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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횃불재단이 지배하는 '카이캄', 횃불재단에 자금 지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관련 재산 추적③

[취재파일] 횃불재단이 지배하는 '카이캄', 횃불재단에 자금 지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만든 기독교선교횃불재단은 최 전 회장 일가의 호화생활 배경으로 지목돼왔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최 전 회장 자택 수색과 압류 결과를 발표하면서 횃불재단에 대한 법인 설립 취소와 고발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 전 회장이 설립한 기독교단체는 횃불재단 하나가 아니다. 횃불재단이 설립된 1989년보다 17년 앞선 1972년, 최 전 회장은 자신의 첫 기독교단체를 설립했다.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선교원이 그것이다.

최순영이 설립한 기독교단체 또 있다…'카이캄'(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최 전 회장은 한국기독교선교원의 설립 이사장이었다. 이후 1996년 이사장직은 부인 이형자 씨에게 넘어갔다. 최 전 회장은 횃불재단에서도 설립 이사장을 맡았다가 부인 이형자 씨에게 이사장직을 넘긴 바 있다.

한국기독교선교원은 2003년 6월 '카이캄'으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공식 명칭은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orean Association of Independent Churches And Missions). 약칭 '카이캄'으로, 교단과 교파의 정치로부터 자유롭길 원하는 목사들과 선교단체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연합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정회원 목사만 2천7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단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카이캄 홈페이지 캡쳐

최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는 한국기독교선교원에선 2003년 카이캄으로 변경된 후인 2011년까지 이사장직을 수행했다. 이 씨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중간에 4년 정도를 빼곤 현재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카이캄, 최순영 지인과 횃불재단 출신으로 '회전문 인사'

횃불재단의 경우 최 전 회장과 부인 이형자 씨가 이사장직을 주고받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카이캄에서 이들 부부는 2011년 이후 이사장직을 맡지 않았다. 그 대신 최 전 회장 일가의 지인이나 횃불재단 관계자들이 돌아가며 이사장직을 수행해왔다(횃불재단 이사장은 지난 2월 1일부로 최 전 회장의 딸로 바뀌었다).

후임 이사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최 전 회장 부부가 다니는 교회 지인으로 알려진 박 모 씨, 횃불재단 이사장 경력의 신 모 목사, 횃불재단 사무처장 김 모 씨의 이름이 확인된다. 김 씨는 횃불재단 사무처장과 카이캄 이사장직을 겸직했다.

카이캄의 목사 안수식. 카이캄은 매년 2차례 목사 안수식을 연다. 시청자 제공

현재 카이캄 이사장, 이사들도 횃불재단 출신이거나 최 전 회장 지인들 위주로 채워져 있다. 이사장 포함 7명 가운데 4명이 횃불재단 혹은 횃불학원 관계자고, 1명은 최 전 회장이 다니는 교회 관계자다(앞서 언급했듯 이사 중 1명은 이형자 씨다). 전직 카이캄 회원 B 목사는 "나머지 2명도 최 전 회장 부부와 오랜 기간 교류해 친분이 두텁다"라고 말했다.

횃불재단 관계자들은 이사장과 이사 외에도 카이캄 요직을 두루 맡았다. 2012~2013년 카이캄 연합회장을 역임한 송 모 씨는 횃불재단을 기반으로 설립된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1990년대 말부터 교목실장, 2007년부터 부총장을 지냈다. 카이캄 회원인 A 목사는 "최 전 회장 부부가 입맛대로 고른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횃불재단이 카이캄의 인사 ‧ 재정 지배"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법원은 '횃불재단이 카이캄을 지배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7년 수원지법은 윤 모 목사의 카이캄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형사재판 판결문에서 "인사, 재정에 있어 횃불재단 인사들과 최순영, 이형자 부부의 지인들이 카이캄을 지배적으로 운영했다"며 "5명 남짓의 이사들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이형자 최순영 부부가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이들 부부의 뜻이 반영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이 같은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된 사례가 여럿 포함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카이캄 감사와 연합회장을 역임한 함 모 씨는 2015년 "횃불재단이 카이캄 인사권 가지고 있으니 카이캄은 횃불재단 소속"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카이캄 재정과 관련해선, 카이캄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한 조 모 씨가 횃불재단에서 회계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과 카이캄에서 감사 업무를 담당한 김 모 씨가 횃불재단 회계국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포함됐다.

카이캄, 횃불재단에 수천만 원 자금 전달도

해당 판결문에는 카이캄이 횃불재단에 수천만 원을 전달한 내용도 담겼다. 판결문에는 '카이캄이 지난 2016년 횃불 한민족디아스포라세계선교대회를 위해 횃불재단에 5천만 원(또는 1억 원) 전달했다'고 적혀있다. 해당 선교대회는 횃불재단이 개최하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로,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차례 개최했다. 횃불재단 내부 사정에 밝은 목사는 "이 선교대회를 한 번 개최할 때마다 2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횃불재단 주최 선교대회에서 발언하는 이형자 전 횃불재단 이사장. 유튜브 캡쳐

법원은 위 판결문에서 카이캄의 횃불재단에 대한 자금 전달과 관련해 "이형자·최순영 부부와 관련 없는 회원 목사들이 의사결정에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카이캄에선 일부 회원 목사들이 '재정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카이캄의 주 수입원은 '회비'와 '목사 안수비'다. 매달 정회원 목사로부터 받는 회비는 최소 3만 원이다. 2020년 현재 정회원 목사가 2천 명을 뛰어 넘는 것을 감안하면 회비 총액은 매달 6천만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카이캄은 1년에 2차례 목사 안수를 주는데, 매회 적어도 100여 명이 목사 안수를 받는다. 목사 안수비는 한 사람당 160만 원 정도다.)

카이캄, 회원 목사들에게 "횃불재단 믿어달라"
카이캄이 정회원 목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SBS 끝까지판다팀이 최 전 일가에 대한 첫 보도를 한 이후 카이캄은 회원 목사들에게 '횃불재단을 믿어달라'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 카이캄이 횃불재단의 해명을 적극적으로 대신하는 모양새다. '감동주의, 횃불재단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그동안 최 전 회장이 줄곧 반복해온 "김대중 정권이 신동아그룹을 빼앗아 갔다. 나는 억울하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카이캄 회원인 A 목사는 "카이캄에 대한 횃불재단과 최 전 회장 일가의 입김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목회자로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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