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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인도군, '언월도' '쇠몽둥이' 내려놓을 수 있을까

[월드리포트] 중국-인도군, '언월도' '쇠몽둥이' 내려놓을 수 있을까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2.24 11: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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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 1, 2위의 나라, 나란히 핵을 보유한 나라 중국과 인도가 일부 국경 분쟁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했습니다. 두 나라는 2월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양측은 판공호 지역에서 전방 부대가 순조롭게 철수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판공호는 인도 북부 라다크와 중국 티베트 사이에 있는 곳으로, 두 나라 국경 분쟁 핵심지 중 하나입니다. 두 나라는 다른 분쟁지에서의 철군 문제도 논의 중입니다. 앞서 두 나라는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습니다. 전쟁을 했음에도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실질 통제선'을 경계로 맞서고 있는데, 이 '실질 통제선'을 두고 두 나라의 해석이 달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중국군과 인도군의 충돌 장면
● 중국-인도군, 언월도·몽둥이 등으로 무장…중국, 충돌 상황 뒤늦게 공개

1962년 국경 전쟁 이후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는 지난해였습니다. 지난해 5월 판공호에서 난투극이 벌어진 데 이어, 6월에는 라다크 지역 갈완계곡에서 이른바 '몽둥이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앞서 두 나라는 1996년과 2005년 두 차례 합의에 따라 국경지대 2km 안에서는 총기를 휴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총기를 휴대해야 할 경우 탄창을 제거한 채 등에 메기로 했습니다. 때문에 두 나라 군인들은 주로 몽둥이와 창으로 무장했습니다. 중국군은 삼국지 관우가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언월도를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 합의마저 지켜지지 않으면서 45년 만에 다시 총성이 울렸습니다. 6월 충돌 과정에서 중국군이 못이 박힌 쇠몽둥이를 휘둘렀다는 주장이 퍼져 인도 내 여론이 악화하자, 인도군 당국이 국경지대 지휘관에게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했던 것입니다.

지난해 9월 인도 언론이 공개한 중국군 무장 모습 (출처=인도 NDTV)
최근 중국군은 지난해 6월 '몽둥이 충돌' 상황을 뒤늦게 공개했습니다. 당시 인도군은 곧바로 2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중국군은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월 19일 당시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관영매체를 통해 알렸습니다. 사건 발생 8개월 만이었습니다. 이어 이튿날인 2월 20일에는 당시 출동 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 영상에는 쇠막대기와 몽둥이를 든 인도군이 하천을 건너 우르르 중국군 쪽으로 다가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어 충돌하는 장면, 부상당한 중국군의 모습, 해가 진 뒤에도 대치하는 장면 등이 담겼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연대장이 소수의 장병을 데리고 교섭에 나섰다가 인도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지원 부대가 적시에 도착해 격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패한 인도군이 사상자를 버리고 도주했다고도 했습니다. 뒤늦게 공개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은 "중국군 사상자가 더 많다거나 중국군이 먼저 도발했다는 인도 매체들의 왜곡 보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두 나라 관계의 안정을 위해 고도로 자제해왔으며 인도처럼 민족주의를 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인도군이 중국군을 향해 몰려오는 장면
● 중국, 연일 '영웅 · 순교자' 띄우기…사상자 비판한 네티즌 잇따라 처벌

물꼬가 터진 탓일까요, 8개월간 침묵을 지켜오던 중국 매체들은 연일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당시 중상을 입은 연대장의 최근 근황, 숨진 장병들의 가족 상황까지 상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도 뒤늦게 사상자들에게 '영웅' 칭호를 수여하거나 '일등 공훈'을 추서했습니다.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들의 애국심 고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상자에 대한 비판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2월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7명의 네티즌이 '영웅과 순교자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거나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숨진 장병들이 영웅은 아니다', '중상을 입은 연대장이 살아남은 것은 지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상자가 더 있었을 것이다'와 같은 글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영웅과 순교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겁니다. 어떤 네티즌은 15일 구금, 어떤 네티즌은 7일 구금 등의 처벌을 받았는데, 처벌의 근거가 된 법률은 2018년에 제정된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습니다.

● 인도 매체 "중국군이 먼저 도발"…같은 영상 놓고 다른 해석

두 나라는 앞으로 언월도와 몽둥이를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일단 감정적인 앙금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도 NDTV는 중국군이 영상을 공개한 직후 "당시 충돌은 중국군이 인도군의 순찰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인도군의 순찰 지역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한마디로 중국군이 먼저 도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인도는 30명 이상의 중국군이 숨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역시 중국이 공개한 영상이 오히려 "인도 장교의 용기를 보여줬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군과 충돌 과정에서 이 장교가 용감하게 인도군을 이끌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는 내용입니다. 같은 영상을 놓고 양측의 해석이 극과 극인 셈입니다. 이 매체는 "2월 20일 두 나라 간 16시간에 걸친 회담에도 '실질 통제선'의 돌파구를 찾는 데 실패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중국군과 인도군의 대치 장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두 나라 관계가 지난해 6월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인도의 많은 정치가와 전문가들이 중국을 최고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면서 "일부 인도 매체는 국경에서의 군대 철수를 인도의 승리로 묘사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현재 인도에서 중국과의 화해를 위한 건설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군사적 갈등을 넘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4개국 협의체 '쿼드'에 인도가 포함돼 있는 이상, 중국과의 관계 회복은 당분간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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