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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소장직 결국 재공모…여태 공정했고, 앞으로 공정할까

[취재파일] ADD 소장직 결국 재공모…여태 공정했고, 앞으로 공정할까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1.02.14 09:21 수정 2021.02.14 17: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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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 차기 소장을 선정하기 위한 공개모집을 다시 하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원래 절차는 희망자들이 서류를 제출하면 국방부 인사위원회 심의와 국방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습니다. 한 달 보름이면 충분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작년 11월 2일 공개모집을 공고한 지 석 달 열흘 만에 돌고 돌아 재공모입니다.

지난 100일은 소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최종 후보 3인이 결정됐고 청와대가 그들을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DD 소장 내정자로 통했던 인물은 유례없는 잡음을 쏟아내더니 ADD가 아니라 그 상급기관인 방사청의 청장으로 등극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지난 100일 동안 청와대 검증은 물론 장관의 제청도 없었고, 다만 국방부의 인사위원회 개최 딱 한 가지 일만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인사위의 결론은 "적격자 없음"이고, 따라서 이르면 내일(15일) 재공모 공고할 예정입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잇따랐는데 100일 동안 국방부는 고작 인사위원회만 개최했다고 하니… ADD는 그동안 새로운 수장 없이 어수선했고, 앞으로도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과학의 본산, 자주국방의 메카로 불리는 나름 과학과 안보의 측면에서 순수한 가치를 인정받는 ADD의 소장을 선정하는 데 이토록 큰 말썽이 빚어진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적도 없습니다. 국방과학에 사사로운 이익이 개입하려니까 생기는 부작용은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외부의 어떤 부정한 힘이 작용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 급변한 국방부의 말들…결론은 재공모

지난 10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인사위원회 개최 결과 모두 부적격으로 나와서 재공모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작년에 (국방부 인사위 심의와 제청을 거쳐) 청와대가 1, 2, 3순위 후보를 검증했던 것 아니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애초에 제청과 검증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인사위가 언제 열렸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국방부는 10일 ADD에 재공모를 준비하라고 통보했고, ADD는 이르면 내일 재공모를 공고할 계획입니다.

하루 앞서 지난 9일에만 해도 국방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재공모는 안 한다", "다만 후보자들을 좀 더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0일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발언입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국방부가 시간을 두고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9일까지도 재공모는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보다 하루 전 날인 8일 국방부의 차관보급 관계자는 "공모 절차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재공모는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차관보급 관계자는 국방부 인사위원회의 사실상 필수 인원입니다. 재공모 소문이 열흘 전쯤부터 돌았는데 이 차관보급 관계자는 8일까지 재공모 계획을 부인했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방부 인사위원회가 지난 10일 재공모를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공개모집 공고 100일 만에 국방부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믿기지 않습니다. 새 수장이 오지 않아 어수선한 ADD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100일 동안 인사위원회 심의만 했다? 100일 동안 그 많던 사건들은 한낱 신기루라는 뜻인데 대단히 이상합니다.

● 100일 동안 무슨 일 있었나

시작은 작년 10월 29일 강은호 전 방사청 차장의 돌연 사퇴입니다. 방사청 차장에 임명된 지 1년도 안 돼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는데 방사청 차장보다 직급이 높지 않은 ADD 소장으로 간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마침 나흘 뒤인 11월 2일 ADD 소장 모집 공고가 떴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나 공교롭게도 전에 없던 '방사청 고위공무원급'이 응모 자격에 추가됐습니다. 강 전 차장은 ADD 소장에 응모했고, 일약 ADD 소장 1순위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넘쳐났는데 인사혁신처는 '5년 간 직무 연관성 심사' 규정에도 불구하고 강 전 차장에 대해서는 1년 반 기간만 취업 심사를 하려다 들통났습니다. 강 전 차장을 ADD 소장에 앉히기 위한 힘센 자들의 치밀한 '작전'이 가동되는 형국이었습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의 보좌관은 "국방부 핵심 관계자로부터 강은호 씨를 포함한 3인이 최종 후보로 제청됐다는 말을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강 씨를 ADD 소장에 임명하려는 것으로 이해됐다"라고 전했습니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길이 열려서 '바다를 가르는 모세'라는 별명이 붙은 강 전 차장은 억척스럽게 ADD 소장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발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ADD 노조는 강 전 차장을 반대하면서 "ADD 소장에 반드시 특정인을 시켜서 뭔가를 얻고자 하는 어떤 세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라고 까지 비판했습니다. 강 전 차장은 논란 끝에 ADD 소장에 임명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방사청장으로 영전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ADD 소장은 국방부 인사위와 제청, 그리고 청와대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 100일의 기억 지우고 국방부가 총대 매나

강은호 전 차장을 비롯한 ADD 소장 최종 후보들에 대한 청와대 검증이 진행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습니다. 청와대 인사들의 관련된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국방부, 방사청, ADD, 각군도 그리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강 전 차장의 행보가 워낙 화려해서 청와대의 내정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00일간의 이 모든 사건을 지우고 국방부는 인사위원회 심의로 재공모를 결정했습니다. 작년 11월, 12월, 지난 1월 국방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그동안 ADD 연구원들은 소장 공모를 둘러싸고 잡음이 너무 많아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우두머리가 누구냐에 따라 작게는 조직원의 인사, 크게는 조직의 방향성이 정해지기 때문에 ADD 연구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 아닙니다.

ADD 소장 공개모집 절차가 공정했다면 100일 동안 소장을 두 번 뽑고도 남았습니다. 온갖 잡음을 낸 끝에 한 번도 못 뽑았으니 지금까지 공개모집은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ADD 노조의 주장처럼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한 외부의 힘이 공개모집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방과학의 본산 ADD 소장 공모인데도 말입니다.

이제 국방부가 "인사위를 통해 재공모를 결정했다"라고 나섰으니 국방부는 본격적으로 참전을 선언한 셈입니다. 시쳇말로 국방부가 총대를 맸다는 의미입니다. ADD 소장 2차 공개모집은 절차에 입각해 공정하게 치러지는지 정밀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국방과학과 무관한 깜짝 인물들의 이름이 벌써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과학을 잘 건사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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