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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타이완 이번엔 '파인애플 전쟁'…선거 개입용?

[월드리포트] 중국-타이완 이번엔 '파인애플 전쟁'…선거 개입용?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2.27 15: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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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중국이 타이완산 파인애플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소 난데없는 갑작스런 발표였습니다. 더욱이 이 조치는 당장 사흘 뒤인 3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생태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지성 월드리포트_중국과 타이완의 '파인애플 전쟁'
● 중국 "유해생물 검출" vs 타이완 "검역 강화 이후 검출 안 돼"

중국 국무원 타이완판공실의 마샤오광 대변인은 26일 "지난해부터 타이완산 파인애플에서 검역성 유해생물이 검출됐다"고 수입 중단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유해생물이 유입될 경우 중국 본토의 농업 생산과 생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정상적인 조치"이며 "관련 법률·규정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타이완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타이완 농업위원회 천지중 주임은 "용납할 수 없으며 중국의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3월과 5월 사이에 수입된 타이완산 파인애플에서 유해생물이 발견된 사실을 타이완에 통보했습니다. 이 유해생물은 지난해 6천200개 샘플 중 13개에서 발견됐습니다. 99.79%는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타이완 당국이 검역을 강화한 뒤로는 한 건의 유해생물 검출이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발표대로 중국 본토의 농업 생산과 생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정도라면 왜 지난해 검출 당시 곧바로 수입 중단을 하지 않고 이제 와서 뒤늦게 수입을 금지하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 타이완 파인애플 수출의 90% 이상이 중국 본토행

먼저 타이완의 파인애플 수출 경로를 보면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국타이완망에 따르면 타이완은 지난해 4만5천 톤의 파인애플을 수출했는데, 이 중 4만 1천 톤이 중국 본토로 수출됐습니다. 91%가 넘는 수치입니다. 이어 일본 수출 4.7%, 홍콩 수출 2.5%, 싱가포르 수출 0.9% 순입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수치는 이보다 더 중국 비중이 높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완 파인애플 수출의 97%가 중국 본토로, 2%는 일본으로, 1%는 홍콩으로 향했습니다. 어쨌든 타이완 파인애플 수출량의 90% 이상이 중국 본토로 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조치로 타이완 농가가 받게 될 손해 규모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15억 타이완달러(약 605억 원)의 손실을 타이완이 입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타이완 남부 가오슝의 한 파인애플 수출업자는 "중국 시장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수입 금지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중국타이완망은 타이완의 대형 파인애플 수출 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통상 2월 중순부터 중국 본토 수출이 시작된다"면서 "농민들이 울부짖고 있다"고 했습니다.

타이완 남부 가오슝에서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장면 (사진=신화통신)
반면, 중국 소비자가 받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전망했습니다. 2019년 중국 본토의 파인애플 생산량은 172만 톤으로, 그 해 타이완에서 수입한 5만 1천 톤의 33배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주요 파인애플 생산 지역 중 한 곳인 남부 하이난성의 한 도매상은 글로벌타임스에 "대부분의 본토 도매상들이 타이완에서 파인애플을 수입하다 최근 2~3년 사이 현지 농가로부터 구입하는 것으로 전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재배농가들이 타이완의 파인애플 종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은 같은 대신, 비용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왜 중국이 이제 와서 타이완산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 민진당 지지 기반 타격용?…차이잉원 "파인애플 먹고 농민 지원하자"

중국의 타이완산 파인애플 수입 금지는 타이완의 정치 지형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파인애플은 타이완 남부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인데, 타이완 남부는 전통적으로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곳입니다. 지난해 8월 치러진 남부 가오슝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민진당 후보가 70%대 득표를 보이며,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는 국민당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민진당 지지 기반에 타격을 입히거나 민진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려는 중국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타이완 차이잉원 총통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파인애플을 먹자, 농민을 지원하자'고 돼 있다. (사진=환구시보)
타이완 집권 민진당은 여론 수습에 나섰습니다. 타이완 농업위원회는 남부 지역 농민들의 소득을 보존하기 위해 10억 타이완달러(약 403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중국 관영매체가 전망한 타이완 농가 예상 손실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차이잉원 총통도 직접 발벗고 나섰습니다. 차이 총통은 파인애플을 들고 있는 사진에 '파인애플을 먹자, 농민을 지원하자'고 적힌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3만 톤의 파인애플 수출을 목표로, 중국이 아닌 미국, 일본, 싱가포르 수출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습니다. "타이완 파인애플은 영양가가 높고 과즙이 많은 데다 달콤하다"며 타이완 파인애플 소비 촉진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타이완 네티즌들은 "자금을 모아 외국 신문에 파인애플 광고를 하자"고 제안했고, 소셜미디어에는 파인애플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파인애플을 이용한 요리 (사진=빈과일보)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군사 무력시위 등 전방위로 충돌해온 중국과 타이완 양측이 이번에는 파인애플을 놓고 갈등이 첨예화하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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