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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스가 '장남 접대' 파문 일파만파…화살은 다시 스가에게?

[월드리포트] 스가 '장남 접대' 파문 일파만파…화살은 다시 스가에게?
지난 3일, 일본의 유력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의 특종 보도로 불거진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正剛)씨의 '공무원 접대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슈칸분슌은 해당 보도에서 위성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도호쿠신샤(東北新社)에서 부장급 간부로 근무하는 세이고 씨가 지난해 자회사 대표 등과 함께 일본 정부 총무성(總務省)의 고위 간부 4명에게 고급 식사와 택시 승차권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도호쿠신샤는 지난해 말 회사의 위성방송사업 허가 갱신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는데, 결정권을 가진 간부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언론 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총무성은 해당 공무원들이 윤리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간부 4명을 제외하고도 7명이 도호쿠신샤 측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11명에 대한 처분은 24일쯤 내려질 예정입니다.

첫 보도 이후 총무성의 고위 간부들은 국회에 불려 나온 자리에서도 변명을 계속했습니다. 처음에는 밥값을 낸 도호쿠신샤 관계자들(스가 장남 포함)이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얼토당토않은 답변을 했습니다.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접대를 금지하는 공무원 윤리규정 위반 여부를 염두에 둔 답변이었습니다만, 다들 명문대 출신에, 그 어렵다는 공무원 임용시험까지 보란 듯 합격한 엘리트 공무원들이 정말로 도호쿠신샤 사람들이 이해관계자임을 알지 못했다면 그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들은 사실관계 조사에 나선 총무성이 회식에 출석한 도호쿠신샤 측 사람들을 이해관계자로 규정한 뒤에는 '회식 자리에서 방송사업과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변명했지만, 이 역시 지난주 슈칸분슌의 2차 특종보도로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BS(방송위성을 이용), CS(통신위성을 이용한 방송)' 등을 언급하는 '음성'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첫 보도 이후 20일이 지난 지금은 회식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된 얘기는 오갔지만 특별히 대가성을 띤 것은 아니었다며 한참 물러섰습니다. 결국 도호쿠신샤가 지난해 12월의 사업 재허가 과정에서 회식과 연관된 간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접대' 스캔들이 일선 기자의 '우연한' 취재로 드러나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아무리 특종으로 유명한 슈칸분슌이라도 도쿄에 모래알처럼 많은 고급 식당마다 저녁에 누가 오는지, 누가 지갑을 여는지를 일일이 알고 그 앞에서 잠복 취재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총무성 고위 간부들이 방송사업자, 게다가 스가 총리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와 비밀리에 회식을 갖는다는 정보를 날짜와 장소를 포함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아는 누군가가, 그 정보를 슈칸분슌에 찔러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슈칸분슌의 1차 보도에서 드러난 접대 날짜를 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12월 14일까지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걸쳐 있으니까 '제보자'는 적어도 두 달 이상 간부들의 동향(특히 저녁 약속)을 파악하고 슈칸분슌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2차 특종보도에서 드러났듯이 이때의 취재는 밖에서 오가는 모습만 사진으로 찍은 게 아니라 고급 음식점 내부에 들어가 대화까지 녹음한 것이었습니다. 해당 간부들의 '변명' 혹은 '모르쇠'까지 예상한, '내부 고발'에 의한 특종 보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스가 총리 장남의 공무원 접대 의혹을 보도한 주간지 슈칸분슌 기사'
'스가 총리 장남의 공무원 접대 의혹을 보도한 주간지 슈칸분슌 기사'

이번 보도가 총무성의 내부 고발에 의한 것이었다면, 조직 내 갈등을 배경으로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총무성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의 해설입니다. 일본 정부의 행정기관인 총무성은 지난 2001년 중앙정부 개편을 통해 우정성과 자치성, 총무청 등의 3개 조직이 합쳐진 거대 부처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2차관 산하), 행정안전부를 합친 격입니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장관급인 대신(大臣)과 부대신, 그리고 대신 정무관(政務官)까지는 국회의원이 맡고, '사무차관'부터 행정 관료가 맡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관료 출신으로 부처에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사무차관인 셈인데, 총무성의 경우 3개 조직이 통합된 거대 조직이다 보니 하나뿐인 사무차관 자리를 놓고 전부터 이런저런 갈등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순번제'로 결론이 나기 쉽죠. 구(舊) 우정성 출신이 사무차관을 하면 그다음은 구 자치성 출신, 다음은 총무청 출신...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사협정'은 말 그대로 '협정'일뿐,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대 정권의 주요 정책이나 사업의 실현을 '미션'으로 받고 취임한 윗사람들, 즉 정치인 출신의 대신(장관)이나 부대신, 정무관들의 입김이 인사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황에 따라서는 어떤 파벌이 인사에서 승승장구할 수도, 줄줄이 '물'을 먹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결국 이번 '접대 사건'은 총무성을 구성하는 3개 파벌, 즉 옛 우정성, 자치성, 총무청의 암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인데, 사건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징계 처분이 확실시되는 공무원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은 다니와키 야스히코 총무심의관은 우정성 출신의 정통 IT 관료로, 스가 정권의 주요 정책인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입니다. 총무성 공무원 가운데 사무차관에 이은 이른바 '넘버 2'로, 차기 사무차관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경력에 '빨간 줄'이 가게 됐습니다. 요시다 마비토 국제담당 총무심의관도 스가 총리가 총무대신 시절에 발탁한 우정성 출신이라 총무성 내의 우정성 파(派)는 이번 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곧 총무성 관료 조직의 정점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우정성 출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다른 파벌이 이번 '제보'를 기획한 것이라는 뒷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이 이른바 '총리 장남 접대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번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라 스가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가 총리는 어제(22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아들과 관계된 일로 국가공무원들이 공무원 윤리규범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사과드린다"며 낮은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지난해 첫 여성 내각 홍보관으로 발탁한 야마다 마키코 씨도 총무성의 국제담당 총무심의관이었던 2019년 말에 도호쿠신샤로부터 7만 엔(73만 원)이 넘는 고급 식사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는 등, 비난의 화살이 돌고 돌아 결국 스가 총리로 향해 가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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