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면허정지 · 출국금지에도 양육비 받기 힘겹다

면허정지 · 출국금지에도 양육비 받기 힘겹다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21.03.03 20:50 수정 2021.03.03 22:1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함께 살던 부부가 이혼했더라도 자녀 양육비는 아이가 다 클 때까지 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양육비를 제대로 받고 있는 집은 15% 정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운전면허가 정지되고 출국 금지도 될 수 있게 한 법이 곧 시행되는데, 현장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내용, 한승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도시락 반찬 하나에 셋이 먹는 저녁 식사.

4년 전 이혼하고 기초생활수급비와 후원금만으로 초등학생 두 남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전 배우자는 정해진 양육비의 10%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 모 씨/경기 남양주시 : 1인당 월 40만 원씩 각 매달 말일에 지급하라고 했고요… 그런데 받은 건 전부 계산해 보니까 딱 160만 원이에요.]

최근에는 전화번호까지 바뀌면서 아예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양육비는 자녀가 만 19세가 될 때까지 줘야 합니다.

하지만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는 한부모 가정은 15%에 불과하고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는 가정이 73%나 됩니다.

[박 모 씨/5년 전 이혼 : 남자아이고 중학생이다 보니까 요구하는 것도 많고 한창 클 때라 먹을 것도 많이 찾다보니 내가 있는 한도 내에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죠.]

[김태희/양육비해결모임 사무국장 : 비양육자들이 내 아이한테 준다고 생각을 하지 않고 양육자들이 그걸 가지고 쓴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다 보니까 내 주머니에서 내 돈 나가는 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오는 6월부터는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운전면허가 정지되고 출국 금지와 신상 공개까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장에 가두는 법원의 감치 결정이 먼저 나온 뒤에야 이런 처벌도 가능합니다.

현행법상 법원의 이행 명령 뒤에도 양육비를 세 번 주지 않으면 감치 결정이 나올 수 있는데 이행 명령과 감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너무 힘들고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입니다.

11년 전 이혼하고 한 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이유림 씨.

4년간의 법적 절차 끝에 법원의 이행 명령을 받았지만, 양육비는 받지 못했습니다.

[이유림 : 주소만 이쪽으로 몇 번이나 옮겨 다니면서 해놓고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서류가 자꾸 반납되고 반납되고.]

그런데 새로 도입된 처벌마저 감치 결정을 전제로 하다 보니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박복순/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 : 감치 결정을 해도 못 받는 경우에 지금 새로 도입된 제도들을 또 쓸 수 있다고 해서 옥상옥으로 올려놓은 건데… 그래서 이게 쉽게 효과가 있을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우리로 치면 복지부, 국세청 같은 데서 법원 결정 없이도 양육비 채무자의 급여를 공제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주고 나중에 채무자에게 청구하는 대지급제도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시행 중입니다.

우리 국회에도 이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이 제출돼있는데 아직 통과될 기미는 없습니다.

이혼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반대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복권기금을 활용해보자는 법안도 함께 올라와 있습니다.

최근 잇단 아동 학대 사건과 함께 유명인의 양육비 미지급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한부모 가정들은 양육비 문제 해결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전민규,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작가 : 김채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