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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체부 인사 난맥, 스포츠 인권 무시하나?

[취재파일] 문체부 인사 난맥, 스포츠 인권 무시하나?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1.02.23 09:51 수정 2021.02.23 14: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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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2020년 1월 8일자로 서기관 A 씨를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운영과장으로 임명합니다. 이로부터 5개월 뒤인 2020년 6월 말 철인 3종 경기 유망주였던 최숙현 선수가 경주시청팀 지도자와 동료 선수에게 장기간 가혹 행위를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충격적 사태가 발생합니다.

권종오 기자 취파
스포츠계에서 폭력과 성폭력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스포츠윤리센터가 8월 5일 공식 출범합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 아래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독립 법인으로 기존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해 스포츠계 인권침해 및 비리를 조사할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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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하는 당일인 8월 5일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운영과장인 A 씨를 스포츠윤리센터에 파견 발령을 냅니다. A 씨의 이력을 살펴보면 스포츠계와는 관련이 거의 없습니다. 스포츠 인권 문제를 다뤘던 경험도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도 A 씨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실무를 총괄하는 초대 사무국장에 올랐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근무 기간입니다. 발령을 낼 때 이미 기간을 2020년 8월 5일부터 2021년 2월 4일까지로 한정했습니다. 대부분의 기구와 조직은 처음 생길 때 특히 업무량이 많습니다. 직원 선발에서 배치, 업무 분장과 조율, 대외 기관과 협력 등 할 일이 쌓여있기 마련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사무국장을 '6개월짜리 보직'으로 판단했습니다.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의 직무 중요도와 스포츠 인권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고려하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발령을 낸 것입니다. 6개월이란 단기간에 스포츠윤리센터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업무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매우 뛰어난 능력이 필요한데 A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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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당시 문체부의 발령대로 A 씨는 지난 2월 8일자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장에 임명됐습니다. 인사권자는 역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었습니다. A 씨는 이렇게 1년 사이에 국립한글박물관과 스포츠윤리센터, 국립현대미술관 3곳을 전전한 것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한 곳에서 의욕과 소신을 갖고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몇 개월 뒤에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갈 사람에게 무슨 업무 성과와 효율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A 씨가 사무국장으로 재임하는 기간에 스포츠윤리센터는 온갖 잡음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국내 유일의 스포츠 비리 조사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지난 6개월 동안 신속하게 또 속 시원하게 무엇을 제대로 해결한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스포츠윤리센터 '낙하산 인사' 채용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으로서 능력이 떨어진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내부 화합도 이루지 못해 눈살을 더 찌푸리게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포츠윤리센터 바른노동조합(위원장 김성배)은 이숙진 이사장이 비정상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김성배 위원장은 폭언과 갑질, 시간외 수당 미지급, 보수 규정 무시 등 8개 분야 27개 항목에 걸친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는데 이에 대해 사무국장 A 씨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실무 책임자 A 씨는 스포츠윤리센터를 떠났습니다. 후임 사무국장에는 내부 간부 B 씨가 선임됐는데 직원들에 따르면 B 씨도 경력상 스포츠인권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문체부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사건, 고 최숙현 선수 사건, 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사건 등 충격적인 스포츠계 인권 침해가 발생할 때마다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인권 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국민들에게 여러 차례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윤리센터 고위 직책에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앉힌 것도 모자라 6개월짜리 보직 발령을 낸 문체부의 인사 행태를 보면 스포츠 인권 보호에 정말 관심이 있는지, 스포츠윤리센터를 명실상부한 스포츠비리 조사 기관으로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도무지 의심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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