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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최대 행사 덮친 미세먼지…'푸른 하늘' 약속 무색

[월드리포트] 중국 최대 행사 덮친 미세먼지…'푸른 하늘' 약속 무색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3.05 15: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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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중국 베이징의 하늘은 뿌옇습니다. 4일에 이어 이틀 연속 미세먼지가 수도 베이징을 엄습했습니다. 물론 중국에서 심한 미세먼지는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4일과 5일 미세먼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날이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개막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양회'는 중국의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를 함께 일컫는 말로, 1년에 한 번씩 이맘때쯤 열립니다. 5천여 명의 전국 대표들이 베이징에 모여 예산 승인과 고위급 인선 같은 가장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합니다. 정협은 4일에, 전인대는 5일에 각각 개막했습니다.
3월 5일 오전 11시쯤 베이징 시내 모습. 뿌연 미세먼지로 건물들이 희미하게 윤곽만 드러내고 있다.
● 사라진 '양회 블루'…베이징 미세먼지 '심각' 단계

중국에는 '양회 블루'라는 말이 있습니다. 양회 시기가 되면 중국 정부는 인위적으로 베이징 주변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거나 차량 통행을 통제해 말 그대로 파란 하늘을 '만듭니다'. 정 안되면 인공 강우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중국은 그런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 '양회 블루'가 실종됐습니다. 5일 오전 10시 기준 베이징의 공기 질 지수(AQI)는 232로 중국 전역에서 세 번째로 나빴습니다. 중국의 AQI는 6단계로 분류되는데, 0~50 우수, 50~100 양호, 100~150 약한 오염, 150~200 중간 오염, 200~300 심각, 300~500 엄중 단계 순입니다. 232는 최악 단계 바로 밑, 심각 단계에 해당합니다. 베이징의 일부 지역은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1세제곱미터당 200㎍(마이크로그램)을 넘기도 했습니다.
3월 5일 10시 기준 베이징의 공기 질 지수가 심각 단계인 232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 내 여러 지역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200㎍/㎥를 넘거나 이에 육박하고 있다.올해는 중국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감축 조치를 한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베이징 시내 많은 구간이 양회 대표단 이동 편의 등을 위해 예년처럼 교통이 통제되기는 했지만, 교통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교통 통제로 군데군데 체증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양회를 위해 베이징 주변 공장의 가동이 멈췄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기상 당국은 아직 난방에 따른 석탄 소비가 많고 대기 확산 조건이 좋지 않은 게 미세먼지의 주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그냥 놔뒀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3월 5일 오전 베이징 시내에서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는 모습 ● 경제성장률 목표치 6% 이상 제시…경제·환경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중국 정부의 이런 태도 변화에는 코로나 사태가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 이상으로 제시했습니다. 당초 지난해처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목표 구간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는데, 예상외로 수치를 못박았습니다. 그만큼 경제 성장에 자신이 있다는 걸 과시한 셈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해 중국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주요 국가 중에선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2.3% 성장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1976년 이후 4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올해도 전 세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6% 이상 성장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당장 이번 양회에서부터 겉치레 대신 경기 부양책을 택했다고 봐도 그리 억측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번 양회는 4일부터 오는 11일까지 8일간 진행됩니다. 과거처럼 공기를 맑아지게 하려면 양회가 시작되기 최소 며칠 전부터 공장 가동과 차량 이동을 통제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공장을 멈추고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기보다 공기가 조금 안 좋아지는 것을 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중국 도시 여러 곳이 봉쇄되고 경제 활동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공기 질이 좋아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공기가 좋아졌으니 요 며칠 안 좋아도 별 문제없지 않겠느냐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전인대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리커창 총리
중국 정부는 이번 전인대에서 환경 보호 정책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5일 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총리는 "오염 방지와 생태 보전을 강화하고 환경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 통제를 강화하고 북부 지역난방 연료의 70%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고형 폐기물 수입 금지를 유지하고 양쯔강에서 10년 동안 어업을 금지하겠다고 했습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감소세로 전환시키겠다고도 했습니다.

리커창 총리가 이 정책을 발표하는 날, 하필 베이징 공기는 최악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푸른 하늘'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무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 이상 경제 성장과 푸른 하늘 지키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과연 중국이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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