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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네시스맨' 김태훈 "세 번째 차는 처가에 선물"

[취재파일] '제네시스맨' 김태훈 "세 번째 차는 처가에 선물"
● 넉 달 새 대회에서 받은 제네시스 차량만 3대…모두 선물

프로 골퍼로 데뷔한 지 14년 만에 미국 PGA 투어 데뷔전을 치른 김태훈 선수(36세)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컷 탈락했지만 데뷔 첫날 '샷이글'과 '홀인원'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 PGA투어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첫날 홀인원 부상으로 G80 차량을 받았는데, 불과 4개월 사이에 골프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제네시스 차량만 3대째여서 제네시스와의 특별한 인연이 화제가 된 겁니다. 국내 언론은 그에게 '제네시스 맨', '차 세 대 골퍼'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김태훈은 지난해 10월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때 받은 GV80은 아버지에게,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받은 GV70은 어머니에게 드렸다며, 세 번째 차량 G80은 처가에 선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훈
김태훈

"앞에 받은 두 대는 제 부모님 드렸으니 이번엔 처가에 선물할 거예요. 장인 장모님 타시라고. 그런데 이번엔 차로 안 주고 캐시(현금)로 준다고 하더라고요. 출전 선수 중에 외국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6만 9천 달러라고 적혀있던데, 아무튼 이걸로 G80 사 드려야죠."

한국 남자 골프의 대표적인 장타자 김태훈은 정상급 실력에 잘생긴 외모로 골프계의 '테리우스'로 불렸습니다. 2007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 당시 그의 큰아버지가 1987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 김준환(해태)으로 알려져 주목받았습니다. 2013년 보성 CC클래식, 2015년 카이도골프 투어챔피언십, 2018년 부산오픈, 2020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4승을 기록했고, 특히 지난해는 생애 처음 제네시스 대상과 상금왕까지 차지하며 '김태훈의 시대'를 알렸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스타 플레이어인데도 그에겐 지난 3년간 후원 기업이 없었습니다. 한국 남자 프로골프의 인기가 여자 프로골프에 밀리면서 벌어진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창단한 웹캐시그룹(B2B핀테크전문기업) 골프단에 입단하게 됐고, 자회사인 비즈플레이와 올해 초 5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후원 계약 문제가 해결되자 김태훈은 이제 안정적으로 투어에 전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 후원사인 비즈플레이(전자결재서비스 기업)의 로고를 모자 정면에 붙이고 나선 첫 대회가 바로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었고, 첫날 홀인원으로 제네시스 차량을 부상으로 타는 행운까지 따랐습니다.

남자 골퍼라면 누구나 한번은 꼭 밟아보고 싶은 꿈의 무대 PGA 투어에 처음 출전해 꿈 같은 이틀을 보내고 돌아와 자가격리 중인 김태훈을 전화로 만나 30대 중반에 뒤늦게 PGA 투어를 체험한 소감과 제네시스와의 특별한 인연, 홀인원 부상으로 받은 차에 대한 뒷얘기를 들었습니다.

● "기습 한파로 연습 부족 아쉬워…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컷 통과했을 것"

Q. PGA 투어 첫 경험이 이틀로 끝나서 좀 아쉽지 않았나요?
"많이 아쉬웠죠. 처음엔 코로나19 때문에 걱정했는데 오히려 코로나보다 갑자기 미국을 강타한 이상 기후 때문에 고생했어요. 한국이 추워서 연습을 많이 못 했기 때문에 따뜻한 곳에 미리 가서 연습 좀 하려고 대회 열흘 전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먼저 도착했죠. 거기서 1주일쯤 연습하고 대회장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기습 한파가 와서 모든 게 엉망이 됐어요. 영하 18도까지 내려가 도저히 밖에서 연습할 수가 없더라고요. 숙소 안에 간이 연습장 만들어서 닷새 정도 연습하고 대회장으로 갔는데 한 마디로 시작부터 꼬였어요. 저는 연습을 많이 해야 정상 컨디션을 찾는 스타일이거든요. 코스도 많이 못 나가보고 연습도 안 된 상태에서 기대했던 데뷔전을 치른 게 제일 아쉬웠어요"

Q. 그래도 첫날 샷이글과 홀인원으로 많이 화제가 됐는데?
"운이 좀 따라줬어요. 벙커샷 이글은 벙커 턱이 꽤 높았는데 샷이 잘 맞았어요. 그래도 그게 바로 홀에 들어갈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16번 홀(파3) 홀인원은 홀까지 거리가 168야드에 맞바람이었어요. 7번 아이언 잡고 173~4야드 보내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그게 들어가 버린 거예요. PGA 데뷔전 첫날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죠. 그런데 대회 이튿날 연습 부족이 바로 표시가 나더라고요. 정상 컨디션이라면 하지 않을 실수들이 많이 나와서 결국 컷 통과를 못 한 거죠"

