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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만 내면 돼"…학폭 부른 '에이스 우대'

<앵커>

후배나 다른 선수를 때리고 괴롭히는 건 사실 스포츠계의 오래된 문제입니다. 운동할 때는 다 그런 거라는 말로 넘어간 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났어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특히 잘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는 우리의 현실이 체육계 폭력을 묵인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계속해서 김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였던 고 최숙현 선수는 지난해 고질적 폭력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 선수를 가장 집요하게 괴롭힌 사람은 팀 주장이자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인 장윤정 선수.

장 선수는 감독과 함께 최 씨를 가혹하게 때린 사실이 인정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엘리트주의에 집착하는 국내 체육계에서는 에이스 선수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집니다.

성적에만 매몰되는 분위기 속에서 선수 사이에 벌어지는 강압 행위까지 용인됩니다.

[정용철/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 (굉장히 잘하는 선수면) 일탈을 하더라도 용납이 되죠. 팀에서 굉장히 큰 권력과 힘을 갖게 되는 거죠. 그래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잘못을 해도 경기력으로 보상을 한다면 용서가 되는 게 있고요.]

국가인권위 조사에서도 중학생 선수에 대한 폭행·폭언 가해자의 절반 이상, 고등학생 선수의 경우는 40%가 선배 등 또래 선수로 나타날 만큼 선수 간 폭력은 심각합니다.

스포츠계의 폐쇄적 문화 속에서 피해자는 아픔을 가슴에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언론에 노출되는 가해자들을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뒤늦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소셜미디어의 힘을 빌려 체육계 학폭 문제를 연이어 고발하고 있는 겁니다.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억울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신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렸기 때문에 (스포츠팀은) 폭력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재발하지 않게 교육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번 학폭 미투 사건을 계기로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교육의 기본 원칙이 되도록 체육계 인권 감수성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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