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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을 토막내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취재파일] 검찰을 토막내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21.02.18 09:05 수정 2021.02.18 09: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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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검찰을 토막내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검찰을 둘로 토막내기 위한 실체적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에서 수사기소권완전분리TF 팀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지난 16일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수사청'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권이 중심이 된 이른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은 올해부터 경찰 수사에 대한 보충적 수사 요구권과 6개 범죄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만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검찰에 남은 수사 권한 전부를 '중대범죄수사청'이라 불리는 새로운 기관에 모두 넘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은 수사 업무는 하지 않고, 범죄 혐의자들을 기소한 뒤 재판 과정에 출석해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게 됩니다. 이 방안은 박주민 의원 한 명의 주장이 아니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보고돼 올해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가히 '속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보입니다. 검찰에 대해 종종 적개심에 가까운 언어를 표출한 여당이었기에, 현재의 검찰을 사실상 해체하는 이 방안이 실현되는 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 우리 사회는 사법 비용으로 얼마를 쓸 준비가 돼 있는가?

검찰에서 수사권을 떼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검찰에서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면 공정한 수사가 저해되고, 인권 침해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합니다.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해온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의 논문 <수사와 기소 기능의 분리>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수사-기소 기능이 한 기관에서 행사되면 ①수사에 대한 객관적 심사가 어려워 오류 가능성이 커지고 ②수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며 ③검사의 수사에 대한 통제 장치가 없어 검사 독재로 흐를 수 있고 ④기관 간 상호 견제와 통제의 부재로 도덕적 해이와 부패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⑤이로 인해 인권 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합니다. 강한 수사력을 가진 검찰이 초래할 수 있는 폐해는 기관 내부의 견제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수사력을 아예 빼앗아 기관을 쪼개버리는 형태로만 방지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급격한 형태로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일은 비단 '검찰 개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처,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수사기관이 분산되고, 수사 주체와 재판 참여 주체가 완전히 분리되는 일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받은 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없게 돼, 법원은 그동안 수사 단계에서 이뤄졌던 진실 발견 과정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는 엄청난 추가 인력과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더해 현행 수사와 기소의 구조 틀을 여러 단계로 개편하는 일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이에 들어갈 추가적인 인력과 자원에 대한 대략적인 계산이라도 서 있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논문 <검사의 직접수사의 개념과 수사지휘와의 관계-비교법적 관점에서 본 수사와 기소 분리의 허구성에 대하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합니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고, 법원의 공판 단계가 중시되는 영국의 판사 수는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3만 명에 이른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의 사법 예산을 참조했을 때, 현재 여권을 중심으로 한 검찰 개혁론자들의 방향대로 간다면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을 포함해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사법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그리는 이상적 그림에 얼마의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는지 계산을 산출하고, 그 돈을 부담할 국민들에게 상세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자세히 알고 논의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에는 모든 일의 기본인 '돈 문제'에 대한 공론 절차부터 심각하게 결여돼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 사법농단 · 박근혜 뇌물…권력형 비리 사건 공소 유지 어떻게 할 것인가?

고관대작들을 상대로 한 대형 부패 의혹 사건의 경우, 수사단계는 물론 재판 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오갑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검찰이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이 지나치게 인권을 침해한다고 항변하지만, 대형 로펌이나 전관 변호인들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검사들 생각은 다릅니다.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한 유력자들이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거나 증인들의 신빙성을 탄핵할 때, 직접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재판에 참여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016년 광장을 촛불로 뜨겁게 달궜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선 이런 장면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2017.07.07. 서울중앙지법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1심 재판 中>
▷김종 전 문체부 차관 :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문제가 안 되면 계속 지원하겠지만, 문제가 있어 마필을 바꿔 올해까지만 지원해주겠다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말했습니다.
(...)
▶삼성 측 변호인 : 증인은 수사 과정에서 진술 번복이나 허위 진술을 반복하고 있어 진술 신빙성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 증인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통해 최순실을 소개받았다고 한 것도 허위 진술에 해당합니다.
(...)
▷검사 : 증인 (김종 전 차관)이 검찰에서 그 진술을 할 때 변호인이 지금 삼성 측 변호인 아니십니까?