미국 골프장에서 찍은 기념사진

● 미국 페어웨이 단단해서 공 많이 굴러…한국 골프장보다 드라이버 샷 더 멀리 가

Q. 미국 잔디 적응은 문제없었나?
"미국 잔디는 우리 잔디와 많이 다르더라고요. 페어웨이를 꾹꾹 눌러놔서 딱딱해요. 좀 강하게 비유하자면 연습장에 있는 발판 매트 같은 느낌? 잔디도 아주 관리가 잘 돼 있고 짧아서 공이 딱 달라붙어 있잖아요. 그런 데서 어프로치할 때 공을 띄우는 게 쉽지 않아요.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쳐 보니까 저는 오히려 숏게임은 문제없이 잘 되더라고요. 또 페어웨이가 단단한 건 공이 더 멀리 굴러간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드라이버 똑바로 맞으면 320야드는 기본으로 나가는 것 같아요. 제가 작년 코리안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305야드였는데, 한국 골프장의 무른 페어웨이보다 15야드 정도 더 나가는 것 같아요."

● " PGA 투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그동안 너무 우러러본 듯"

Q. 이번 대회 경험을 통해 PGA 투어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 건가?
"네, 확실히 두려움은 사라졌어요. 연습장에서 쳐 보니까 손꼽히는 장타자들 몇 명 빼고는 제 드라이버 거리가 PGA 선수들보다 전혀 뒤지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PGA 투어를 너무 우러러봤나? (웃음) PGA 투어 수준에 대한 환상 같은 게 깨졌다고 할까요? 다음에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대회 나가면 10위권 진입은 노려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번에 결과는 컷탈락이지만 자신감은 생겼어요"

● PGA 수준 높은 샷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같은 조 동반자 2명 모두 아마추어

Q. 같은 조 동반자들이 모두 아마추어였는데?
"처음 PGA 대회에 나간 거니까 아주 톱 클래스는 아니더라도 PGA 선수의 수준 높은 샷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조 편성이 너무 아쉬웠어요. 아마추어 선수 두 명이랑 쳤는데 그 선수들이 공을 너무 못 치더라고요. 게다가 한 명은 샷이 너무 안 되니까 첫날 끝나고 기권해 버려서 2라운드에는 2인 플레이를 했어요. 당연히 긴장감 떨어지고 리듬이 무너지고 연습 부족까지 겹쳤으니… 결과가 안 좋았죠. 팀도 잘 만나야 좋은데(웃음)…."

● 제네시스 차량 한 대 더 받으면 네 번째 차는 누구에게?

Q. 국내 투어 새 시즌 준비는 많이 했나?
"올겨울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 전지훈련 못 가고 집에서 체력 훈련 위주로 시즌 준비했는데 올해도 작년 시즌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아직 투어 일정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작년에 코로나로 취소된 대회들하고 신설 대회까지 합하면 최소 17개 이상의 대회가 열릴 거라고 기대하고, 적어도 1승 이상, 그리고 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면 더 좋겠어요"

한국 남자프로골프, KPGA 코리안투어는 국내 대회 수가 적어 생계를 위해 일본 투어를 병행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김태훈은 일본 투어엔 관심이 없습니다.

"예전엔 일본 투어를 노크해보기도 했는데 2014년 퀄리파잉 스쿨 갔다가 떨어진 뒤로는 한 번도 시도 자체를 안 했어요. 저하고는 잘 안 맞는 것 같고 결혼 후엔 아내와 아들(20개월) 두고 가고 싶지도 않아서."

● 남자프로골프, KPGA 코리안투어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김태훈은 지난해 1월 구자철 KPGA 회장 취임 이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과 'LG시그너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대회가 신설되고 코리안투어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남자골프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작년 코로나19 때문에 7개 대회가 취소됐는데도 11개 대회나 할 수 있었던 건 새 회장님이 2개 대회를 새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덕분이라고 봐요. 선수들도 인기 회복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 대회 프로암 라운드 때 동반하시는 아마추어분들과 소통을 위해서 선수들이 화이트 티에서 같이 치고, 코스에 쓰레기 줄이려고 벌금 규정도 만들고 금연 캠페인도 하고 진짜 노력 많이 하고 있거든요.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으로 대회가 치러지더라도 선수들은 멋진 승부, 좋은 경기력으로 팬과 스폰서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테니 응원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 36살인 김태훈은 지난 3년간 드라이브 샷 평균비거리가 매년 늘었습니다.
(2018년 293.3 야드/ 2019년 299.7야드 / 2020년 304. 5야드)
올해도 비거리가 더 늘 것 같다며 제네시스와의 특별한 인연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남자 선수는 40세 넘어서도 충분히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거든요. 저도 앞으로 10년 이상은 선수 생활을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몸 관리 잘해야죠."

김태훈 선수가 앞으로 대회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한 대 더 받게 된다면 네 번째 차는 누구에게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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