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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억만장자 수 미국보다 많다"…숫자에 집착하는 중국, 이유는?

[월드리포트] 중국 "억만장자 수 미국보다 많다"…숫자에 집착하는 중국, 이유는?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3.03 15:53 수정 2021.03.03 21: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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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후룬연구원이 3월 2일 전 세계 부자 명단인 '2021 후룬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후룬연구원은 2012년부터 매년 부자들의 명단을 공개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 최고 부자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로, 그의 재산은 1조 2천800위안(222조 원)이 넘습니다. 2위는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211조 원)가 차지했습니다. 10위 안에 빌 게이츠(4위), 마크 저커버그(5위), 워런 버핏(6위), 스티브 발머(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9위) 등 미국 기업인이 6명이나 포함됐습니다.

중국 후룬연구원이 3월 2일 발표한 '2021 후룬리포트'
● 중국 관영매체 "중국이 미국 제쳐…억만장자 1천 명 넘은 최초 국가"

하지만 중국 매체들이 이 보고서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억만장자는 1천58명으로 미국을 제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재산 10억 달러(1조 1천2백억 원) 이상 억만장자의 수에서 중국이 미국에 앞섰다는 것입니다.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부자들은 전 세계 3천228명이며, 중국 1천58명, 미국 696명, 인도 177명, 독일 141명, 영국 134명, 스위스 100명, 러시아 85명, 프랑스 68명, 브라질 59명, 태국 52명 순입니다. 일본은 44명으로 12번째로 많았고, 한국은 32명으로 인도네시아와 함께 16번째로 많았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난해 259명이 새로 억만장자가 됐다"며 "세계 최초로 1천 명 이상의 억만장자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3월 2일 글로벌타임스 보도. '중국은 1천58명의 억만장자를 보유해 미국을 앞질렀다'고 돼 있다. 사진 속 생수 회사는 중국 내 부자 1위로 부상한 중산산의 농푸산취안.
중국 기업인 중에선 생수 업체 농푸산취안의 창업자 중산산(95조 원)이 7위를 차지하면서 중국인 중에선 처음으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텐센트 창업자인 마화텅(83조 원)이 14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78조 원)이 19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62조 원)이 25위를 차지했습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보고서까지만 해도 중국의 최고 갑부였지만 반년도 안 돼 중국 내 4위로 밀려났습니다. 중국 당국의 '미운 털'이 박혔다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후룬리포트가 공개한 세계 부자 100위 안에 한국 기업인은 없었습니다.

● '양적' 팽창 강조하는 중국…시진핑 탈빈곤 선언 탓?

그렇다면, 중국의 억만장자 수가 미국을 제친 게 이번이 처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재산 10억 달러(1조 1천2백억 원) 이상 부자의 수는 이미 2016년부터 중국이 미국보다 많았습니다. 중국이 2015년 478명에서 2016년 568명으로 증가한 반면, 미국은 2015년 537명에서 2016년 535명으로 오히려 감소하면서 중국이 처음 앞질렀습니다. 이후 억만장자 숫자에서만큼은 중국이 계속 우위를 지켜왔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억만장자 수를 비교한 후룬리포트 그래프. 파란색이 재산 10억 달러 이상 중국 기업인 수, 빨간색이 재산 10억 달러 이상 미국 기업인 수
중국이 '질적'인 성장보다 '양적'인 팽창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얼마 전 중국이 떠들썩하게 치른 '탈빈곤' 행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2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탈빈곤 표창 대회를 거창하게 진행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설립 100주년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탈빈곤 사업에서 전면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9천899만 명의 농촌 인구가 빈곤에서 빠져나왔다"고 선언했습니다. "역사책에 길이 빛날 기적"이라고도 했습니다.

2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중국 탈빈곤 표창 대회 (출처=신화통신)

● 리커창 "6억 명 월수입 17만 원"…피케티 "상위 10%가 부의 70% 차지"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은 겨우 1천 위안(17만 원)밖에 안 되며, 1천 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탈빈곤 행사가 있기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리 총리는 "현재 인민 대중이 교육, 의료, 주택, 소득 분배 등에서 느끼는 불만이 여전히 많다"고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탈빈곤 선언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중국 상류층에 부의 집중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류층의 삶까지 나아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적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2018년 현재 중국의 상위 10% 부자가 중국 전체 부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1천121만 원)를 넘어서고, 전체 GDP가 100조 위안(1경 7천조 원)을 돌파하는 등 중국 경제가 양적 팽창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부의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지니계수는 2017년 0.467입니다. 지니계수는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통상 0.4가 넘으면 그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봅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0여 년 간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0.49를 오갔으며 이마저도 저평가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참고로 통계청이 밝힌 한국의 지니계수는 2019년 0.339입니다. 베이징에서는 아직도 값싼 노동력으로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많은 음식 배달 노동자와 농민공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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