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미래로 가는 창…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취재파일] 미래로 가는 창…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 화성에 진입하는 퍼서비어런스 캡슐

우리시간으로 지난 2월19일 오전 5시58분쯤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예제로 분화구(Jezero Crater)에 착륙했다. 2020년 7월30일 미국 플로리다 주 동쪽 케이프 커네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지 7개월 만이다.

화성 대기권 진입 10분 전에 운항체(cruise stage)가 떨어져 나가자 비행접시 모양의 퍼서비어런스 캡슐이 화성의 대기권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낙하산이 펴지면서 감속에 성공한 퍼서비어런스는 마지막으로 제트팩이 설치된 하강 장치(descent stage) 스카이 크레인에 매달려 사뿐히 화성에 착륙했다. 대기권 진입 후 열차폐막(heat shield) 분리-낙하산 전개-낙하산과 백쉘 분리-스카이크레인 전개-터치다운-스카이크레인 분리라는 과정이 마치 공상과학영화처럼 착착 진행됐다.

퍼서비어런스 착륙 캡슐의 구성

지구에서 발사돼 화성에 진입하기 직전 퍼서비어런스 캡슐은 위의 그림에서처럼 이동을 도와주는 운항체(cruise Stage), 로버를 덮고 있는 백쉘, 착륙직전 하강을 도와주는 하강장치(descent stage), 로버(rover), 열차폐막(heat shield)으로 구성돼 있다.

화성 표면을 자동차처럼 운행하는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화성 착륙은 지난 1997년 소저너(Sojourner), 2004년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 2012년 큐리오시티(Curiosity)에 이어 다섯번째다. 소저너와 스피릿이 에어백에 쌓여 착륙한 것과 달리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는 스카이크레인에 매달려 착륙했다.

스카이크레인에 매달려 착륙하는 퍼서비어런스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해 게일 분화구(Gale Crater)에서 9년째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큐리오시티와 디자인이 유사하지만 내비게이션과 탐사장비를 업그레이드했고, 드론 헬리콥터를 장착했으며, 화성의 대기로 산소를 만드는 목시(MOXIE) 시스템을 장착하는 등 8년 간의 기술 발전을 담았다.

태양계에서 지구 다음의 4번째 행성으로 지구의 절반 크기인 화성은 희박하지만 지구와 같은 대기가 있고, 대규모 삼각주 등 물이 흐른 흔적이 있다는 점에서 30억 년 전에는 생명체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이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은 물론,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을 시험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점에서 우주 탐사 기술에 또 하나의 도약을 가능하게 해줄 프로젝트다.

우주 탐사에는 인류가 개발한 최첨단 기술이 모두 동원된다는 점에서 화성 로버 퍼시비어런스는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상용화할 과학기술을 미리 볼 수 있는 전시장이기도 하다. 무게 1025 kg, 길이 3m, 폭 2.7 m, 높이 2.2 m로 승용차와 비슷한 크기의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에는 어떤 기술이 숨어 있는지 알아보자.

퍼서비어런스의 뒤 쪽에 장착된 동력원 원자력 전지

● 플루토늄으로 가는 핵 추진 자동차 로버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로 희박한데다 96%가 이산화탄소로 돼 있는 화성에서 바퀴가 여섯 개 달린 1톤 남짓의 로버 퍼서비어런스를 움직이는 연료는 로버에 탑재된 4.8kg의 플루토늄 238이다.

로버 맨 뒤 쪽에 설치된 가로 66cm, 세로 64cm의 원자력 전지(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가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감쇄하면서 방출하는 열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110w의 전기를 만들어 낸다. 금속 또는 반도체 양쪽에 온도 차이를 주면 회로에 열기전력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한 발전기다.

원자력 전지 RTG의 원리

플루토늄 238의 반감기는 87.9년으로 플루토늄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87.9년마다 반으로 줄어든다. 퍼서비러런스에 장착된 RTG의 수명은 14년으로 매년 발생하는 전압이 몇 %씩 줄어든다고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밝혔다. 발전하고 남은 전기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충전했다가 필요할 경우 쓴다.

원자력전지는 아폴로 우주선에서부터 시작해 수십년 동안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이용돼 왔다. 플루토늄은 유사시 폭발이나 방사능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라믹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우주선이 폭발해도 방사선 노출 양은 210 밀리렘(milirem) 정도로 미국인들이 자연상태에서 1년에 노출되는 방사선 310 밀리렘보다 적다고 나사는 밝히고 있다.

착륙 지점을 찾아가는 로버의 항법 시스템 개념도

● 운항 속도를 3배 높인 자율 주행시스템과 헬리콥터

여객기 순항 속도의 20배인 시속 1만9천㎞로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퍼서비어런스는 레이다와 7대의 카메라로 화성 표면을 관측하며 착륙했다. 지표면을 스캔해 원래 착륙 지점과 비교한 뒤 낙하산이 펴지는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스스로 착륙 위치를 찾아가도록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퍼서비어런스의 두뇌는 처리속도 2백 메가 헤르츠, 플래시 메모리 2 기가 바이트, 13개의 프로세서를 갖춘 컴퓨터로 방사능에 견딜 수 있다. 유사시 백업 기능을 수행하도록 스페어 컴퓨터가 1대 더 있다. 광학 센서와 머신 러닝 알고리즘으로 로버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길을 찾아간다.

