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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야쿠자 폭력배는 한국인"이라는 램지어…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한국인 비하'

[월드리포트] "야쿠자 폭력배는 한국인"이라는 램지어…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한국인 비하'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3.05 17: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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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야쿠자 폭력배는 한국인"이라는 램지어…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한국인 비하
● 부락민 설명하다 '갑툭튀' 한국인 비하…"조직 폭력배는 한국인"

하버드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왜곡 논문에 대한 보도를 한 게 거의 한 달 가까이 돼 가면서 한국 역사를 왜곡하는 논문이 설마 또 나오겠냐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 내 인사들이 부락민(일본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았던 최하층민)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가지고 영어로 논쟁이 붙은 걸 트위터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내용이 궁금해서 논문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논문 주제와 관련도 없는 한국인 비하 발언이 나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논문의 제목은 '일본의 탈락자 정치와 조직범죄'라는 제목이었는데 램지어 교수가 인디애나대 경영대 라스무센 교수와 공동 저술해 지난 2018년 3월에 실증법 연구 저널(Journal of Empirical Legal Studies)에 실었습니다.

두 저자는 부락민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백정 개념과 비교했습니다. 가장 비슷한 상황에 처한 집단이었다며, 한국에선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백정의 정체성이 지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했습니다. 이런 개념 설명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부락민과 폭도>라는 소제목의 단락에서 일본의 조직 폭력배 소속된 남성 대부분은 한국인이나 부락민 같은 소수 집단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 밑에 후쿠오카에서 활동하는 야쿠자 쿠오다이의 고위 인사가 조직의 70%는 부락민이거나 한국인이었다고 기술해놨다고 적었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
느닷없이 일본 야쿠자 설명을 하면서 한국인 얘기가 '갑툭튀' 한 셈입니다. 상관도 없는 사람 뒤통수를 후려갈긴 느낌이었는데, 설명의 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밑에 주석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출처가 라이브도어 블로그 인터넷 주소였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블로그 인용 신공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한 바가 있어 이제 놀랍지도 않았지만, 이 주소를 타고 들어가 보니 그냥 개인 블로그에 불과했습니다. 한 일본인 블로거가 야쿠자 조직원이 출연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내용을 적은 수준이었는데, 이런 내용을 학술 논문의 참고문헌으로 용감하게 계속 쓴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학교 숙제도 블로그 인용을 하면 선생님 눈치가 보일 텐데, 이런 엉성한 인용 실태가 이 당시에도 걸러지지 않고 학술 논문에 실렸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 더든 교수 "한국 여성은 매춘부, 남성은 폭력배 낙인찍기…그냥 사실이 아닌 내용"

일본사와 한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알렉시스 더든 교수에게 이 논문의 내용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더든 교수는 워낙 친절한 데다가 항상 역사적인 배경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줘서 이번 사태를 파악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더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와 그의 동료인 라스무센 교수가 역사적인 사실을 자기 입맛에만 맞는 걸로 선택적으로 취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식의 기술 태도는 한마디로 인종 차별이나 인종 혐오라고 규정했습니다. 미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모든 이민자는 범죄자라고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학술지에 이런 식으로 쓴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
한국인 대부분이 조직 폭력배라는 이 논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냥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램지어는 한국 여성들은 매춘부라고 주장하고, 남성들은 폭력배라고 규정짓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특정 집단을 골라 증오와 혐오의 낙인을 찍으려는 패턴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더든 교수는 영화 '대부'를 보고 모든 이탈리안들은 갱이라고 말한다면 그게 과연 맞는 말이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왜곡 논문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증거를 찾는데 학술지가 이 달 말까지 램지어 교수에게 소명 시간을 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신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반박문을 찾기 위해 며칠 만에 인터넷으로 작업을 다 했는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산수와 같아서 증거가 없는 제로 상태에 또 다른 제로 상태를 더해도 답은 계속 제로가 나올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램지어 교수가 어디서 계약서를 찾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설사 그렇게 우겨도 14살 소녀가 맺은 계약서가 정당한 효력을 가진다고 인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답했습니다.

● "천재들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공동저자 라스무센의 혐오 발언

이번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지만, 이 논문의 공동 저자 라스무센 교수는 2019년 8월 CBS, ABC 같은 미국 지상파에서 '혐오 트윗' 사건으로 대서특필됐던 인물입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 그 내용의 수위가 미국 사회에서 도무지 용납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트위터에 "천재들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써놓기도 했고, "성소수자는 대학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거나. "흑인 학생은 백인 학생에 비해 열등해 입학 자격이 안 된다"는 발언을 마구잡이로 쏟아냈던 인물입니다. 그러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고 있어 미국에서도 대학교수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램지어 사태의 미국판 선행 학습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
지상파들이 미전역에 보도할 정도여서 인디애나 대학 입장에서는 워낙 큰 사건으로 비화됐던 사안입니다. 학교 당국에서 조사에 착수하면서 라스무센 교수는 아직까지 무급 휴직 상태였습니다. 학장이 직접 성명서를 내서 라스무센 교수의 문제 행적을 정리해놓기도 했습니다. (라스무센은 트위터에 학장이 자기를 자르려 한다고 여러 군데 불평을 해놨습니다.) 이렇게 해도 임기를 보장받은 교수를 어찌 못하는 게 미국 대학 분위기입니다. 라스무센 교수가 학교에서 해임까지는 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라스무센 교수는 램지어 교수와 친한 동료임을 스스로 공개적으로 여러 군데에 기록을 남겨놨습니다. 특히 이번 위안부 왜곡 논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우군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논문 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걸 넘어 이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학자와 학생들까지 싸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어놓은 인터넷 기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물론 하버드 대학생들에게 가한 비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미국 교수에게 물어보니 "미국 학계에서는 워낙 악명 높은 사람으로 예측불허의 캐릭터"라고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본인이 관전자로 램지어 편을 든다는데 뭐라고 할 이유가 없지만, 본인도 왜곡 논문 저자라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라스무센 교수에게도 램지어 교수에게 물어보는 것과 같은 강도로 이 논문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는데, 질문을 먼저 보내달라며 적극적으로 응할 듯 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안이 한국에서 얼마나 뜨겁게 논쟁이 붙었는지 미처 몰랐던 거 같은데, 인터뷰 요청을 하면서 그동안 나갔던 리포트를 보내줬더니 그걸 실제로 다 보고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어제 자정까지 인터뷰할지를 결정해주겠다고 해서 계속 기다렸는데, 이번 사안이 너무 뜨거워서 답변을 잘해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없다며 인터뷰는 거부했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
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라스무센 교수와 위안부는 계약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램지어 교수는 한국인이라는 집단의 정체성을 근거도 없이 깡패 집단으로 왜곡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습니다. 사실 왜곡을 넘어 한국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확산시키려는 일본 극우 세력의 시각을 이렇게 학문 세계로 침투시키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파도 파도 문제점이 계속 나오는데, 이제 좀 그만 나왔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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