당시 박근혜 정부 문체부 차관이었던 김종은 '삼성전자가 정유라 승마 지원에 대한 대가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재판 과정에서 삼성 측 변호인단은 김종 전 차관의 진술 신빙성을 끊임없이 공격했습니다. '김종 전 차관이 당시 구속영장 청구를 피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거나, '자세히 따져보면 증언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공격이었습니다. 삼성의 '국정농단 뇌물'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김종 전 차관 진술이 핵심이었기에, 재판 과정에서 이에 대한 공격과 방어는 물러설 수 없는 쟁점이었습니다. 특검 관계자는 "당시 수사 과정에 참여한 검사들이 재판 과정에도 참여해 직접 대형 로펌 변호인단 반대신문에 즉시 대응할 수 있었다"며 "그렇기에 국정농단 뇌물 대가성의 전모가 법정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완전히 분리되는 현 여권의 개편 방안에서는 이런 식의 면밀한 대응이 쉽지 않을 걸로 예상됩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2019.3.21. 서울중앙지법 임종헌 1심 재판 中>
▷재판장 : 편한 분위기에서 1시간 이상 영장을 읽었고 수색·검증 장소, 압수 물건을 모두 읽었는가요?
▶임종헌 : 아닙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혐의 사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였는데, '다른 분들은 다 기각됐네요' 하면서 봤습니다. 당시 메모를 하려고 물으니 안 된다고 했으며, 압수 장소가 어디인지를 설명해주거나 제가 본 적이 없어 당연히 주거지와 업무 공간으로 이해했습니다.
(...)
▷검사 : 임 전 차장은 '저만 영장이 발부된 것인가요'라고 물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동안 영장을 읽었고, 집행 장소에 대해서도 모두 읽어봤습니다. (...) 이후 외부 저장장치가 있는 법무법인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 증거가 있다고 해서 간 것입니다. (...) 임 전 차장은 계속해서 압수수색 현장에 참여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압수하는 것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한 바 없고, 변호사 협의 이후에도 이의제기는 없었으며 선별 압수한 파일은 모두 범죄와 관련성이 있는 파일들이었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압수한 USB의 증거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다투는 고도의 법리 공방 와중에서, 공판 검사들은 종종 피고인 측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반박을 내놓곤 합니다. 위에 언급한 장면처럼,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경험이 반박의 재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 단순하고 간명한 사건이라면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검사라도 수사기록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고 재판 과정에서 대응할 수 있겠지만, 기록이 수십만 페이지에 이르는 사건의 경우엔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고위직에 있었다 하더라도, 본인의 운명이 걸린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항상 방어권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고관대작 상대 재판에서는 일반 형사 재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기간의 재판 진행과 절차 배려가 이뤄지는 게 사실입니다. 보통 형사재판에 임하는 일반 사람들에 비하면 이들 전직 고위직들은 몇 배 더 두꺼운 철갑과 방패를 두르고 재판이라는 전장에 나서는 셈입니다. 검찰의 권한 축소를 넘어, 거대 권력형 범죄에 대한 국가기관의 대응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더 구체적인 대안 설계가 필요합니다.

● 참을 수 없는 프로파간다의 가벼움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主意)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식민 치하 조선 사회의 이념적 몰주체성을 비판한 단재 신채호의 이 수필 구절은 오늘날에도 유용한 참고가 됩니다.

스스로 사법제도를 만들지 못하고 남의 것을 들여와야 했던 우리 사회는 제도 변화를 겪을 때마다 종종 해외 사례를 소환하고, 저마다 편리한 방식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이 문제도 그렇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향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합니다. 반면 반대 편에서는 아우디 수사에 착수한 독일 검찰, 대선 후보 수사에 나선 프랑스 검찰 등의 사례를 들며 법 체계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을 호도하지 말라고 반박합니다.

각국의 법체계를 비교하는 비교법적 논의는 분명 의미가 있겠지만, 그 논의가 '어떤 나라에선 어떻게 한다더라'는 식의 피상적 차원에 머물러선 곤란합니다. 한 나라가 어떤 과정과 이유로 그 제도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의 선택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충분한 논의와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권 일부 정치인들에게서 나오는 '수사 기소 분리, 영국에 답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인 정웅석 교수는 "여당 정치인들이 말하는 영국 모델은 80년대의 모델"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해 놓은 영국도 대형 범죄에 대한 무죄율이 높아지고 수사기관 경찰들의 직권남용 사례가 많아지면서, 검찰 제도를 도입해 검찰의 수사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과도한 권력 집중, 정치 수사, 제 식구에겐 관대한 처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 공화국'으로 표현됐던 한국 사회엔 분명 검찰로 인한 병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정보기관, 군 내부조직, 경찰 등에 흩어진 행정 권력이 통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행사돼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역사도 이어져왔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치 권력과 재벌 기업들이 유착해 부정을 저지르고도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아온 일들도 횡행했습니다.

'시대의 악덕인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청 하나를 만들고, 수사하고 싶은 검사들은 그리로 옮기면 된다'는 주장은 쉽고도 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역사적으로 가져왔던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면, '검찰만 박살내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이 프로파간다는 한없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지금의 형사사법제도엔 분명 직시해야 하는 문제점들이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방안들을 세부적으로 비교하고 조합해가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공수처를 출범시키면서도 기관간 이첩 기준도 만들어 놓지 않은 방식, 검찰 직접수사 대상으로 '3천만 원 이상 뇌물, 5억 원 이상 사기·배임'과 같은 주먹구구식 기준을 제시한 방식을 답습해선 곤란합니다.

더 시간을 갖고, 더 치열히 살펴보라는 지적이 누군가에겐 개혁에 저항하는 목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인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제도의 개편엔 망치로 돌다리를 두드리는 것 이상의 신중함이 요구됩니다. 실험을 추진한 이들에겐 훗날 자서전 속의 추억으로 기록될 일인지 모르지만, 그 섣부름이 어떤 보통 사람들에겐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검사의 직접수사의 개념과 수사지휘와의 관계>, 정웅석, 형사법의 신동향 제61호
<수사와 기소 기능의 분리>, 이성기, 한국형사정책학회 2017년 춘계학술대회 발표집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사·기소 분리 모델 설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연구>, 서보학, 2016년 경찰청 연구용역보고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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