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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파인애플 전쟁' 2라운드…중국-타이완 누가 웃을까

중국이 타이완산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파인애플 전쟁'이 확산 일로에 있습니다. 중국과 타이완 매체들은 감정 섞인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양측의 해묵은 반감이 파인애플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 타이완 "1년 치 중국 수출량 완판…중국 파인애플 가격 급등"

발단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수입 금지 조치였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타이완산 파인애플에서 검역성 유해생물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타이완산 파인애플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타이완 파인애플 수출량의 90% 이상이 중국 본토로 수출되던 터라, 타이완 농가의 타격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타이완 언론에 따르면 이는 '기우'였습니다.

3월 3일자 홍콩 빈과일보 보도. '파인애플 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 본토가 수입을 금지할수록 타이완 파인애플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빈과일보와 명보 등은 3월 4일 타이완 농업위원회의 발표를 인용해,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 이후 나흘 만에 4만1천687톤의 파인애플 구매 신청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타이완에서 중국 본토로 수출된 파인애플이 4만1천 톤인데, 이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일방적인 수입 금지 발표 이후 타이완에서 구매 붐이 일어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타이완산 파인애플 구매에 나섰다고 농업위원회는 설명했습니다. 일본과 한국, 홍콩에서의 주문도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타이완 언론은 나아가 중국 본토의 파인애플 가격이 급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타이완연합신문망은 3월 6일 자 보도를 통해 중국 본토에서 가장 많이 파인애플을 재배하고 있는 광둥성 쉬원현의 파인애플 출하 가격이 500그램당 2.5위안~3위안에 달했다며, 이는 "30년 만의 최고치"라고 전했습니다. 중국 최대 농산물 전자상거래 사이트 '핀둬둬'에선 3월 3일 오후 4시까지 24시간 동안 '쉬원현 파인애플' 검색량이 지난해에 비해 11배나 늘었고, 쉬원현의 파인애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폭증했다고 했습니다. 주문량은 아직도 계속 밀려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타이완산 수입 금지 조치 이후 본토의 파인애플 재배 농가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 몰라도, 가격 급등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 본토 소비자들이 볼 수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타이완연합신문망은 3월 6일 광저우일보를 인용해 중국 본토의 '파인애플 고장'인 광둥성 쉬원현의 파인애플 출하 가격이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 중국 "차이잉원 사무실 명의로 허위 주문"…타이완 앵커 실수 '조롱'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타이완의 파인애플 판매 실적을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타이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중국 본토인들에게 전했습니다. 지난 3일 타이완의 파인애플 산지 중 한 곳인 가오슝에 누군가 파인애플 180상자를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허위 주문이었다는 내용입니다. 이 주문은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 사무실 명의로 돼 있었습니다. 10상자씩 18건의 주문이 들어왔는데 모두 차이잉원 총통 사무실 전화번호와 주소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주문을 받은 타이완 농민이 주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차이잉원 총통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주문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 농민은 6일 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환구시보는 보도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해프닝이지만, 타이완의 구매 주문 가운데 '허수'가 있음을 은연중에 꼬집으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환구시보는 3월 7일자 보도에서 타이완 매체를 인용해 '어떤 사람이 차이잉원 총통 사무실 명의로 파인애플 180상자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타이완의 한 방송사 앵커가 "타이완 파인애플이 한 개에 10위안, 세 개에 50위안에 팔리고 있다"고 말한 것도 중국 매체들의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이 앵커는 파인애플 소비를 장려하는 뉴스를 전하면서 "엄청 싼 가격에 소비자들이 앞다퉈 구매하고 있다"고 했는데, 도중에 "한 개에 10위안, 세 개에 50위안"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각기 다른 파인애플을 어떤 것은 1개씩 10위안에, 어떤 것은 3개씩 50위안에, 어떤 것은 7개씩 100위안에 팔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해가 있었던 같습니다. 그런데도 중국 매체들은 같은 파인애플을 1개는 10위안, 3개는 50위안에 파는 것처럼 말했다며, "1개씩 사 먹지, 누가 3개를 한꺼번에 사겠는가", "10 X 3 = 50?", "나의 수학 상식을 뛰어넘는다"와 같은 네티즌들의 야유를 섞어 보도했습니다.

3월 8일 많은 중국 매체들이 타이완 앵커의 실수를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 "파인애플 하나에 10위안, 세 개에 50위안"으로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출처=환구시보)

● "본토 이어 마카오도 수입 금지" vs "중국 무섭지 않다" 

중국과 타이완의 파인애플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빈과일보 등은 3월 7일 "중국 본토에 이어 마카오도 타이완산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타이완산 파인애플의 마카오 수출 물량은 27톤이었습니다. 환구시보는 "파인애플이 타이완 섬의 핫이슈가 됐다"며 "집권 민진당이 비굴하게 파인애플을 팔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이에 맞서 타이완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인애플 잔뜩 먹기 챌린지'를 벌이고 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나서 파인애플을 먹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민진당 소속 한 의원은 "중국은 크지만 무섭지 않다"는 글도 남겼습니다.

타이완 내부에서는 최근 미국과 타이완이 급격히 가까워지자 중국이 타이완 괴롭히기에 나섰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월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며 레드라인"이라면서 "중국은 타이완 문제에서 타협하거나 물러설 여지가 없다"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습니다. "미국의 새 정부는 타이완 문제의 민감성을 인식해 지난 정부처럼 마지노선을 넘거나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중국의 파인애플 수입 금지 조치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파인애플에 이어 다른 농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럴 경우 타이완-중국의 갈등을 넘어 미국-중국의 갈등으로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를 오히려 중국과 타이완의 대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양측의 대화 노력보다는 감정의 골이 더 커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의 우세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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