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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영상] '사형제 유지' 공식화…대통령 공약과 정반대

[끝까지판다]

<앵커>

다음은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사형제도를 없앨지, 아니면 유지할지, 헌법재판소가 올해 안에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를 저희 끝까지 판다팀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정부는 사형제가 사회악을 영구 제거하는 공익목적이 있다며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법무부는 지난달 14일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을 3년째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첫 입장입니다.

사형제는 비인도적 형벌로, 국가가 생명권을 박탈할 권한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사형제는 특수한 사회악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를 방어하는 공익 목적이 있고 중대한 불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는 건 정의 실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실제 일어났던 사법살인 즉 법원의 오판으로 사형이 집행돼 생기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에 대해서는 오판 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라며 사형제 자체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2월, 국가인권위가 사상 처음으로 사형제 폐지를 권고한 데 대해 불수용 답변을 내면서 '국민 여론과 법 감정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사형제는 범죄를 막는 필요악이라며 사형제 존치를 공식화하고 나선 겁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각각 7대 2, 5대 4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세 번째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이번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6명이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달 초 국가인권위는 헌재에 사형제 폐지 의견서를 냈고 종교계와 인권단체도 이번에야말로 사형제 폐지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폐지에 반대하는 정부 의견서가 어떤 영향을 줄지, 세 번째 헌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 CG : 홍성용·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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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는 지금 60여 명의 사형수가 있습니다만, 지난 1997년 12월 30일을 끝으로 그 이후에는 실제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지만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또 일본과 함께 사형제는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에 우리나라가 UN의 사형집행 중단 결의안에 찬성하면서 사형제 폐지에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도 받았었는데, 거기에 찬성한 지 두 달 만에 사형제는 계속 유지해야 하고 대체 형벌 도입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정부가 밝힌 것입니다.

계속해서 김관진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 사형집행 중단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2007년 첫 표결 이후 7차례 모두 기권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찬성한 것입니다.

법무부는 결의안 찬성이 사형제 폐지 책임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나라도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한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형제 폐지를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정부는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사형제 존치 필요성을 역설했고, 특히 사형제 대체 형벌로 꼽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사형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 본능을 고려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 가장 강력한 범죄 억지력을 가지고 있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입니다.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 우리 사회의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의라든지 혹은 발전적인 그러한 입장과 심하게 동떨어져 있는 그러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국가인권위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0%, 5명 가운데 1명 꼴이었지만 대체 형벌 도입 시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7%, 3명 가운데 2명 꼴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대체 형벌도 분명히 반대한 정부의 의견서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대체 형벌 입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소지혜, CG : 성재은·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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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권지윤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문 대통령 사형제 폐지 공약은?

[권지윤 기자 : 네, 진보 정권을 표방하며 출범한 이번 정부는 줄곧 인권을 강조해 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사형제 폐지 소신을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후보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 : 저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형제도라는 것이 흉악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지금 다 실증되고 있지 않습니까.]

Q. 대통령 공약과 정반대 주장 이유는?

[권지윤 기자 : 네, 이제 끝까지 판다팀이 입수한 의견서는 법무부 장관 명의로 헌재에 제출한 정부 공식 문서입니다. 의견서를 보면 사형은 흉악범 억제 효과가 있다. 결국 앞서 대통령 발언과 정반대 근거까지 대면서 사형제 존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견서 곳곳에 여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사형제 존치 여론이 압도적이다.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박범계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사형제 폐지 법안까지 냈는데 이런 의견서가 나온 걸 보면 결국 여론을 의식하다 보니 공약도 후퇴하고 소신도 굽힌 것으로 보입니다.]

Q. 사형제도 폐지의 의미는?

[권지윤 기자 : 네,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 형법에 사형 집행 방식과 절차 등은 명시돼 있고 사형수 60여 명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당장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실제 사형 집행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고 과거 국정감사 때 법무부 장관에게 사형을 집행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는 의원들도 있었는데 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사형 제도가 있고, 없고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는 겁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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