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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짓겠다"더니…보상 노린 나무들만 '빽빽'

"벼농사 짓겠다"더니…보상 노린 나무들만 '빽빽'

정성진 기자 captain@sbs.co.kr

작성 2021.03.09 07: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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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은 시흥 땅을 사면서 벼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벼 대신 용버들 나무라는 시중에서는 거래되지 않는 나무를 빽빽이 심었는데 보상 전문가들도 새로운 투기 수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성진 기자입니다.

<기자>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시흥 과림동 땅.

2019년 6월 LH 직원 5명은 이 땅을 두 필지로 나눠 샀습니다.

농지취득 증명서와 경영계획서를 시청에 내면서 벼농사를 본인이 직접 짓겠다고 신고했습니다.

농사 경력을 7년이라고 적기도 했는데, LH 직원이라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직업란에 회사원으로 적은 사람도 있지만 아예 비워둔 직원도 있습니다.

허위 신고는 농지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지만 사실상 검증은 없습니다.

[시흥시청 관계자 : 아예 농사를 짓느냐 안 짓느냐 이걸 따지는 거지 조금 (농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거를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은 미흡합니다.]

이들이 실제 심은 건 용버들 나무입니다.

[조경업자 A : (용버들 나무는) 수요가 없어요. 나무 시장에서 한 번도 팔아본 적도 없어요.]

조경업자들은 관리 없이도 수년간 버틸 수 있고, 특히, 3~4년 안에 크게 자라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조경업자 B : (면적 대비) 굉장히 좀 많이 심은 거죠. 그럼 빨리 보상이 난다고 봐야 돼요, 한 3~4년 안에.]

묘목은 나무를 옮기는 이전비용이나 취득 가격으로 보상받게 되는데, 나무가 클수록 이전비가 많이 나옵니다.

조달청 가격정보엔 3m 용버들 나무의 경우 최소 6만 4천 원에서 최대 28만 원 정도로 나오는데 몇천 원짜리 묘목을 심어만 두면, 관리 없이도 수십, 수백 배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겁니다.

[강기영/토지보상 전문 행정사 : (용버들 나무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그래요. 이전비 산정 받기 위해서 쉽게 안 죽어야 됩니다. (용버들 나무는) 개체가 빨리 자생해서 (선택한 것 같습니다.)]

개발 이익뿐 아니라 보상도 최대한 많이 받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투기 정황이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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