천지검, 춘천지법, 서울고법 모두 한결같이 "담당자의 실수"라는 대답은 A씨의 화를 돋웠습니다.

A씨가 따지자 춘천지법은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 직원에게 주의나 징계를 내리겠다"고 했으나 A씨는 "징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식이면 작은 마을에서 누가 형사사건 목격자 진술을 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목격자나 증인 신원이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자료를 제공하든지, 목격자 진술 자료를 피고인도 못 보게 하든지 하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춘천지법 관계자는 "개인정보는 모두 지워서 제공하는데 A씨 주장대로 직장명이 제대로 지워지지 않았다면 100% 저희의 잘못"이라며 "더 철저히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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