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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북한은 붕괴할까?…'O' 'X'는 올바른 답이 아니다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북한은 붕괴할까?…'O' 'X'는 올바른 답이 아니다
흔히 보수세력의 시각으로 일컬어지는 북한 붕괴론은 끊이지 않는 논쟁의 주제입니다. 북한 체제가 불안하니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른다, 언뜻 그럴싸해 보이는 이러한 주장은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설득력 있는 논거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국제사회의 고립 속에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이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수십 만에서 수백 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 때에도 버티는 데 성공했습니다. 외부세계에 비해 못 먹고 못 사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너질 것이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흔히 정권 붕괴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거론되는 군사 쿠데타도 북한에서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군 조직 곳곳에 당 조직을 심어 놓아 군 지휘관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혁명도 북한에서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통제 체제는 역사상 어느 나라보다 엄혹할 정도로 주민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은 죽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제 체제가 유지되는 한 대중 시위에 의한 체제 붕괴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맹방인 중국이 북한 정권이 무너질 정도의 압력을 가할 리도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단기간에 정권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에 처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새해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일성 일가의 독재 체제, 영원히 계속될까

그렇다면, 김일성 일가의 왕조적 전체주의 체제는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의 북한 체제가 지속된다는 것은 김일성 일가가 세습에 세습을 계속하면서 몇백 년씩 정권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21세기의 시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고려나 조선이 세습왕조 체제로 몇백 년씩 지속되긴 했지만, 그것은 당시 왕조 체제가 시대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시점에서 세습독재 체제가 향후 몇백 년씩 계속되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것이 집중된 북한과 같은 1인 시스템에서는 최고지도자에게 변고가 생기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언제라도 존재합니다. 최고지도자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건강 문제 없이 자식으로의 세습을 추진하는 단계까지 가더라도 권력을 물려받는 후계자가 역량 있는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줄지는 불확실합니다. 세습은 많은 인력풀 중에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 후계자로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자식이라는 한정된 인력풀 안에서 후계자를 선택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습 독재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권력자가 교체될 때마다 발생합니다.

● 북한, 개혁 개방 통해 연착륙할 가능성은

북한 체제가 조금씩 변화해 국제사회에 연착륙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을 실행하고 남북 간 교류 협력도 증진돼 점진적인 통일로 가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김일성 일가가 절대적인 권력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 한 북한의 과감한 개혁 개방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김일성의 나라 북한, 북한은 개혁 개방을 할 수 있을까? ①

남한의 대북정책이 정권마다 왔다갔다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북한의 연착륙 가능성을 어둡게 합니다. 핵 문제는 추후 기술할 기회가 있겠지만,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한국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북한 붕괴론'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북한 붕괴론을 무작정 믿고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1인 독재 체제의 불안정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통한 연착륙이 바람직하지만, 연착륙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 붕괴론이 맞느냐 틀리냐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북한 붕괴론에 무게를 두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북한 붕괴론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실용적인 자세는 아닙니다. 남북 간의 가능한 교류 협력 등 대북정책은 대북정책대로 실행하되, 북한의 미래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에는 묵묵히 대비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으로 가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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