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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니미츠·루스벨트 뭉쳤다…항모의 바다, 인도태평양

[취재파일] 니미츠·루스벨트 뭉쳤다…항모의 바다, 인도태평양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극성이던 2017년 11월 12일 동해로 미 해군의 니미츠, 루스벨트, 레이건 항모전단이 집결했습니다. 한국 해군 함정들과 압도적 화력을 과시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루스벨트와 니미츠가 임무 교대를 위해 중동, 미국으로 가던 길에 잠시 들러 동북아 붙박이 레이건과 함께 북한을 향해 무력시위를 한 것입니다. 1개 항모전단이면 웬만한 나라 전체 국방력과 맞먹는 전력인데 3개 항모전단이 뭉쳤으니 가공할 위협이었습니다.
 
레이건, 니미츠, 루스벨트가 또다시 모였습니다. 이번은 2017년 11월과 같은 일시적인 집결이 아닙니다. 레이건 항모전단은 요코스카에 상시배치된 가운데 루스벨트와 니미츠 항모전단이 중국과 한반도를 관할하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로 각각 지난달, 이달 초 파견됐습니다. 유례없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3개 미 항모전단이 동시 배치됐습니다.
 
루스벨트는 지난달 중동으로 가는 듯하더니 그냥 인도태평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니미츠는 중동 9개월 전개의 여독에도 아랑곳 않고 곧바로 인도태평양으로 배치됐습니다. 니미츠와 루스벨트는 최근 함께 훈련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니미츠의 인도태평양 배치 절차도 다소 이채롭습니다. 이전에는 미 해군이나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홈페이지에 보도문을 '조용히' 올려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미 국방부 대변인이 카메라 앞에서 “전략 지정학적(geostrategic) 요인들을 감안했다”며 떠들썩하게 발표했습니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중국의 부상을 억지하겠다는 것인데 북한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 니미츠의 뜻밖의 인도태평양행
 
지난 9일 남중국해에서 공동작전을 펼치고 있는 니미츠와 루스벨트 항모전단

통상 미국은 인도태평양과 중동에 각각 항모전단을 1개씩 둡니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는 레이건이 몇 년째 배치돼 있습니다. 중부사령부의 중동에는 항모를 순환 배치하는데 니미츠가 이달 초까지 9개월 간 전개됐었습니다. 니미츠는 미국의 모항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외신이 나오더니 돌연 인도태평양으로 옮겼습니다.
 
미국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현지 시간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니미츠의 인도태평양 파견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전략지정학적인 큰 그림을 감안해 니미츠의 파견을 승인했다(the Secretary was mindful of the larger geostrategic picture when he approved the movement)”고 말했습니다. 전략지정학적 큰 그림이란 중국을 둘러싼 인도, 호주, 일본 등 쿼드(QUAD) 국가와 함께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작년 말 미 서부를 출발해 지난달 서태평양에 도착한 루스벨트는 인도태평양을 지나 중동으로 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인도태평양 지역에 터를 잡고 앉은 모양새입니다. 남중국해 필리핀 근처에 머물다, 중동에서 막 건너온 니미츠와 정력적으로 훈련을 벌였습니다. 미군은 니미츠와 루스벨트가 지난 9일 남중국해에서 공동 항모 작전(Dual Carrier Operations)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전투기 이착함 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을 실시했습니다.
 
● 심상치 않은 美 항모들
 
2월 8일 현재 미 해군 항공모함 배치 현황

이로써 인도태평양에 미 항모 3개 전단이 제대로 배치된 구도입니다. 붙박이 레이건은 박힌 돌이고, 니미츠와 루스벨트는 머잖아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싱크탱크인 미국해군연구소(USNI)는 현재 미 동부 해안에 있는 아이젠하워가 중동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즉 루스벨트가 중동으로 갈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인도태평양에 니미츠, 루스벨트, 레이건이 배치된 상태가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공산이 큽니다.
 
현재 미 서부 해안에 있는 칼 빈슨 항모전단은 연말 전개를 계획한다고 미 해군은 밝혔습니다. 미 서부 해안의 항모가 전개하면 목적지는 십중팔구 인도태평양입니다. 연중 니미츠, 루스벨트가 떠나면 또 항모전단을 보내겠다는 포석입니다.
 
항모전단이라는 힘을 바탕으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강화는 곧 중국 압박의 다른 말입니다. 올 들어 인도태평양으로 집결한 항모전단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시금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군사가 외교를 지원했다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군사의 발걸음이 외교보다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으로 체감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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