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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헤엄 귀순' 징계 잣대, 공정한가…결심 못 하는 국방부

[취재파일] '헤엄 귀순' 징계 잣대, 공정한가…결심 못 하는 국방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1.02.28 10:20 수정 2021.03.23 19: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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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헤엄 귀순 징계 잣대, 공정한가…결심 못 하는 국방부
▲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헤엄 귀순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서욱 국방장관

육군 22사단이 지난 16일 헤엄 귀순사건으로 인해 경계 실패를 맛봤습니다. 귀순자가 감시장비에 8번 찍히고, 그 가운데 2번은 경고음과 경고 신호가 떴는데도 22사단 장병들은 무시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감시장비에 포착된 해변의 귀순자 모습은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이어서 군은 곤혹스럽습니다. 귀순 통로가 된 배수로는 22사단이 아예 몰랐던 시설이니 더욱 난감합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2사단의 살인적 경계 범위를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군으로서는 조금이나마 부담감을 덜었습니다. 국방위 소속 어떤 의원은 "장병들을 징계하면 안 된다"고 감싸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합참 장군들은 국회에 공을 무척 많이 들였습니다. 군과 국회의 합이 잘 맞아서인지 몰라도, 합참의 조사 결과 발표 때 징계 여부는 쏙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관례로는 조사 결과 발표하면서 동시에 징계 대상과 수위도 공개하는데 이번에는 안 했습니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처벌은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시행돼야 합니다. 큰 일은 중징계하고 작은 일은 소소하게 탓해야 합니다. 추상같은 영이 서야 하는 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경계작전에 책임도 권한도 없는 사령관을 엄중 경고한 작년 7월 강화도 연미정 월북사건과 이번 22사단 헤엄 귀순사건의 처분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하는 말입니다.

문민의 통수권을 대리해 군을 지휘하는 국방부의 존재감이 흐릿합니다. 장관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국방부의 엄정함과 공정함이 흔들리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고위 장성들이 국회에 찾아가고 전화하는 모습에서 군 기강해이의 기미가 엿보여 국방부의 무력함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 다시 보는 강화도 연미정 월북사건

작년 7월 18일 새벽 강화도 연미정 바로 옆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북자 김 모 씨가 한강을 건너 월북했습니다. 합참 조사 결과, 헤엄 월북을 하는 약 75분 동안 김 씨는 군 감시장비에 7차례 포착됐습니다.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은 감시 모니터를 보고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경계 실패의 낙인이 찍혔습니다.

사실 합참의 조사 결과라는 것이 온통 추정이었습니다. 탈북자 김 씨가 배수로의 뻘밭을 통과했다는데 그곳에는 사람이 통과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모킹건(smoking gun)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 증거도 희미했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국군지휘통신사령부의 영상장비분석관이 특정 시간대, 특정 지역에 대한 촬영본을 수 시간 동안 몇 차례 반복해서 돌려본 뒤 월북 장면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군 최고의 영상 판독 전문가들도 김 씨가 월북하는 영상이라고 굳게 믿고 눈에 불을 켠 채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본 뒤 긴가민가한 영상을 찾은 것입니다. 하물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넘어오는 물체들을 응시하며 대북 경계근무에 열중했던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해당 영상은 국방부 기자실에서 기자들에게도 공개됐는데 도무지 무엇이 김 씨인지 분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강 하구는 물새 천국입니다. 인적이 드물다 보니 가마우지 등 온갖 물새들이 날아와 무인도에 둥지 틀고 삽니다. 물새의 체온이 사람과 비슷한데 일몰 후에 사람이 머리만 내놓고 헤엄치면 물새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뚫린 건 되돌릴 수 없으니 2사단장은 보직 해임됐습니다. 해병대 2사단은 해병대사령부가 아니라 수도군단, 지상작전사령부의 지휘를 받습니다. 수도군단장과 지상작전사령관이 징계받아야 하는데 수도군단장과 함께, 엉뚱하게도 해병대사령관이 엄중 경고조치됐습니다. 지휘의 책임과 권한도 없는 해병대사령관은 해병대라는 이유만으로 징계된 것입니다.

헤엄 귀순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의 해안 철책
● 육군 22사단과 해병대 2사단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위원은 "22사단의 경계 책임 구역이 육상 30km, 해안 70km 등 100km에 달한다", "타 사단보다 경계 구역이 4~5배 넓다",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위원은 "감시장비의 오경보가 너무 많다", "감시장비 모니터를 봤던 장병들을 중징계하면 안 된다"고 거들었습니다.

22사단의 경계 책임 구역이 광활한 것 맞습니다. 하지만 해병대 2사단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병력도 22사단이 해병대 2사단보다 몇 천 명 더 많습니다. 22사단이 육군 다른 사단보다 훨씬 고생한다고 해도 해병대 2사단에 비하면 한참 수월합니다. 그럼에도 해병대는 전문가조차 식별하는 데 애를 먹는 모니터의 희미한 점을 못 잡았다는 이유로 사단장 보직 해임과 사령관 엄중 경고조치를 감수했습니다.

감시장비 오작동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징계 감면의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감시장비의 오작동이 심하면 제때 보수해야 하는 것이 지휘관들 책임입니다. 그토록 오작동했다면 벌써 조치가 됐어야 정상입니다. 오작동 심하니까 장병들 징계하면 안 된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병사들을 징계할 것까지는 없지만 오작동을 방관한 지휘관들은 문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국회 국방위에서 헤엄 귀순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 현역들의 대국회 작전과 국방부의 '결정 장애'

국방위가 열린 지난 23일 오전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의 방에 합참 소속 장군들이 투입됐습니다. 몇십 분 단위로 시간표 짜서 조직적으로 국방위원들 만나 해명(解明)전을 펼쳤습니다. 보좌관들까지 공략했습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모름지기 처벌은 공정해야 합니다. 작년 여름의 국방부는 모질다 싶을 정도로 해병대를 처벌했습니다. 올해 2월의 국방부는 해병대 2사단 헤엄 월북보다 상당히 중대한 경계 실패인 22사단 헤엄 귀순에 대한 징계 여부를 여태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군들이 제 아무리 용을 써도 문민 통제의 절대 기관인 국방부가 줏대를 가지고 가르마 타면 정리가 되는데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같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인데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작년과 올해가 참 다릅니다. 도무지 결정력이 안 보입니다.

국방부의 결정 장애적 행동은 또 있습니다. 매년 예산 수십조를 집행하는, 그래서 고도의 공직기강과 청렴이 요구되는 방위사업청의 수장인 강은호 청장의 대낮 술판, 김영란법 위반, 공문서 허위 공시사건이 터졌습니다. 방사청장의 몹시 부적절한 행동과, 그 앞에서 우물쭈물 망설이는 국방부의 모습은 다음 취재파일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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