로버의 소프트웨어는 지구에서 작성해 업데이트도 한다. 복잡한 기계장치를 서로 연결한 전선의 길이만 5.8km에 달한다.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 이후 8년 동안 축적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해 큐리오시티보다 3배 빠른 시간당 6.6km로 이동할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에 장착된 23대의 카메라

퍼서비어런스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이크 2개와 23대의 HD급 고화질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정면에는 설치된 2대의 마스트 카메라는 입체적으로 사물을 보고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고성능 카메라와 굴착 장비, 관측 장비가 달려 있는 긴 팔을 이용해 사물을 보다 더 가까이 관측하고, 셀카를 찍을 수도 있다.

큐리오시티와 비교해 바퀴의 지름은 50.8cm에서 52.6cm로 늘렸고, 폭은 43cm에서 33.6cm로 줄였다. 바퀴의 홈 모양을 바꾸고, 알루미늄 휠의 강도를 높여 마모를 줄였고, 바퀴의 지름을 크게해 높이 40cm의 장애물을 통과하고, 30도 경사의 길도 올라갈 수 있다.

로버의 배 부분에 딸려간 헬리콥터 인제뉴어티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바닥 부분에 드론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를 품고 갔다. 무게 1.8kg, 폭 1.2미터의 날개 2개가 달린 헬리콥터 인제뉴어티는 1달 이내에 기동을 시작해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이지만 공기 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서 비행이 가능한지를 시험하게 된다.

태양전지판을 통해 6개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충전되면 부착된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지구의 5배 정도인 분당 3천회 정도로 프로펠러를 돌려 자율 비행을 하게 된다. 차츰 비행 고도를 높이고 비행시간을 늘려 90초까지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헬리콥터 비행이 성공하면 화성 탐사에 또 하나의 획기적인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퍼서비어런스 로버에 장착된 각종 탐사 장비

● 첨단 입체 탐사 장비

퍼서비어런스는 23대의 카메라와 2개의 마이크, 7개의 탐사 장비를 장착했다. 분광계(spectrometer)와 색층분석장치(chromatograph), 레이다, X레이 장비 등으로 토양이나 암석을 시추하지 않고도 촬영한 영상이나 광선을 쏴서 돌아오는 소리로 광물의 성분을 분석할 수도 있다.

RIMFAX 레이더로는 땅을 파지 않고도 지하 10미터까지 물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탐사할 수 있다. MEDA는 화성의 먼지, 온도와 습도, 바람 등 기후를 측정한다.

퍼서비어런스의 샘플 보관함

퍼서비어런스는 필요한 경우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뒤 47개의 통에 담아 특정 장소에 보관한다. 만년필 크기의 이 무균 청정 보관함은 2026년 발사될 탐사 로버에 의해 궤도를 도는 위성으로 쏘아 올려지고, 궤도를 돌던 위성은 이 샘플들을 받아 온전한 상태로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퍼서비어런스의 산소 발생기 목시

산소 발생기 목시(MOXIE)

퍼시비어런스 로버에서 가장 주목할 장치는 화성의 대기를 활용해 액체 산소를 만드는 목시(MOXIE: Mars Oxygen In 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이다. 지금까지 우주정거장에서는 지구에서 가져간 물(H2O)을 전기분해하여 산소(O)와 수소(H)로 만들어 썼다. 물은 너무 무거워 화성까지 수송하는데 어렵기 때문에 화성에 있는 대기로 산소를 만들어내기로 한 것이다.

목시가 산소를 만들어 내는 원리

목시는 화성의 96%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CO2)를 고온으로 압축해 고체산화물전기분해(Solid Oxide Eletrolysis)를 통해 산소(O2)와 일산화탄소(CO)로 만들어 낸다. 목시는 시간당 20g의 산소를 만들어 내는 프로토타입으로 시험에 성공할 경우 시간당 2kg의 액체 산소를 만들어 내는 장치를 만들어 화성에 보낼 예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소는 화성에 갈 사람들이 호흡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로켓의 연료로도 사용한다.

퍼서비어런스에는 화성의 대기와 광선에 견딜 수 있는 지를 시험하기 위해 우주복과 헬멧도 탑재됐다. 화성의 대기로 산소를 만들고, 우주복과 헬멧 등 장비에 대한 시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생명체의 흔적도 발견된다면 우주 공간에 생명체가 사는 곳이 지구 이외에 또 있다는 가설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으로 획기적인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인류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공간에서의 이동 시간이 단축되고,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물과 산소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도 완성되면 다른 행성으로 이동해 사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퍼서비어런스가 인류가 지구 밖 우주로 진출하는 첫 관문을 뚫을지, 그리고 우주에 인류 외에 다른 생명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