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한국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한국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1.02.24 10:12 수정 2021.02.25 10:16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한국의 대북정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
자신의 정치 성향이 어떠하든 간에 우리 사회 내부의 정치적 분열이 심각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진보와 보수는 사실상의 '적'이라고 할 만큼 분열이 심화돼 있습니다.

이렇게 적대적 분열이 심화되면서 대한민국에서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것은 참으로 지켜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대통령 선거라는 외나무다리 혈투에서 맞붙어 정권을 잡았는데 패자의 정책을 계승할 리 없습니다. 최근의 우리 정치를 보면 여야 간 정권이 교체돼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전 정권 지우기'가 주요 과제가 되었고,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북정책 또한 이러한 정치적 부침 속에서 심한 굴곡을 겪었습니다. 대북정책은 특히 정권의 색깔이 명확히 드러나는 분야인 만큼, '전 정권 지우기'에 나선 상황에서 전임 정권의 대북정책이 계승될 리 없었습니다.

● 대북 포용정책으로 남북 교류 협력 제도화

냉전시대의 남북 대결 구도를 벗어나 한국에서 본격적인 의미의 대북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기부터입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유도한다는 정책으로, 강한 바람보다는 따뜻한 햇볕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데 효과적이라는 이솝우화가 적절한 예로 제시됐습니다. 햇볕정책은 좀 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포용정책으로 지칭할 수 있습니다.

2000년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에 앞서 손 맞잡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진 대북 포용정책으로 남북 관계는 교류 협력의 제도화 단계로까지 들어서는 듯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장관급 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매년 계속되는 이산가족 상봉과 각 분야의 사회문화 교류, 동쪽으로는 금강산 관광 서쪽으로는 개성공단이라는 남북 경협의 두 축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 이미 이뤄놓은 결과물 기반해 다음 단계로 갔어야

진보-보수의 문제를 떠나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가려 했다면 이미 이뤄놓은 결과물에 기반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야 간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 수년 만에 남북 당국 간 모든 관계가 끊어지고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으면서 남북 관계는 거의 제로 상태로 되돌아갔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활성화된 남북 관계가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제로로 돌아갔으니, 한국의 대북정책은 16년 동안 헛수고를 한 셈입니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귀환하는 공단 차량
물론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북한에게 상당한 원인이 있습니다. 남한에서 여야 간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면 북한도 이에 맞춰 적응해야 했지만, 북한은 남한의 대북정책을 예전처럼 돌려놓겠다는 아집 속에 남한 정부 길들이기에 나섰고 이것이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천안함 사건이나 계속된 핵과 미사일 개발 등이 남북 관계에 악재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 정치적 분열로 대북정책 왔다 갔다

하지만 외부에서 원인을 찾기에 앞서 우리 내부의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진보-보수 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적대적 분열 속에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적대적 대립은 진보 정권에게도 보수 정권에게도 심각한 하자를 낳았습니다. 진보 정권이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고 해도 남한에서 정권 교체가 되면 대북정책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북한이 변화를 시도할 리 없습니다.

보수 정권이 아무리 국제사회를 추동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다고 해도, 남한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이 또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북한은 '조금만 더 참고 견디자'라며 버티게 됩니다. 포용정책이든 압박정책이든 몇 년 단위로 바뀌는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기는커녕 북한이 남한의 가변적인 대북정책을 어떻게 이용해 먹을 것인지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북한의 내성만 키울 뿐입니다.

● 우리는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자산을 스스로 소진시켜왔다

세계 열강들의 힘이 부딪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존재하는 한반도이지만 우리가 북한 문제에 대해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 주변국과는 역할과 비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한반도처럼 세력 균형이 첨예한 곳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기 때문에 어느 한 주변국이 전횡을 휘두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러한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자산을 스스로 소진시켜왔습니다. 진보-보수 간 적대적 분열로 여야 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뛰기하듯 다른 대북정책을 들고 나옴으로써, 남한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소진시켜 온 것입니다.

각각의 정권들은 자신들의 임기 안에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을 것처럼 자신했지만, 기껏 5년 혹은 정권 재창출이 된다 해도 10년의 임기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대북정책은 없습니다. 지금처럼 정치적 분열이 계속되는 한, 한국 사회에서는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어느 정부의 대북정책도 성공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