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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쿄올림픽이 '일본 체전'인가?

[취재파일] 도쿄올림픽이 '일본 체전'인가?
오는 7월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해외 관중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을 전망입니다. '지구촌 축제'로 불리는 올림픽에서 자국 관중만 입장하고 해외 관중의 관전이 금지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지난 3일 5자 화상 회의를 열고 해외 관중 수용 여부를 이번 달 안에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최종 결정이 나오는 건 오는 25일 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기 전인 이달 20일 전후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해외로부터 일반 관중을 수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의견을 정리하는 쪽으로 조율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 대규모 해외 관중의 입국을 허용하면 국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이 해외 관중 유치 포기를 결정하면 IOC와 IPC도 존중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일본 측은 지난해 12월 초만해도 대규모의 해외 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애초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4천만 명의 해외 관광객 유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태도는 2개월 만에 확 달라졌습니다.

새해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긴급사태까지 선포되자 일본 국민의 올림픽 지지율은 더 낮아졌습니다. 무려 80%가 넘는 일본인이 연기 또는 취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이렇게 낮은 것은 근대올림픽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일본 코로나, 도쿄 코로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국민이 올림픽을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규모의 해외 방문객이 들어올 경우 코로나19가 더 확산된다는 우려입니다. 결국 일본 측은 기존 입장을 바꿔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어떤 방법을 쓰든 올림픽 취소만은 막아야 하는 IOC도 해외 관중 허용을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쿄올림픽의 우선 과제가 '선수단의 안전'이기 때문입니다. 안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상당수 국가와 선수들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도쿄올림픽은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약 1시간 30분간의 5자 화상 회의가 끝난 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본질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말한 '본질'은 '경기'(Competitions)를 의미합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모든 선수들이 안전하고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이 올림픽대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선순위를 설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5자)는 이런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 일본 국민의 안전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일본이 해외 관중 입장 금지 의사를 고수할 경우 IOC도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미로 분석됩니다. 그러니까 일본 측이 1~2주 내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해외 관중은 경기장에 들여보내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이번 도쿄올림픽은 사실상 일본인들만 '직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벌어질 경우 일방적인 응원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일본인 관중을 얼마나 경기장에 들여보낼지는 오는 4월까지 결정할 예정인데 총 수용 인원의 30%, 또는 50%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외 관중 입장 금지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일본 측이 자국민들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외국 관광객의 경우 사실상 통제가 매우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해외 방문객의 경우 비자 발급, 입국 후 동선 파악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스포츠 경기만 하는 게 아니다. 문화 교류와 우의 증진도 매우 중요한 데 이번 올림픽에서 이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IOC와 일본 모두 '선수단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무관중'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완전 무관중'을 할 경우 일본이 수천 억 원의 입장권 수입을 포기해야 합니다. 중계권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IOC로서도 관중이 단 한 명도 없는 경기는 상상도 하기 싫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일본 관중만 입장시키는 것입니다. 세계인의 축제가 돼야 할 올림픽이 코로나19 때문에 자칫 "일본 체전이냐?"는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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