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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해적판 사이트' 단속에 열 올리는 중국…효과 있을까

[월드리포트] '해적판 사이트' 단속에 열 올리는 중국…효과 있을까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2.18 09: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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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중국 상하이시 공안국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 인터넷 사이트 적발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외국 영화와 드라마에 중국어 자막을 입혀 불법으로 공급해온 이른바 '해적판 사이트'입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적발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의 '해적판 사이트 적발' 보도 화면 (출처=중국 CCTV)
● '3개월간 치밀한 수사' 거쳐 14명 체포?…2년 넘게 버젓이 운영

중국 신화통신과 CCTV 등에 따르면, 상하이 경찰은 지난해 9월 이 사이트에 저작권 침해로 의심되는 영상들이 올라오는 것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상하이 경찰은 산둥성, 후베이성, 광시좡족자치구 경찰의 협조 아래, 국가저작권국, 전국 음란물단속반, 공안부, 최고검찰원 등과 합동단속을 벌였습니다. 중국 매체의 표현대로라면 '3개월간의 치밀한 수사를 거쳐' 용의자 14명을 체포하고, 관련 회사 3곳을 적발했습니다. 범죄에 사용된 휴대전화 20대와 컴퓨터 12대도 압수했습니다. 단속기관을 총동원해 3개월간 치밀한 수사를 한 것치고는 어쩐지 성과물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상하이 경찰이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을 체포하는 장면 (출처=중국 CCTV)
조사 결과, 이 사이트는 2018년부터 운영돼왔습니다. 가입 회원은 800여만 명, 이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 영화와 드라마는 2만여 편에 달했습니다. 벌어들인 수익은 1천6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27억 원이 넘습니다. 이런 사이트가 2년 넘게 버젓이 운영돼 왔다는 것도, 사이트 한 곳을 단속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이 3개월 동안에도 불법 영업은 계속됐을 테니 말입니다.

여하튼 중국 당국은 신속한 조치를 강조하며,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면 즉시 공안기관에 신고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불법 저작물을 구입하지도, 해적판 사이트를 방문하지도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중국의 한 변호사는 이번에 적발된 사이트 운영자들의 경우 중국 지식재산권 법률에 따라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시진핑, 지식재산권 보호 지시…"중국은 지식재산권 창조국"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인상 중 하나가 '짝퉁'입니다. 최근에는 식염수로 만든 가짜 코로나19 백신까지 적발됐습니다. 지금도 해적판 사이트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새삼스럽지 않은 사건을 중국 당국은 왜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을까요?

무단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 중국에서는 이런 사이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을 주재하면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력히 지시했습니다. "지식재산권 보호는 국가 통치체계와 통치 능력의 현대화, 질적 발전, 인민 생활의 행복, 대외 개방, 국가 안보와 관련돼 있다"며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려면 지식재산권 보호 업무를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혁신은 발전을 이끄는 제1동력이며 지식재산권 보호는 혁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도입 국가에서 이제는 지식재산권 창조 국가로 질적 향상이 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저작권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3년 2천158억 위안(약 37조 원)에서 2018년 7천423억 위안(약 127조 원)으로 커졌습니다. 불과 5년 새 3배 넘게 성장한 것입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중국이 최근 10년간 온라인 콘텐츠의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지시한 것도, 중국 공안이 적발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도 결국 중국의 이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과거에는 아니었더라도 지금은 저작권 보호에 따른 '득'이 '실'보다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이번 춘제 연휴기간 중국 영화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일주일 만에 75억 위안(1조 2천8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상영되고 있는 영화들을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정하고, 불법으로 유포하는 자는 엄격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 자국 산업 보호용?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의식한 대외용?

다른 한 편으로 대외 이미지 개선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배경 중 하나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라고 지칭한 뒤 인권과 지식재산권, 글로벌 지배구조에 관한 중국의 공격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식재산권 절취로부터의 미국 보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지식재산권이 미·중 갈등의 한 축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주도로 한국 등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한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협정은 지식재산권 강화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명색이 자기들이 협정을 주도해 놓고 지식재산권 후진국이란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니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4억 인구 대국의 나라에서, 다양한 돈벌이를 창출하는 나라에서, 가짜 백신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짝퉁이 범람하는 나라에서 해적판 사이트와 같은 저작권 위반 사례가 근절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중국 매체들조차 이번에 사이트가 폐쇄됐어도 다른 루트를 통해 다시 영화와 드라마를 무단 공급할 것이다, 매듭을 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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