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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로 기온 들쭉날쭉했던 겨울…올봄은?

3월 첫날부터 영동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봄이 늦어지나 싶더니 어느새 선선한 날씨가 완연하다. 올해 입춘은 지난달 3일로 이미 한 달이나 지났지만, 봄의 기운이 이제야 조금씩 느껴진다. 그제(5일) 경남 의령군은 낮 최고기온이 20℃를 넘어섰고, 서울도 15.4℃를 기록하며 따뜻했다. 기상청은 9일 동안의 평균기온이 5℃ 이상인 날 중 첫 번째 날을 봄의 시작으로 삼기 때문에 아직 공식적인 봄은 아닌데, 시민들의 체감으론 이미 봄이다.

시간이 지나 기억에서 희미해졌겠지만, 우리가 방금 지나온 겨울철 기온을 생각해봐야 한다. 극한 기온이 많았고 잦은 폭설이 있었다. 봄은 계절 특성상 극한 기상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낮지만, 점점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날씨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2019-20년 겨울이 유난히 따뜻해서였을까, 올 겨울은 1년 만에 찾아온 겨울다운 날씨 탓에 한강까지 얼면서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졌다.

올겨울 한강 결빙

● 겨울 기온 변동 폭 역대 1위

실제 기록을 보면 지난 1월 8일 서울은 -18.6℃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가장 추웠다. 이 기간 5일 연속 아침 기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파가 계속됐다. 지난 6일엔 서울에만 10cm 넘는 적설이 기록되면서 시민들이 눈과 추위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1월엔 31일 중 8일의 아침 기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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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월 24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3.9℃로 89년 만에 가장 따뜻하더니 다음날인 25일까지 추세가 이어졌다. 겨울이 한창이어야 할 1월에 4월 초순의 날씨가 나타난 것이다. 1월 가장 추웠던 날과 가장 따뜻했던 날의 기온 편차만 30℃가 넘는다. 기상 관측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지난 1973년 이후 올해 1월은 평균기온 편차가 가장 컸던 것으로 기록됐다.

2월 역시도 들쭉날쭉한 날씨가 계속되며 평균기온 편차가 역대 3위로 기록됐다. 올겨울(20년 12월~21년 2월), 전체 변동 폭은 4.9℃*로 지난 1976년 이후 2위에 올랐다.

올겨울 기온 폭. 초록색 선이 평년기온 (출처=기상청)
*평균기온 변동 폭 : 평균을 중심으로 얼마나 퍼져있는지 계산한 값

● 지구 온난화가 원인

극한의 기상현상이 반복된 원인엔 기후변화가 있다. 1월 초에 찾아온 한파는 북극의 높은 기온이 원인이 됐다. 지난해 6월 북극해 해빙이 가장 많이 녹았는데, 겨울이 돼도 면적이 회복되지 않고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극에서 생긴 이런 이상현상이 중위도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서 극의 찬 공기를 잡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극에 있어야 할 찬 공기가 마치 아이스크림 녹아 흘러내리는 듯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온 것이다. 러시아 서쪽의 우랄산맥 근처에선 공기가 정체하는 블로킹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한파가 며칠간 이어졌다. <그림 참조> 또 태평양에서 라니냐도 지속되면서 서태평양에선 상승 기류가 중국~몽골 지역의 하강 기류가 발달시키면서 겨울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대륙 고기압을 강화시켰다.

(출처=기상청)

89년 만에 찾아왔던 1월의 높은 기온은 찬 공기를 몰고 왔던 공기 덩어리가 북동쪽으로 빠지면서, 북동풍을 유발했고 이 북동풍이 우리나라 서쪽 지역에 고온건조한 바람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들쭉날쭉한 겨울이 찾아온 우리나라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도 이상기상 현상이 이어졌다. 중국 베이징에선 최저기온 -19.6℃를 기록하며 1969년 이후로 가장 낮았고, 타이완에선 한파로 1월 초에 무려 126명이 사망했다. 비슷한 기간 일본에선 150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며 8명이 사망했고 250명이 넘게 다쳤다. 미국 뉴저지에서도 90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며 122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고, 오클라호마주에선 기온이 -24℃까지 떨어져 1899년 이후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가 지난 1950년부터 조사한 전 지구의 기온 자료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온의 변동 폭 자체도 점점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자연이 조절하는 자연 변동 폭을 점점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겨울의 널뛰기가 앞으로 흔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 다가올 봄은?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3~4월의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월까진 겨울철 계속됐던 들쭉날쭉한 날씨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계절 특성상 원래도 일교차가 큰데, 기온 편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평년보다 더 일교차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으론 기온은 높겠고, 일시적으로 찬 공기의 영향을 받는 봄철의 날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월 달 역시 평년보다 온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상고온현상까지 있을 수 있어 폭염특보가 발효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1개월, 3개월 등 장기예보는 과학적 한계 때문에 정확한 전망이 어려워 봄철 예보 내용은 참고 정도만 해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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